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현역 해군 남성 장교들과 여성 해군 군무원간 성추행 공방이 벌어지고있다. 지금까지 부사관을 대상으로 하는 성추행 공방은 상급자가 권력을 이용한 일방적 성갑질인 반면 이번 건은 얼마전 서울시향의 박현정 대표 사건과 판박이다. 서울 시향 사건은 박현정 대표를 내쫓기 의해 남성 직원들이 박현정 대표를 성추행으로 고발했던 무고사건이다. 이런 마녀사냥이 해군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경고해도 성과 관련한 이슈가 육해공군에 전방위적으로 재발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은 자괴감이 크다. 성과 관련된 이슈는 군이 스스로 자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본다.

군에서 성과 관련된 이슈는 거론 금지된 <사무실 코끼리>다. 사무실에 어디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코끼리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언제 난동을 부려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이 코끼리를 어떻게 몰아내야 할 지를 시급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한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사무실에 있는 누구도 이 코끼리를 못본척 고개를 숙이고 있다. 코끼리는 사무실에서 오래전부터 거론이 금기시된 코끼리이기 때문이다. 군은 이 코끼리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모든 방호기제를 작동시켰다. 오히려 이 코끼리에 대한 소식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모든 방호기제를 작동시켰다. 이 부조리와 아픔을 누구도 밖으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이야기하는 순간 모난 돌이 되어 먼저 정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군에서 성 이슈에 관한 문제는 아무도 못본 것으로 쉬쉬해야 하는 코끼리가 되었다.

어떤 이슈가 <사무실 코끼리>로 발전했다는 것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정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휘관에 의해서 통제되는 현 군법무 시스템도 이런 거론이 금기시된 코끼리의 철저한 공모자가 된다. 군의 사법시스템을 민간으로 통합해 전면적으로 손을 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올해 5월과 8월 공군 부사관과 해군 부사관이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니나 다를까 육군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8월 20일에는 육군부사관이 직속상관의 교제 요구를 거부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왔다. 이번 해군 군무원 건도 2019년 시발점에 국민청원에 올라왔으나 무시되다 지금의 사건으로 다시 발화되었다.

2003년 미 육군참모대학 전략 연구소는 <우리는 왜 싸우는가: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전투동기>에서 군인들이 목숨을 바쳐싸우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군인들이 싸우는 첫째 이유는 나라도 아니고 전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언제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장에서 자신의 등을 지켜줄 사람은 전우뿐이다. 전투에 자신있게 임하는 이유는 전우애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실제 베트남 전사를 보면 전쟁 중 부하에 의해서 사살된 미군 지휘관이 적과 전쟁하다 사망한 지휘관 숫자를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전사를 분석해보면 전우애가 없는 전쟁은 필전필패로 종결되었다.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성이슈의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이 왜 존재하는지 누가 전우인지에 대한 개념 상실이 빚어낸 결과로 보인다. 실제 전쟁이 벌어지면 누가 누구를 먼저 살해할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