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은 자신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자기조직적 질서를 만드는 거버넌스다. 아직 자신의 나침반을 발견하지 못해 혼돈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과 주변환경을 의미 있게 조직해주는 나침반을 발견한 사람들은 대부분 번성을 구가한다. 번성을 구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거짓의 나침반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내면의 나침반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마치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이때 이들이 쓰는 전략이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들의 나침반을 자신의 나침반인 것처럼 복사해서 마치 자신이 만든 나침반처럼 주장한다. 나침반이 없다는 것은 자기 조직적으로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 세상에 제대로 된 파동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다면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 받을 길은 없다.

제대로 된 나침반은 북극과 남극의 극성을 통해 자신을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주고 환경과 소통하는 에너지의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번성을 누리는 사람들은 에너지의 자기장이 흐름에 맞춰 세상을 항해하는 자신의 지도를 그린다.

우리에게 나침반의 북극은 의식의 시선이 습관적으로 머무는 곳인 반면 나침반의 남극은 가슴의 시선이 습관적으로 머무는 곳이다. 북극은 살아야 하는 이유인 존재 목적의 극성을 가지고 있고 남극은 살아가는 것의 아픔을 치유하는 긍휼의 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운용하는 나침반은 의식적으로 존재 목적을 찾는 북극을 중심으로 초기값이 설정되지만 긍휼에 의해 움직이는 남극의 힘에 의해 미세 조정의 과정을 거친다. 나침반이 떨리는 이유는 목적과 긍휼의 협업을 통해 제대로 된 해상도가 높은 지도를 그려내기 위함이다. 떨리지 않는 나침반은 죽은 나침반이고 죽은 나침반으로 그려낸 지도는 우리를 파국으로 이끈다.

시간이 지나면 지구 자기력처럼 자신이 성공한 경험이 미치는 관성 때문에 자신의 나침반이 가르치는 자북은 진짜 북쪽을 의미하는 북극성의 진북과 벌어지고 나침반이 가르치는 남즉은 남극성의 진남과도 차이가 생긴다. 지속적으로 번성하는 삶을 구가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다시 비우고 북극성과 남극성을 보고 자신이 운용하는 나침반의 북극과 남극의 편각을 보정한다. 또한 보정된 값으로 새로운 지도 번성을 지속한다. 편각이 보정하지 않은 지도에 기반한 여행은 과거에 아무리 큰 성공을 했다 하더라도 재앙으로 인도한다.

1912년 4월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사건에 대한 후유증이 가지지 않은 시점인 1914년 1월 또 다른 대형 해안 사고가 발생해 미국을 큰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안개 낀 버지니아 연안을 운행하던 증기선 먼로 호가 상선 낸터킷 호와 충돌해서 41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하원은 선박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곧바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 먼로 호 선장 에드워드 존슨은 표준 자기 나침반과 2도나 차이가 나는 항해 나침반을 가지고 배를 조타한 사실이 드러났다. 변론 과정에서 에드워드 존슨은 능숙한 선장은 이런 차이 나는 나침반을 사용하는 것은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행에 따라 존슨이 먼로 호 선장으로 일하던 동안 항해 나침반을 한 번도 조정하지 않았다. 편각을 보정해서 제대로 항해하고 있던 낸터킷 호의 오스먼 베리에게 먼로호의 선장 존슨이 눈물로 사과했다.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 있음의 가장 근원적 증거는 떨림이다. 떨림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 자그마한 실수도 떨림이다. 어떤 사건과 함께 찾아오는 감정도 떨림이다. 이런 떨림이 수렴하고 있는 곳인 나침반의 떨림을 지각하는 사람은 대단한 통찰력의 소유자다.

실수는 나침반의 자북이 더 이상 북쪽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신호다. 자신 나침반이 제시하는 자석의 북극과 진짜 진북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나침반도 이 긴장 때문에 떨리기 시작하고 이 메시지를 실수와 실패로 전달한다. 실수와 실패로 떨리지도 못한다는 것은 죽음의 증거다. 죽은 고목은 조그만 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다. 바람에 흔들리고 떨리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필 수 있는 생명은 없다. 떨림을 넘어 춤출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음의 가장 높은 고수의 단계에 도달했음의 증거다.

꽃도 살아 있음을 증거하기 위해 떨림을 받아들이고 바람에 맞춰 춤추는데 우리가 가진 나침반이 떨림이 사라졌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최후통첩이다. 떨리지 않는다면 버려야 할 나침반이다. 나침반이 죽어 달라진 세상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죽지 않아도 먼로호와 낸터킷 호처럼 더 큰 재앙에 직면해 죽게 된다.

떨리는 지남철

- 민영규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야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여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한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 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영규 시인의 조언처럼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떨리는 나침반을 텅 빈 마음의 중심에 세워 좀 더 심하게 흔들려보자. 가능하면 춤도 춰보자. 우리 몸, 마음, 정신이 모두 살아 있음을 흠뻑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