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사랑과 긍휼의 차이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종단연구는 어려운 여건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 지에 관한 많은 시사점을 남긴 연구이다.
이 연구는 1954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아름다운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 당시 카우아이섬은 미국의 식민지로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백인들, 이주한 동양인들, 원주민들이 어울려서 살고 있었다. 연구는 1954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의 성장과정을 40여 년간 추적조사 하였다. 이들의 생활환경은 대부분이 열악하였으나 이들 중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의 아이들을 고 위험군으로 분류하여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 비교하였다.
가설은 고 위험군에서 비행 청소년도 많고 사회적 낙오자들도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는 고 위험군에서 자란 어린이 중 72명이 기대와는 달리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실에 놀란 연구진은 연구 주제를 180도 바꿔서 무엇이 이들을 어려운 환경으로부터 지켜주었나를 연구하게 되었다.
연구결과 그들 72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적막한 타인으로 둘러 쌓인 상황에도 이들의 고통을 긍휼감을 가지고 환대한 선한 타인이 한 사람 있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당사자의 고통에 대해 사랑으로 환대하던 타인의 얼굴이 세상과의 진실한 관계의 끈을 복원하는 열쇠가 되었다.
극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 중 누군가 적어도 한 명은 이들이 아픔을 이기고 잘 자랄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긍휼감을 가지고 이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환대했다. 이들의 긍휼감이 담북 담긴 환대는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의 원천이 되었다. 자신이 고통과 아픔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믿고 지지해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을 때 이들의 정신적 근육을 단련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들이 보여준 긍휼의 사랑은 이들이 커서 고향을 떠나 세상의 큰 산을 마주하고도 주눅이 들지 않는 정신모형의 근육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암울한 상황이라도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라도 긍휼이 담긴 사랑의 줄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들의 삶을 구할 수 있다.
연구 대상이 되었던 어린이 중 모든 것을 다 갖춘 훌륭한 조건에서 태어났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린이들의 문제는 부모가 이들의 장점과 매력에 집중해 좋은 것만을 편애한 경우였다. 부모의 긍휼감이 결여된 과도한 기대에 기반한 잘못된 사랑이 자식의 인생을 망친 것이다. 이들은 편협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과되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짓눌려 한번도 자신을 주체적으로 사랑하지 못한 경우였다.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니 자신 삶의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한번도 제대로 써 나가지 못했다.
긍휼은 사랑하는 이 안에서 나로서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이다. 따라서 사랑에 긍휼의 뿌리가 없다면 진짜 사랑은 아니다. 사랑에 긍휼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노른자 없는 계란처럼 욕망에 오염될대로 오염된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제시되지만 사랑이 아닌 사랑이다. 사랑의 본질을 상실한 순수하지 못한 사랑이다. 긍휼이 핵으로 담겨 있는 노른자 사랑만이 자식을 어른으로 키운다. 자식을 어른으로 키우고 싶으면 아이로 생각하고 자신의 복제품이 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독립적 어른으로 기대하고 이 기대에 대한 단서를 긍휼감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