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모형이란 세상을 읽어내는 지도이다. 뜨거운 적도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에게 눈을 보여주면 그냥 무정형적으로 뿌려지는 하얀 점들일 뿐이다. 눈이 이들 정신모형 지도에 새겨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가지 다른 유형의 지도를 가지고 살아간다. 정신모형 1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그려낸 현재를 보는 지도이고, 정신모형 2는 미래를 상상적으로 체험해 미래의 시각으로 현재를 보는 지도이다.

정신모형은 사람이라면 다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 달라고 주문하면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마치 이론이 있는 것처럼 확신에 차게 설명한다.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 달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이론에 기반해 확신에 차서 설명한다. 정신모형이란 자신이 개인적으로 만들어 낸 이론들을 보관한 지도창고이다. 이론을 만든다는 점에서 누구나 과학자이다. 문제는 과학자들처럼 이 이론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론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사과학자이다. 학교의 역할이 유사과학자를 과학자로 만들어 좀 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신모형을 장착하고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의 사건은 나에게 모두 위협적 요소가 된다. 이것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해야 이것이 나에게 공격적이 될 때 내 나름대로 방호할 수 있는 행동전략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나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지 못해 사소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항해서 행동전략조차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존재감이 없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맨붕이란 정신모형의 작동이 멈춰져 머리가 백지로 변하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을 때를 지칭한다. 개념이 없다는 것은 정신모형이 세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를 이야기한다.

누구나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신모형 1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정신모형 2를 가진 사람들은 드물다.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적 체험을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모형 1은 현재를 편리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지도이지만 정신모형 2는 미래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를 보여준다. 모든 사람들은 정신모형 2의 크기를 넘어서 성장할 수 없다. 정신모형 2는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정해준다. 자신의 정신모형 2가 160cm에서 200cm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간절하게 갈망하여 지도에 이 성장의 길이 지도로 그려져 있지 않은 사람이 저절로 200cm로 성장할 수는 없다. 뛰어난 정신모형 1을 가진 사람을 유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작동되는 정신모형 2의 지도를 가진 사람만을 리더라고 부른다. 정신모형 1이 뛰어나 유능하더라도 미래의 성장은 자신의 정신모형 2의 크기만큼만 성장하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은 리더가 가진 정신모형 2의 크기만큼만 성장할 수 있다. 리더의 정신모형 1이 뛰어나 지금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어도 리더의 마음 크기는 정신모형 2에 의해 결정되고 이것이 조직이 클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결정하는 셈이다. 조직이 아무리 크고 또한 뛰어난 부하들로 중무장하고 있어도 리더가 쪼그라든 정신모형 2를 가지고 있다면 이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리더가 자신의 조직의 성장에 대해서 암묵적으로라도 한계를 정한다면 리더로써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리더를 모셨어도 조직이 성장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리더가 숨겨온 마음의 크기인 정신모형 2가 쪼잔하기 때문이다.

부하들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간절한 마음을 지도로 그리지 못한 리더 밑에서는 내 능력이 뛰어나도 성장할 수 있을 개연성은 별로 없다. 리더의 마음의 크기와 그 마음의 진실함은는 구성원들이 성장을 촉진하는 현실적인 토양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 직장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직장리더들의 능력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먼저 이들의 마음의 크기와 그 마음의 단단함을 가늠해봐라.

정신모형은 인간이 현존재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보고 행동하는 수준을 결정해준다. 따라서 나는 내 정신모형의 크기만큼만 세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격으로 존재한다. 내 정신모형은 내 현존재의 크기이다. 문제는 사람들인 자신이 정신모형이라는 것을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자신의 정신모형의 감옥 속에서 갇혀서 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라고 주문한 것은 바로 네가 정신모형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라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