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이로 미술을 시작해 지금 미대 박사과정에 다니는 친구의 초대로 전시회에 갔다가 박사과정 학생들과 저녁을 먹었다. 경영학과의 박사과정과 어떻게 다른가 묻다가 이분들은 경영학 박사 학생들보다 유독 미래에 대해 더 불안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우리 학부생들에게 하는 정체성 시리얼 킬러 미대 버전을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자신은 빈센트 반 고흐다. 어느날 고흐에게 파우스트에도 출현했던 악마의 대리인 메피스토텔레스가 찾아와 두 가지 계약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첫째 계약은 고흐 자신이 살아서는 그림 한 점 팔지 못해 극단적으로 가난한 예술가로 살지만 자신이 죽은 후에는 명성을 인정받아 그림이 1000억 정도의 가치로 비싼 값에 팔리는 조건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고흐가 지금까지 그린 그림 모두를 100억 현금으로 사는 대신 메피스토텔레스는 정체성 시리얼 킬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림을 사자마자 다 불태울 것이고 고흐도 또한 앞으로 살아 있는 동안 화가임을 내세워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세명의 박사학생 중 한명은 고흐의 실제 삶과 닮은 첫째 시나리오가 담긴 계약을 택했고 다른 학생은 둘째 시나리오를 택했다. 세번째 학생은 지금은 절대로 선택을 못하겠다고 선택을 유예했다. 현금에 정체성을 팔기로 한 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지금 형편이 너무 힘들어서 100억 현금을 받고 그림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라도 마련해줘서 자신처럼 그림을 포기하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다.
여러분에게 같은 시뮬레이션을 한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계약이 우리 삶의 시나리오를 번성과 행복으로 이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