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사울 왕에게 쫒겨 아둘람 굴에 숨어 있었다 (사무엘상 22장). 사울왕에게 쫒겨 아둘람 굴에 숨어 있다는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은밀히 퍼져나가자 다윗을 따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이 천민이고 거지이고 정치적인 피해자였다. 그 인원수가 한 때는 400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아둘람굴은 다윗과 추종자들이 찾아낸 자신들만의 퀘랜시아였다.
여기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윗의 새벽의 영혼을 깨우는 사명과 만나지 못했더라면 단지 시대적 도적떼로 전락할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도적떼로 남는지 사명을 종소리를 듣고 하나님의 전사로 남는지는 한 끝차이다.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 사오니 ...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시편 57편 7-8절). 이들은 아둘람 굴에서 다윗의 사명과 만나 시대의 전사가 되었다.
시대마다 아둘람 굴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아둘람 굴의 사명을 수행하던 곳이 대학과 종교다. 대학과 종교는 오랜 세월동안 청년들을 위한 아둘람 굴이었다. 문제는 대학과 종교가 지금은 더 이상 아둘람 굴로서의 사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대학이다. 학령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문을 닫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학은 MZ세대의 가장 큰 회전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MZ 세대가 거쳐가는 대학이 아둘람굴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지금 이 시점에서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의 대학은 아둘람 굴로서의 청년들을 위한 시대적 논제를 발굴하지 못하고 쇄퇴하고 있다.
대학에서 시대의 거대 골리앗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청년정신으로 훈련된 젊은 다윗들을 육성해 내지 못한다면 세상의 창의적이고 근원적 변화는 물건너간 일이다. 기득권에 만족해 사는 현재는 골리앗이고 미래는 다윗의 세상이다. 따라서 대학이 시대의 아둘람 굴의 역할을 못해낸다면 젊은 다윗이 아닌 골리앗으로 성장한 기득권에 봉사하는 시대적 시녀들만 양성하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대학에서는 청년 기업가도 있을 수 없고, 창의성도 있을 수 없고, 모험을 하는 패기에 찬 젊은이도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공무원, 의사, 법전원를 최고의 꿈으로 알고 주어진 삶에 만족한 정신적으로는 이미 노인이 다 된 똑 같은 청년만 있을 뿐이다. 다윗을 거치지 않고 골리앗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에도 이들은 다윗을 건너 뛴 골리앗을 꿈꾸고 있다.
또 다른 아둘람 굴의 사명을 수행했던 종교는 더 심각하다. 청년들은 더 이상 제도화된 종교를 자신들을 다윗으로 키워줄 아둘람 굴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제도화된 종교보다는 자기계발서가 자신을 다윗단계를 건너뛴 골리앗으로 키워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갤럽은 올 3월 18일부터 4월 7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9세 이상 성인 1500명 조사를 통해 20대에서 종교를 가진 비율이 22%, 30대는 30%라고 밝혔다. 20대를 비교해보면 2004년 45%, 2014년 31%, 이어 올해 21%를 기록하며 10%p 이상 감소세를 이어갔다. 30대 비교도 비슷하다. 30대가 종교를 가진 비율은 2004년 49%, 2014년 38%에 이어 10%p가량 감소했다. 이들 MZ 세대가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20대 64%, 30대 5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20대에서 18%, 30대에서 20%로 뒤를 이었다.
이런 통계는 종교가 MZ 세대를 끌어들이던 아둘람 굴로서의 기능을 전적으로 상실했다는것을 의미한다.
종교와 대학이 아둘람 굴로서의 사명을 상실하자 젊은이들은 개인적으로 다윗을 건너 뛰고 골리앗이 될 수 있는 자신들만의 퀘랜시아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다윗을 건너뛴 골리앗은 몸만 비대해진 눈먼 장님일 뿐이다. 아무리 스펙으로 갑옷을 만들고 무기와 방패를 만들어 자신에게 입혀도 이런 골리앗을 받아들이는 기업이나 사회는 없다. 이런 꿈은 말년에 지독한 근시안으로 눈이 멀게된 골리앗의 위험한 망상일 뿐이다.
종교와 대학이 골리앗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청년 다웟들을 육성하는 퀘랜시아로서의 사명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대학과 종교는 결국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시대의 변화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제도는 스스로 골리앗으로 변화한 제도이다. 이런 골리앗 제도가 다윗을 길러낸다는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해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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