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0-20 15:54
[N.Learning] 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나?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283  
나는 정체성을 가진 삶을 살고 있나?

정체성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지도를 가지고 있고 이 지도를 믿음으로 가진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다.

이 정체성의 있고 없음은 현재처럼 더욱 모든 것이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망망대해로 변해가는 세상을 항해할 수 있는 항해지도를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이 지도의 계획에 따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지도가 있고 없음은 다음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같다. 축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리이고, 화가에게 중요한 것은 손일 것이다. 축구선수가 다리를 잃어버렸다면 이 축구선수는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상실할 것이고, 화가가 손은 잃어버렸다면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축구선수에게 다리와 같고 화가에게 손과 같은 것이 나에게도 있는가가 자신의 정체성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이것들이 명료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 정체성의 수준의 아직 초보단계이지 성숙단계는 아닐 것이다.

나의 경우는 가르치는 것과 연구하는 것을 통해 세상에 미미하지만 지적지평을 넓히는 일이 나의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굳이 연구와 가르치는 것 중 어떤 것이 나에게 팔과 다리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단연코 연구라고 생각해왔다. 가르쳐야 할 학생을 잃어버리는 것도 물론 심각하지만 꼭 학교에서 교실을 통해 가르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이것이 전무한 상황을 생각하는 것은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를 못해서 내가 설파하는 이론이 다른 사람들의 지평을 열어주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면 나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가르쳐도 가르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수로의 정체성은 결국 연구로 판명된다.

요즈음에는 박사과정을 진학을 원하는 분들에게 많은 면담요청을 받고 있다. 이 분들에게 해주는 충고는 인사조직전략의 박사로써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고 진학하라고 부탁드리고 있다. 박사는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이 소비자를 위해서 지식을 생산해내는 생산자들이다. 소비자를 넘어서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 훈련을 통과해 박사를 받았다 하더라도 세상을 위해 의미있는 지식 생산과 유통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냥 박사학위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박사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결국 무늬만 박사인 것이다.

나에게 학부 때 수업을 들고 수업에 영감이 생겨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는 친구들 중에서 학부생으로써 나를 보던 모습과, 대학원생으로써 나를 보는 모습이 너무 달라 충격을 받는 친구들이 가끔있다. 정체성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다. 학부생은 내 이론의 소비자이고 대학원생은 지식을 생산해내는 동업자가 되기 위해 도제훈련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혹독한 훈련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못하는 것이다. 

다 정체성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