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HR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Employee Experience, HR Analytics, Metaverse in HR이다. 팬시해보이는 다양한 주제의 목적은 한 가지다. 종업원에게 더 나은 체험을 제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제로 컨퍼런스를 여는 글로벌 HR 기관의 내용을 추적해보면 이것들의 본질보다는 여기저기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짜집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컨퍼런스는 참여자들을 장님으로 만들고 이들에게 코끼리 만져보게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들에 컨퍼런스에서 제공하는 것은 X without X다. 종업원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들어보면 종업원 경험이 없고, HR Analytics를 이야기하지만 HR Analytics가 없고, Metaverse in HR을 이야기하지만 Metaverse in HR이 없다. 본질을 놓치고 이런 팬시한 주제를 따라 다녀보면 결국 HR에 종업원이 사라진 HR만을 위한 HR이 된다.

이런 Fancy한 HR을 구사하는 회사에 가보면 회사 안에는 종업원들이 파놓은 동굴이 많다. HR without HR이 이들이 동굴을 파도록 방조한 꼴이다. 종업원들은 왜 이런 동굴을 파고 숨는 것일까?

직원들이 토굴을 파고 숨는 이유

회사가 사명과 목적을 통해 성원에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지대의 울타리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회사가 Fancy한 HR을 시시각각으로 동원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면 종업원들은 나름의 안정지대를 마련하기 위해 토굴을 파고 숨는다. 동굴을 자신만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은신처로 만든 것이다. 회사 내에 구성원들이 토굴을 파고 숨어버리면 조직의 과제의 성공을 위해 협업하는 것이 점점 더 불가능해진다. 개인들이 동굴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각 부서들이 협동해서 동굴을 파고 숨어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회사는 사일로 현상이 극에 달해 동굴과 동굴이 속으로 연결된 정치적 연줄이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동굴을 파고 숨는 이유는 변화의 파고는 높아지는데 회사가 엉뚱한 것만을 강조하니 자신들만의 피신처인 심리적 안정지대가 필요한 것이다.

심리적 안정지대는 자신과 세상 사이에 버퍼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지대가 있어야 변화하는 세상에 그대로 벌거벗은 채로 노출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동굴을 파고 도피해 있는 구성원들에게 보다 생산적인 심리적 안정지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 HR의 역할이 바로 더 생산적인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서 구성원들을 동굴 밖으로 뛰쳐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파놓은 동굴에서 진짜 퀘랜시아로 전환된 회사의 운동장으로 나오지 못한다면 회사에서는 시도하는 모든 HR 실험은 밑빠진 독이다.

HR 퀘렌시아는 회사가 종업원에게 제공한 심리적 안정지대라는 분위기를 세워 종업원들에게 전문가들의 놀이터를 설계하는 작업을 뜻한다. 전문가들의 놀이터는 구성원들이 일을 통해 안심하고 학습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을 체험하는 성장체험 공간이다. 회사와 HR이 제공하는 심리적 안정지대가 자신들이 숨어 있는 동굴보다 더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종업원들은 영원히 케이브 맨의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대부분의 한국의 회사들의 모습은 큰 산에 온통 토굴의 흔적만 보인다. 구성원들은 운동장이 아니라 토굴에 숨어 정치를 하고 있어서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

초연결시대에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조직 내에 종업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일하는 놀이터인 종업원 퀘랜시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놀이터는 Netflix, Google, Amazon, Zappos, Southwest Airlines, Whole Foods, Gore Tex 사명지향의 역할조직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원리이다. 이들이 설계해낸 퀘랜시아에서 종업원들은 최고의 Employee Experience를 몸으로 느끼고 이를 일을 통해 Flow와 Engagement를 체험한다. 이런 퀘랜시아 체험이 회사의 모든 일에 종업원을 주인으로 나서게 한다.

전문가들의 놀이터의 핵심원리는 조직이 정한 사명과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업의 개념을 만든다. 이 업의 개념이 놀이터의 튼튼한 울타리가 된다. 조직의 사명과 목적에 기반을 두고 업에 몰입하는 하는 한 모든 구성원은 같은 식구이고 전문가이다. 구성원은 이 울타리 안에서 조직의 보호아래 심리적 안정감을 느껴가며 일을 통해 마음껏 실험을 하고 실수를 하고 결국에는 일을 통해 성과를 내는 방법을 만들어낸다.

업의 개념을 울타리로 만들어낸 이런 퀘랜시아를 <<禮記.學記>>에서는 “경업락군(敬業樂群) 이라고 설명한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성전을 복원하는 스토리를 제공하고 구성원들은 이 사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업으로 승화시켜 하고 있을 때 모든 것들이 최적화되어서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락군의 상태가 만들어 진다. 낙군 collective optimism이란 전체의 수준에서 일이 최적화 optimism된 상태를 말한다. 전체의 수준에서 최적화된 상태가 만들어지면 조직을 혼돈과 과정손실로 몰아넣었던 엔트로피가 감소하고 에너지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 에너지가 바로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일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HR이 회사의 목적과 사명으로 경업락군할 수 있는 울타리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도입하는 모든 Fancy한 HR 실험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다.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HR Without Humans/People로 전락한다. HR이 우화에 나오는 유행만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아닌지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유행만을 좋아하는 임금님은 자신이 벌거숭이인지도 모르고 팬시한 옷을 입었다고 착각하고 벌거벗은 몸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닐 수 있다.

ps: 종업원 퀘랜시아의 아이디어는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정희원 도반의 퀘랜시아에서 얻은 것입니다. 한국 학교를 다니다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 학교를 다니는 한국 아이들은 학교를 안 가는 날을 제일 싫어합니다. 학교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신나는 놀이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기 싫어>라는 노래가 유행하고 있는 한국의 회사를 구하는 것이 HR의 임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