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그릇이 가득 차면 더 이상 그릇 노릇을 못한다, 즉 차면 반드시 넘친다 (盈必溢也(영필일야)"라고 가르쳤다. 저수지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비오기 전에는 충분히 비워놓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릇과 잔도 음식이나 물이 가득 담겨 있는 때 그릇 노릇을 못한다. 그릇이 차지 않고 비어 있는 공간을 ‘허(虛)'라고 부른다. 허는 성장을 위한 공간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사람의 그릇을 정신모형이라고 한다. 정신모형의 크기가 사람 그릇의 크기를 결정한다. 정신모형은 정신모형 I과 정신모형 II로 나눠진다. 자신 미래의 존재이유와 존재우위를 구현하기 위한 성장의 공간 허를 규정하는 것이 정신모형 II이다. 정신모형 II가 만든 성장의 공간 허는 존재로서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사명의 울타리가 둘러져 성장의 공간으로 허의 공간을 만든다. 사명의 울타리를 통해 성장을 위한 심리적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 공간은 나에게 미래로 향하는 성장체험을 제공한다. 정신모형 I은 과거를 현재에 맞게 제대로 부활시킨 것들을 담아내는 성장의 공간이다. 정신모형 I은 과거로부터 배운 노하우들로 채워져 현재를 풍요롭게 살게 도와준다. 따지고 보면 진성리더십의 핵심은 정신모형 그릇을 디자인하는 원리이다. 시대에 맞춰 이 정신모형의 그릇에 충분한 허가 담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을 임무로 생각한다.

우리가 제대로 성장한다는 것은 몸, 마음, 정신이 서로의 크기에 맞춰 균형되게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몸은 성장했지만 마음과 정신이 이에 맞게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성인아이라고 명명하고 연구해왔다. 연구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기이한 불균형 성장 상태에 놓여야 하겠지만 성인아이의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내면에 몸만 성장한 성인아이를 가지고 품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의 몸의 크기가 커지면 이에 맞춰 몸에게 멋진 옷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몸이 성장한 크기에 맞춰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 맞는 옷을 선물하는 일은 게을리 하며 산다. 성장한다는 것은 허물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했음에도 작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은 고통이다. 이 성장의 고통을 해결해서 성장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성장체험은 삶에 무한한 희열을 가져다준다. 성장한 몸에 맞는 옷이 필요한 만큼, 성장한 마음과 정신에 맞는 옷도 필요하다. 마음의 크기에 맞는 옷은 정신모형 I의 옷이고 정신의 크기에 맞는 옷은 정신모형 II의 옷이다. 아직도 낡은 정신모형의 옷을 입고 있다면 마음과 정신은 질식사 당하고 있는 고통 속에 있는 것이다. 몸의 고통과 달리 마음과 정신의 고통은 물리적 통증으로 찾아오지는 않지만 인생의 실패라는 쓴 맛으로 우리에게 반드시 보복해온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인아이는 정신과 마음을 위한 옷을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해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몸만 큰 아이이다. 아니면 몸이 다 큰 성인이 찢어진 아이 옷을 입고 있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아이이다.

내가 새롭게 만들어 나의 정신과 마음에 제공한 정신모형은 환경과 나 사이에서 나만의 허의 공간을 창출해 나를 자유롭게 한다. 내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나에게 침투해서 나의 반응을 이끌어낼 때 사건과 나의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있다. 공간이 없다는 것은 사건의 자극에 대해 선택의 여지 없이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이 없다는 것은 삶이 밖의 환경과 사건에 의해서 결정되어 인간으로서의 자유가 박탈당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자유란 자극과 내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고 이 공간에서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 선택지를 실현시켜서 주체적 반응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반응을 통해 나를 통해 세상이 개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역으로 세상이 내가 보낸 메시지에 반응할 때 나의 삶은 희열을 체험한다. 시시때때로 자신의 정신과 마음의 크기에 맞는 정신모형의 옷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자유를 박탈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자신을 과거의 정신모형의 감옥에 가두는 죄를 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모형 II가 제공하는 사명이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도 그릇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그릇은 밥그릇 이상이나 이하도 아니다. 항상 먹을 것으로 가득채워져 있다. 가득채워져 있지 않을 때는 불안에 시달린다. 이것을 채우기 위해 항상 허둥지둥이다.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 성장을 열망하는 허의 공간은 없다. 자극에 대해 그대로 생존자체가 목적함수인 동물처럼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