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헬조선이란 말이 신세대가 기성세대를 비난하기 위해 특정된 용어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이 포스팅을 보고 알았다. 헬조선은 기성세대도 조기 명예퇴직, 비참한 노년 등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조소해가며 모든 국민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 아니었던가? 나도 여기저기 포스팅에서 한국의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헬조선이란 말을 많이 이용했던 것같다.

이 포스팅은 정치를 했거나 군부독제의 시녀가 아녔던 평범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문맥만으로보면 내용이 꼭 틀린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표현대로 대안없이 징징대기만하는 젊은 세대에게 꼰대로서 한 수 들려주기 위한 설정의 냄새가 많이난다. 헬조선은 과연 젊은세대의 문제인가? 헬조선이 정말 있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전공이 기업의 변화혁신의 문제를 연구하는 것이어서 변화혁신에 대한 임원들의 전략세미나를 참여할 기회가 소소히 있었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세미나를 시작해서 조직의 구조적 문제와 문화의 문제까지 진단하고 이 진단을 실행하기 위해서 결국 구성원들이 Deep Change 하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이 다 무모한 시도로 끝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러면 임원 중 중진급의 임원 중에는 반드시 이런 중요한 세미나는 종업원들이 먼저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나온다. 본인들은 변화에 있어서 전혀 문제가 없는데 종업원들이 변화하지 않아서 조직이 이렇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결국 자의반 타의반 종업원을 대상으로 워크샵이나 특강이 마련된다.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 종업원들 중에는 이런 세미나는 자기들처럼 아무 실권도 없는 사람들보다는 경영진에게 먼저 해달라는 주문을 한다.

이 회사가 정말 변화가 안 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이런 경우를 직면했을 때 내 개인적 진단은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경지까지 이른 이 회사는 지금 당장 모두가 변화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큰 문제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세대갈등이 세대전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은 이 회사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어떤 세대도 자신은 잘못이 없고 모든 문제는 다른 세대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경중의 문제를 떠나 문제는 세대내에서 시작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나이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던 학습을 통한 성장이 멈추게 되면 자신의 현 처지를 옹호하는 자기방어 메카니즘을 개발해서 자신을 이 감옥에 가두고 이 갇힌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공격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자신을 과도하게 변호해가며 남을 어떤 이유로 공격한다면 잘못은 자기 안에 있을 개연성이 높다. 성장이 멈춰져서 자기방호의 감옥에 갇힌 사람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젊은이라 하더라도 이 자기방호의 감옥에 갇혀 있다면 이미 기성세대보다 더 기성세대의 흉내를 내고 있는 젊은 꼰대인 것이다. 젊은꼰대와 기성꼰대간 소모적 싸움의 종말은 파국일 뿐이다.

헬조선의 문제는 젊은 세대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기성세대에게는 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비난의 화실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거두고 대한민국 전체가 나서서 구조적으로 이 헬조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급한 시점이다. 비난의 화살을 맞은 상대의 고통을 보듬어주고 대한민국이 향후 30년동안 가야할 변화의 목적지에 대해서 합의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디자인하고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이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에서 헬조선이란 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역사의 거대한 담론과 물꼬를 트는 딥타이밍은 현재와 미래와 과거가 결정적으로 화해하는 국면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딥타이밈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한 경우는 없었다. 현재를 대표하는 세대와 미래를 대표하는 밀레니엄 세대, 과거를 대표하는 기성세대가 미래를 위해서 서로 화해하고 양보하고 실제로 행동할 때 대한민국의 열차도 헬조선으로 가는 설국열차에서 방향을 제대로 선회할 수 있을 것이다.

헬조선이란 말이 기성세대든 밀레니엄 세대이든 한국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인식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사용되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세대간 전쟁을 위한 비난의 화살로 사용되는 것은 전적으로 반대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