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와 꿩은 위급한 상황에 쫓기면 자신의 머리를 덤불이나 구멍 속에 숨기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고자 한다. 자신을 쫓는 맹수가 안 보이니 위기에서 탈출했다고 믿다 이 추격자의 결국 쉬운 먹잇감이 된다.

이런 방식의 위기관리는 타조와 꿩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위급한 상황에 닥치면 위기를 벗어나려고 피하기보다는 그냥 눈을 감는다. 타조나 꿩이 위기를 피하는 방법과 전혀 차이가 없다.

위기가 다가 온다는 것을 왜 보지 못하는 것일까? 왜 발등의 불로 떨어질 때까지 위기를 인지하지 못할까?

우리는 세상을 볼 때 그냥 맨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속에 그려져 있는 정신모형의 지도에 따라서 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비즈니스 모형이라는 나름의 정신모형에 따라 경영환경을 보고 이에 맞게 의사결정해서 행동전략을 정한다.

이 정신모형을 시시각각으로 업데이트 해서 현재 상황과 신크로하게 만드는 것이 위기에 대처하는 본질이다. 정신모형의 업데이트는 기업이나 꿩이나 타조의 방식이 아니라 눈을 부릅뜨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변했음에도 지금도 성공하는 것처럼 보여 이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세상에 대해 눈을 감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든다.

업데이트 된 정신모형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을 때만 위기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얻는다. 이 위기를 사전에 볼 수 있게 되고 이 위기가 코 앞에 닥치는 시간까지 안에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오랫동안 업데이트 되지 못한 정신모형을 가지고 살면 결국 눈을 감고 있는 형국이나 마찬가지여서 위기가 코 앞에 닥쳐도 인지하지 못한다.

MS는 지금까지 독과점 비즈니스 모형에 안주해가며 세상이 변해가며 자신에게 시시각각 위기로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신의 정신모형을 업데이트 하는 일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위기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몰락하기 직전에 나델리라는 인도 출신 CEO를 영입해서 기사회생했다. 나델리가 MS를 위해 한 것은 Hit Refresh라는 MS의 비지니스 모형을 현 시대의 시류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전략이다. 정신모형의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눈을 감고 위기를 피하던 MS에게 위기와 기회를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다.

정신모형이 업데이트 되어 있지 못하면 위기를 놓치고 따라서 위기는 항상 코 앞에서 닥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데이트 된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다면 위기가 멀리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 차의 눈을 획득한다. 업데이트되지 못한 정신모형에 의존해 살다 보면 위기는 마지막 순간에 항상 코 앞에서 등장한다.

춘추전국 시대에도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居安思危(거안사위)이다. 편안하게 있을 때 위기를 생각하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고사성어이다. 거안사위의 조언대로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는 사람들은 회사가 잘 되고 있을 때 위기에 대해서 경고한다. 이건희 회장도 국내 일류에 안주하고 있는 삼성 직원들에게 항상 삼성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잘 하고 있다고 믿던 삼성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먹혀들지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위기에 대한 조짐을 전파하는데 성공하자 기존의 삼성의 양적 경영에 대한 정신모형을 시대에 맞게 질 경영의 정신모형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바꾼 정신모형 때문에 실제 IMF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을 만들어냈다.

결국 자신이 세상을 보는 머리 속의 지도인 정신모형을 세상의 변화에 맞춰 업데이트 해서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위기극복이 가능했다. 거안사위란 여유가 있을 때 정신모형을 업데이트하면 실제 위기가 닥쳐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의 여유가 있어서 코 앞에 위기가 닥쳤을 때보다는 어렵지 않게 극복한다는 의미이다.

요즈음 초우량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거안사위보다 더 선제적이다. 이들은 조직에 실현될 미래에 관련된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이 목적을 현재로 가져와 위기에서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명의 울타리를 세운다. 목적에 따라 업데이트 된 사명의 울타리를 정신모형으로 세우면 조직 안에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 수 있다. 멀리서 다가오는 위기의 징후가 포착되면 이 징후를 조직 안에 끌어들여서 이것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혁신적으로 실험한다. 결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백신을 시간에 앞서 만들어낸다. 위기를 대비하지 못한 회사들이 위기에 좌초되고 있을 때 이 백신을 이용해서 고객과 이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와 기술을 만들어낸다. 미래의 목적과 현재의 사명의 울타리 때문에 위기를 먼저 보고 이를 조직 안으로 먼저 내재화해서 혁신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101은 자신의 정신모형이 낡았음을 알아차리고 이것을 최신의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금처럼 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에 낡은 정신모형을 가지고 사업을 하거나 세상을 살아간다면 아무리 열심히 사업하고 살아도 코 앞에 닥치는 위기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타조나 꿩이 위기를 대응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유가 있고 잘 나가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미래와 관련된 목적을 중심으로 정신모형을 더 최근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야할 시점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고사성어가 바로 거안사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