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제가 40/52시간 근로제가 HRD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포스팅한 <쓰나미가 HRD를 덮치다> 글에 관심을 보여주셨고 우려도 표현해주셨습니다. 특히 현업에 계신 분들 중에는 한국 HRD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좀 자극적 표현에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도 계셨던 것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설사 40/52 시간제와 같은 제도적 강제가 도입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직면하고 있는 HR과 관련된 많은 문제를 이전에 했던대로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한다면 결국 HR은 혁신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고 이런 강제된 제도적 감옥에 갇혀 운신의 폭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지금처럼 디지털 초연결사회로 급격하게 재편되어 새로운 룰이 요구되는 시대에 HR이 주도적으로 이 룰에 대한 사회적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HR은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주도권을 상실하면 HR이 이런 제도적 감옥에 갇혀 살다가 언젠가는 자신도 사형선고를 언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산하 인문디자인경영원 (원장 김경묵) 에서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워크샵을 개최한 적이 있었습니다.
공론화를 위한 주제는 디지털 초연결사회와 공진화할 수 있는 <우리회사만의 Authentic HR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였습니다. 이 워크샵에 참가했던 HR 담당자분들은 HR이 회사에서 존재이유를 구현하기 위해 긍극적으로 해야하는 업이 경영환경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회사의 생산적이고 살아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표현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이 업을 완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 참여자들이 회의적이었습니다. 더 이상 선진 기업 HR을 카피하는 방식으로는 미래의 구성주의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에 동감하셨습니다.
사실 선진 HR에서도 오래전부터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국제 HR conference에서 제시되는 주제를 보면 10년전에 했던 이야기가 돌고 돌아서 다시 재생되고 있는 국면입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으니 우리도 마음 놓고 기다려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산업사회의 Fast Follower의 입장이었을 때는 빨리 카피해서 따라잡는 것도 의미가 있었을런지 모르지만 지금은 기업스스로가 HR의 추동력을 지뢰대로 삼아 자신의 문화적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에 실어내지 못한다면 어떤 회사도 생존하기 힘든 국면입니다. 가성비와 가격만으로는 이미 승부를 할 수 없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제는 카피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회사에 고유한 HR (리더십 모형, 핵심인재, 기업문화, HR 제도)의 프로토타입을 디자인해 낼 수 있을 것인가는 우리기업들이 처한 절대절명의 문제입니다. 카피하고 벤치마킹해서 살아남았던 HR의 옷을 벗어던지고 우리회사의 문화는 우리가 디자인한다는 HR의 민주화 선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업교육에 종사하시는 종사하시는 분들은 프로그램이 조직의 업에 어떻게 가치기여를 할 것인지의 판단보다는 베껴서라도 새로운 것인 것처럼 포장해야 하는 노이로제에 시달리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벤치마킹에 치중해서 생존해왔던 HR이 회사의 문화를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만드는데 조력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HR이 주도해서 이 유행의 첨단을 걷고 있는듯이 보이지만 우리의 옷이 아닌 옷을 벗어 던지고 우리의 옷을 우리 스스로 디자인해서 입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런 문화에 대한 디자인의 주도권을 돌려받아 종업원과 고객의 고통을 심도 있게 이해하여 근원에서부터 Deep change를 HR이 주도하하여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가 디자인한 문화을 통해 학습한 것과 일하는 것의 지행격차를 극복하는 문제, 문화의 씨앗인 사명과 목적을 복원해 회사의 정체성에 대한 심도있는 개념화를 통해 시대에 맞는 업을 도출하는 문제, 사명과 목적을 성공적으로 내면화해 종업원을 인게이지먼트 하는 문제, 문화적 지뢰대를 이용해 회사의 외연까지 포함한 사회적 혁신를 주도하는 문제 등등에 대해 HR이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본질적 문제에 대해 HR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때 HR은 자신에 맞는 문화를 스스로 디자인하는 민주화를 달성할 것이고 회사 안에서도 회사의 진정한 파트너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벤치마킹은 혁신의 시작점이지 종착역은 아닙니다. 종착역은 HR이 주도해서 만든 우리의 서명이 세겨진 우리의 제대로 된 문화를 통해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40/52 근로시간제 제도화는 우리의 싸인이 들어간 우리의 Authentic 문화를 HR이 주도해서 만들어내라는 명령입니다. HRD가 거시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40/50시간제는 우리를 가두는 제도적 감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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