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성 Accountability는 설명하다 Account와 능력 Ability를 합한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본인은 경영자들을 만나 경영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반드시 책무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에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책임 Responsibility만을 강조하는 것은 뒷북경영이라고 설명한다. 정말 가치혁신을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차별화와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다면 책임 Responsibility를 넘어 책무성 Accountability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형과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기업활동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는 능력 accountability=책무성>이 왜 중요해지는 것일까?

사람들은 무작의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같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자신만의 세상에 대한 이해를 근거로 이에 최적의 전략을 선택해서 행동한다. 사람들이 자신있게 행동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충분한 이해를 근거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제공하는 기제를 정신모형이라고 부른다. 이해불가능한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이 정신모형이 붕괴하는 맨붕을 경험한다. 맨붕상황이 온다면 아무리 뛰어난 지능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이성적 행동을 할 수 없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면 죽는 이유도 정신모형이 붕괴되고 작동되지 않아서 적절한 행동조차 시도를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상식도 같은 대상을 놓고 같은 설명 및 이해를 공유하는 상황을 말한다. 상식은 어떤 대상에 대해 모두에게 말이 되는 설명과 이해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동의 설명개연성에 어굿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개념이 떨어지는 사람들로 낙인찍힌다. 현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법 때문이 아니라 법이 규제할 수 없는 수 많은 사회영역에 이런 상식이라는 공동의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일에 비해 과도하게 비난받는 이유는 이들이 행한 과거의 행위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의 행적에 대해 설명을 못하면 이 주체가 현재의 행동을 하거나 미래의 행동을 하는데 이해를 못하는 주변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지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의 잘못이 있었다면 최선의 설명은 잘못을 자복하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행동에서 온다. 청문회란 이해불가능한 행동을 한 공직자에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설명이 안 되면 신뢰를 상실해서 공직을 면직당한다.

책임이 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동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임이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달성이 다 끝난 시점에 이 결과를 달성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하는 과거지향적 설명이다. 미래가 과거의 선형적 연장이라면 이런 책임을 반복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시대는 이미 이런 범위를 넘어섰다.

책무성이라는 것은 회사가 미래로 약속한 것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는지를 설명하는 미래지향적 개념이다. 책무성이 입증이 될 때만 회사는 비즈니스 운영의 정당성을 획득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서 지속가능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전략적 활동에 대해 설명이 가능해야 그 회사에서 하는 경영활동을 믿고 지지할 수 있다.

책임의 평가에서 중요한 것이 평가의 신뢰성 Reliability이라면 책무성에서 중요한 것은 타당성 Validity이다. 지금의 행동과 전략이 약속실현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가 타당성이다. 책무성을 회사의 중심지표로 삼는다면 회사가 산출한 결과나 성과가 실현할 약속에 어느 정도 가치 충격을 줄 것인지인 Impact를 보고해야 한다. 어떤 분기에 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렸어도 이것이 회사가 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달성되었다면 책무성은 네거티브다.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라는 용어도 미래지향성을 담아서 CSA(Corporate Social Accountability)로 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