간접동기가 열정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까?
성과급 논란을 지켜보며
올해 결정된 성과급을 놓고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논란이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초과이익이 산출되면 범위를 정해 놓고 삼성전자는 OPI, SK 하이닉스는 PS라는 성과급을 지급한다. 삼성반도체의 작년 영업이익은 18조8100억원이고 SK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5조126억원이다.
SK 하이닉스에서는 초과수익의 20% 범위 내에서 PS라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있다. 올해 하이닉스는 코로나 사태로 성과가 급증했는데 초과이익의 20%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 받았다. 연봉 6000만원의 경우 연봉의 20% 정도인 12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논란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직원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초과이익의 20%한도 자신 연봉의 50% 범위 내에서 SK 하이닉스의 PS에 해당하는 OPI를 지급한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와 TV를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연봉 6000만원이면 3000만원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의 OPI가 47%'로 공시되자 불거졌다. 이쪽 부문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왜 초과이익을 더 낸 자신들이 VD나 무선사업부보다 3%가 적은 OPI를 받게 된 이유를 따지고 나섰기 때문이다.
SK 하이닉스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주장하는 행복경영이라는 것이 열정페이로 위장한 노동착취 아니냐고 묻고 있어서 경영진들에게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공정성이란 비교의 준거에 따라 달라지고 절대적으로 정한 준거가 없으면 개인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준거를 채용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은 준거를 삼성전자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촉발되었다. 삼성전자는 연봉의 50%를 받는데 자신들은 똑 같이 열심히 일하고 왜 20%냐는 것이다. 삼성반도체가 하이닉스의 3배 영업이익을 내지 않았냐고 설명하면 직원들은 삼성반도체가 연봉 6천에 3천인데 자신들은 6천에 12백이면 절대적 액수가 작은 것 아니냐고 비교의 준거를 실제 받는 금액으로 잡는다. 또한 어떤 직원들은 불공정성을 소구하기 위해 12백원 소득에 해당되는 엄청난 세금을 떼고 손에 쥐는 금액을 준거로 삼을 수도 있다. 어떤 직원들은 코로나로 모든 기업이 도산하는 상황에서 이런 실적을 냈으면 자신들에게 더 보상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일반회사들을 공정성 준거로 주장할 수도 있다.
삼성반도체 직원들의 문제는 초과이익은 자신들이 많이 냈는데 무선이나 영상에 비해 왜 3% 작은 금액이 책정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준거가 무선이나 영상부분에서 받는 성과급 금액이다. 공정성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정성을 이슈로 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보다 덜 받는 사람들을 준거로 공정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공정성의 문제는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해도 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직원들의 공정성의 불만을 감소시킬 수는 있다. 지금 공정성에서 직접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분배공정성(distributive justice)의 문제다. 분배공정성은 다른 말로 형평(Equity)의 문제로 불리기도 한다. 같은 말이다. 형평은 자신이 받는 금액을 자신의 비교 대상이 되는 사람과 비교를 통해서 자신이 공정하게 대우를 받고 있는지의 지각을 결정하는 문제이지만 이 형평도 공정성의 다른 차원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공정성의 다른 측면은 절차, 정보, 관계 공정성이다.
절차 공정성은 성과급을 계산하는 잣대가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이 일관되고 투명하게 적용되었는지의 문제이다. 이중잣대를 사용하면 절차공정성을 위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정성의 고질적 병폐인 판사 검사들처럼 자신 식구에게는 가벼운 벌을 내리고 일반인에게는 중형을 내리는 방식은 절차공정성을 부인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공분한다. 우리나라의 법조 시스템이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중잣대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구성원에게 이중잣대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성과급을 임원과 직원들에게 똑같은 %로 적용시키면 일견 이중잣대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금액을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낸다. 제대로 하는 회사라면 임원과 직원에게 같은 비율의 성과급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보공정성에 의해서도 형평의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정보공정성이란 성과급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받는 사람들 모르게 커튼을 치고 결정해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을 취할 때 극단적으로 훼손된다. 하이닉스의 성과급 논쟁을 키운 것도 따지고 보면 정보공정성의 훼손 때문에 생긴 문제다. 성과급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공식을 사전에 예고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없이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 제대로 정보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을 놀래키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통고하지는 않는다. 일년전부터 어느 정도의 초과이익이 났을 때는 이런 산출방식에 의해서 어느 정도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고하고 이것에 이의를 반영해서 수정해간다. 정보공정성이 높아지면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높아진다.
