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학회장 이창준)의 진성리더십 도반들과 같이 2020년 <울지마 톤즈>의 후속편으로 만들어진 <부활>을 감상했다.

울지마 톤즈는 남수단 톤즈에서 2001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봉사활동을 펼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2010년 4월 11일 방영된 KBS 스페셜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라는 다큐멘터리를 구수환 PD겸 감독이 극장판으로 개봉했다.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인 이태석 신부는 2010년 48의 나이로 선종했다. 부활은 이태석 신부의 선종 10주기를 기리기 위해서 구수환 감독이 만든 영화다. 실제 남수단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많은 제자들이 의대생이 되었거나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를 다시 감상한 후 학회의 관례대로 영화에 대한 난장토론이 벌어졌다. 이태석 신부의 삶에 영향을 받은 많은 학생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의술을 넘어 인술을 베푸는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부활의 증거로 보이지만 이태석 신부가 만든 학교, 밴드, 병원 등이 사라지거나 지지 부진해진 측면에서 진정한 부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부활에 대한 토론 결과 진성도반들이 진정한 부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삼인칭 부활과 일인칭 부활을 구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삼인칭 부활을 넘어 일인칭 부활을 체험할 때 부활을 통한 공의로운 세상을 향한 근원적 변화도 완성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에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고 가정해보자. 현대의 항공 기술 수준을 볼 때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도중 사고가 날 확률은 거의 없다. 비행기를 타야 미국에 제시간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은 모든 사람이 믿는 삼인칭 객관적 믿음이다.

하지만 내가 실제 비행기를 탈 것인지 아닌 지를 결정해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삼인칭 믿음을 넘어서 나 자신의 주관적 일인칭 믿음을 가지고 있는 지의 문제다. 비행기에 대한 드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고소공포증도 있고, 공황장애 증세도 있을 경우 다른 모든 사람은 비행기 여행이 안전하다는 것을 다 받아들여도 나는 비행기를 타고 안전하게 미국에 도착할 수 있다는 일인칭 주관적 믿음이 없다. 삼인칭 믿음과 일인칭 믿음이 충돌한다면 미국에 가고 싶은 열망이 아무리 커도 이 열망을 실현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믿는 삼인칭 믿음이 강해 이것을 단단한 현실로 받아들여도 이런 현실에 대한 나 자신의 일인칭 믿음이 없다면 자신과 세상을 변화 시키는 사건의 주체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삼인칭 믿음은 인지적 믿음인 반면, 일인칭 믿음은 내 몸을 움직여 진실을 행동으로 입증하게 만드는 신조다. 지행격차는 삼인칭 믿음은 충만하더라도 정작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일인칭 주체로서 믿음이 부재할 때 생긴다. 내가 주인이자 주체로 부활할 수 있는 것은 삼인칭 믿음이 일인칭 믿음으로 전환될 때이다. 삼인칭 믿음은 과거와 현재 눈에 목격되는 것에 대한 믿음이지만 일인칭 믿음을 나를 통해 미래가 새롭게 증거 될 것이라는 미래의 진실에 대한 믿음이다.

실제로 이태석 신부의 삶을 목격한 톤즈 마을의 의대생 학생들은 삼인칭 믿음을 넘어 일인칭 믿음에 근거해 자신의 몸을 통해 이태석 신부를 부활시켰다. 이태석 신부께서 실천했던 의술을 넘어 인술을 베푸는 의사로서 소명의 씨앗을 받아들여 자신의 몸을 통해 부활시켰다. 부활이 사건이 될 경우는 부활이 있기 전과 부활 후 사이에 근원적 변화가 존재해야 하고 이 근원적 변화의 다리를 건너면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태석 신부를 만나서 이전의 학생과는 다른 의대생의 길을 걷고 있고 어느 누구도 이태석 신부를 만나기 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지도 않을 것이다. 남수단의 젊은이들을 통해 이태석 신부는 부활했다. 하지만 학교나 병원이 이태석 신부가 부임하기 이전으로 돌아가서 작동되지 않은 것을 보면 톤즈 마을 전체가 부활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수단 국정교과서에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실려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 큰 맥락의 부활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들이 의사가 되어 톤즈 마을로 돌아와 학교와 병원을 다시 살려낼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부활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서 아직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이태석 신부의 일인칭 부활을 주도하고 있는 분은 이태석 재단의 구수환 이사장과 이태석 리더십 학교를 이끌고 있는 구진성 대표 정도다. 실제 구수환 이사장은 이태석을 가슴에 품고 우크라이나 분쟁지역 등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태석 신부를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에서 일인칭으로 부활시키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우리는 이태석 신부의 일인칭 부활을 경험하고 있을까? 아직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고 착하고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삼인칭 믿음에 머무는 부활일 것이다. 부활이라는 감동적인 영화를 한편 같이 감상했지만 다른 더 흥미로운 영화가 상영되면 다시 채널을 돌리는 삼인칭 관객으로 머무를 뿐이다.

