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이나 학력 중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까? 사회가 완전히 닫힌 사회여서 100년이 지나도 모든 것이 대물림되는 똑 같은 사회에 살고 있다면 당연히 실력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서 이 변화에 조금이라도 잘못 대응하면 금방이라도 망할 수 있는 사회라면 학벌은 전혀 무의미할 것이고 이 변화에 실질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실력인 학력이 가장 우선 순위에 있을 것이다. 동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라면 학벌이 밥먹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과거의 성공을 가지고 미래의 성공을 결정하려는 경향은 산업사회에서 통용되던 방식이다. 지금 디지털 시대에는 과거의 성공에 의해서 미래의 성공이 예측될 수 없는 시대이다. 과거의 성공에 의해 미래의 성공이 예측될수록 그 사회는 글로벌의 변화와는 동 떨어진 퇴보하는 사회라는 증거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은 아직도 디지털 시대와는 동떨어진 산업사회의 분업과 자동화 방식에 머물고 있는데 이들은 이와같은 시대착오적 오류에 편승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있다면 이들은 큰 사회문제이다. 이들의 문제는 자신들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입장이 공격을 받으면 자신들끼리의 학연을 결성해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하는 것을 막는 젊은 수구세력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학벌을 가지고 평생 먹고살려는 학벌의 렌트 시킹 rent seeking을 벗어나야 우리나라가 다시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을 잡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과거에 이룬 성공인 학벌이 아니라 자신의 공부한 바를 가지고 사회에 실질적 공헌을 했을 때 그 실력을 인정받는 학력사회가 요구된다.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학력은 없는 것이다. 학벌에 대한 우상화는 좋은 학원 다녀서 토익 만점을 얻었다 하더라도 글로벌에서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실력을 보이는 것과 똑 같다. 변화에 동태적으로 대응해야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토익 만점 맞았지만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친구를 찾아서 솎아내야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환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EBS에서 다큐로 방영되고 있는 [공부의 배신]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과잠에 드디어 고등학교 이름이 등장했다. 자신의 대학과 여기에 고등학교 이름까지 새긴 잠바를 입어야만 자신이 누구임을 증명하는 인재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성공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보이는 과거의 스펙은 화려해보여도 이런 계급장을 떼고 자신있게 자신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자신의 정체성은 없는 텅빈 깡통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서 결정된 과거의 학벌에 의존해서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 나오고 이런 성공을 죽을 때까지 이용한다는 것은 창조적 파괴를 강조하는 세상의 변화와 꺼꾸로 가는 것이다. 세상의 흐름이 자신들과 반대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다시 자신들이 결사체를 구성해서 정치적으로 막아보는 패거리 행동이 결국 사회의 진보를 무너트리는 수구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아무런 생각없이 기득권에 목메는 어른들과 정치꾼들의 행태를 따라하는 젊은이들을 누군가는 나서서 막아야 한다. 제대로 된 회사의 제대로 된 인사담당 임원이라면 자신의 정체성은 없고 학벌에 숨어서 자신을 과시하는 젊은이들은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으로 규정하고 골라낼 것이다.

삼성전자의 임원들의 통계치를 분석해보면 대기업 중에서 가장 학벌에 대한 편견이 없는 다양한 학벌의 통계치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른 회사에 비해 얼마나 글로벌 경쟁에 민감한 회사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