관계공정성도 형평성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경영진과 직원들간에 평소 장기적으로 좋은 신뢰 관계가 유지되면 직원들도 회사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경영진에게 그때마다 형평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주고 받는 것의 잔고를 따진다. 하지만 관계가 안 좋을 경우는 따질 것은 그때마다 반드시 따져 단기적으로 절대 손해를 최소화 하는 전략에 사활을 건다. 결과적으로 경영진과 구성원간 신뢰의 잔고가 떨어졌을 경우 형평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 문제는 하이닉스의 행복에 대한 강조가 회사와 직원들의 관계 속에 깊숙히 침투하지 못하고 디커플링을 일으키고 있는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형평성의 문제는 형평성 그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공정성의 다른 차원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때 형평성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정성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성과급이나 연봉과 같은 보상으로 구성원들의 동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신에 가깝다.
성과급이나 연봉과 같은 동기는 구조적으로 일하려는 동기의 조건이나 결과이지 일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아니어서 간접동기라고 칭한다. 간접동기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을 구성하지는 못한다. 연봉이나 성과급에 대한 비교준거로 선택할 때 자기보다 처지가 나쁜 사람들의 성과급이나 연봉과 비교하지는 않는다. 삼성반도체 사람들이 자신들의 성과급을 하이닉스 직원들과 비교하지는 않는다. 성과급이나 연봉은 업계의 최고인 한 회사 빼고는 모든 회사 직원들에게 절대적 불만의 요인이다. 아무리 많은 금액을 주어도 업계 최고가 아니면 일하려는 직접동기를 자극하지 못한다. 간접동기를 최적화해서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충분조건은 형평성처럼 비교의 준거가 남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경우이다. 지금의 일이 작년의 일보다 자신에게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성장체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즉, 자신이 운명을 스스로가 통제하는 삶 쪽에 얼마나 가까워져가가 있는지가 직접동기이다.
어떤 회사든 성과급이나 연봉 등 간접동기로 직원들의 열정을 살 수 있다고 믿고 경영한다면 구성원을 월급쟁이로 격하시켜 직접동기를 살해하는 부조리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는 상위 관리자의 연봉을 공개하고 이 공개를 직원들에게 까지 확대하려다 실패했다. 간접동기가 모든 동기를 장악해서 직접동기를 내쫒을 수 있다는 반대 때문이었다. 직접동기와 간접동기는 서로의 보완재나 대체재가 아니라 구성원의 열정을 키우는 독립된 두 차원이다. 이 두 차원이 다 높은 지점을 찾아 씨줄과 날줄을 구성하는 회사가 제대로 경영하는 회사이다.
이런 회사에서는 간접동기와 직접동기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다른 역할을 할당한다. 구성원의 열정을 제대로 발산시키는 회사는 연봉이나 성과급 복지와 같은 간접동기를 뒤에서 격려하는 강화제(reinforcement)로 작동시키고 구성원들의 성장체험을 앞에서 이끄는 드라이버(driver)로 작동시킨다. 드라이버와 강화제를 거꾸로 사용하는 회사는 아무리 많은 금액을 보상해도 공정성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열정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회사가 구성원의 직접동기를 채워주지 못하면 직원들은 간접동기에 대한 불만으로 회사에 불풀이을 하기도 한다.
회사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어려울 때보다 돈을 많이 벌어 이 돈 때문에 분란이 일어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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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래는 간접동기가 직접동기를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일화이다.
어느 가게 옆에서 아이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놀고 있다. 주인은 시끄러운 아이들로 장사에 방해를 받자 묘안을 생각해낸다.
너희들이 내일도 여기 와서 즐겁게 놀면 너희들 모두에게 만원씩을 지급하마. 아이들은 이게 웬 횡재냐며 다음 날도 와서 신나게 떠들어가며 놀았다.
주인은 돌아가는 아이들을 다시 불려 내일도 다시 와서 즐겁게 놀면 5천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만원은 아니지만 이게 왠 횡재냐며 다음 날도 아이들은 가게 앞에 와서 떠들썩하게 즐겁게 놀다갔다.
아이들이 떠나기 전에 내일 또 다시 오면 5천원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다음 날도 역시나 아이들이 나타나서 신나게 놀았다.
그날 신나게 놀다가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가게 주인은 다음과 같은 황당한 선언을 한다. 내일부터는 너희들이 여기 와서 떠들고 놀아도 돈은 더 이상 못 준다.
실망한 아이들은 다음 날부터 가게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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