예수의 부활도 마찬가지다. 설사 주기도문이 아닌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해가며 예수의 부활을 몸의 부활로 믿는다 해도 삼인칭 부활에 대한 믿음을 넘어 자신의 몸으로 체험하는 일인칭 부활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예수가 우리에게 족적으로 남긴 것들을 우리의 삶과 몸 속에 씨앗으로 심어서 우리의 몸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킬 때 일인칭 부활 사건을 체험한다. 역설적으로 예수의 부활을 몸의 부활로 한정해 받아들인다면 자신을 통해 예수가 일인칭으로 부활하는 사건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우를 범한다. 몸의 부활만을 부활로 믿는 이들은 대부분 수동적 방관자로 머물다가 어느 순간 이단이나 사이비의 숙주로 전락한다. 세상이 실제로 더 공의로운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은 삼인칭 부활에 대한 믿음을 넘어서 일인칭 부활을 통해 예수를 자신의 몸으로 살려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다. 바울이 평생을 바쳐 실현하려 했던 사명도 #부활의_민주화다. 바울은 최대한 많은 사람의 몸을 통해 예수를 부활시키는 기적만이 세상의 근원적 변화를 만든다고 보았다. 바울 자신도 자신의 몸을 통해 예수를 직접 부활시켰다.

삼인칭 부활에 대한 믿음도 그나름의 순기능이 있다. 믿음의 울타리를 만들어 주어 그 울타리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한다. 또한 주변에 삼인칭 부활을 믿는 사람에 의해 둘러 쌓여 있다면 믿음의 울타리는 부활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과 이를 통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런 삼인칭 믿음의 울타리가 아무리 튼튼해도 아픈 자신과 아픈 사람들을 실제 사랑 받는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오직 삼인칭 믿음이 일인칭 믿음으로 전환될 때다. 예수도 앉은뱅이와 나병환자를 치유하는 이적을 베풀면서 하나님에 대한 너 자신의 일인청 믿음이 너를 일으켜 세웠다고 가르쳤다. 지금 기독교의 위기는 삼인칭 믿음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도 적어져서 울타리가 사라져 기독교를 둘러쌓고 있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이 급속하게 산성화되고 있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더 결정적 치명타는 일인칭 믿음을 복원해 예수의 부활을 자신의 몸으로 체험해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기독교인들의 삼인칭 믿음과 일인칭 믿음의 지행격차를 애처롭게 지켜보던 일반 사람은 기독교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를 회수했다.

안타깝게도 나를 비롯해 우리 진성 도반들도 이태석 신부를 일인칭으로 부활시킬 수 있는 근력을 획득하지 못한 것을 각성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최소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기억이 소환되어 우리를 행복하고 웃게 만든 것이다. 이분을 기억하는 한 이분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임재해서 지금도 천국을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천국이란 천국에 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일방적 선언이 아닌 돌아가신 이들이 남겨준 기억의 유산 때문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웃고 울고 춤추는 천국 체험을 할 수 있게 할 때 유산을 남긴 분도 천국에 거하고 있음을 어푸럼히 감지할 뿐이다.

생을 마감한 어느 날 우리도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살아 남아서 이들을 웃고 춤추게 만드는 천국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지 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끝으로 부활은 의료대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의사들, 의대 열풍에 뜰 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 자신의 자녀를 의대로 보내려는 부모님들이 같이 시청하고 토론했으면 하는 영화다.

PS: 진성도반들을 위해 부활 영화 상연회를 기획해주신 황진원 진성리조트 총지배인, 매끄거운 퍼실리테이션의 진수를 보이신 김예림 도반님, 항상 서번트 세르파로 묵묵히 헌신해주시는 임정훈 세르파님, 따뜻한 눈길과 손길로 격려해주시는 학회장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최수황, 김만석, 육현주, 김기문, 이군상, 손미향, 최명옥, 정문선, 김종선, 김상영, 민지선 도반님도 반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