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 회장님이 임원진에게 자식에게는 잘해주면서 왜 부하들에게는 애정을 보이지 못하는 지를 훈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과 훌륭한 리더가 되는 과정에서는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큰 장애가 존재하는 것을 설명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눈에 부모들은 자식에게는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이 아니다. 얼마 전에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진성부모 연구회에서 출간한 <아이는 최고의 스승이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사랑이 아녔음을 고백했다. 저자들은 자식에 대한 사랑도 따지고 보면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였음을 고백했다. 말로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자신에 대한 열망과 이기심을 실현하기 위해 모범생이라는 임의의 침대를 만들어 자식을 잡아 가두고 손과 발을 침대에 맞춰 자르고 있는 행위를 자식 사랑이라고 명명했음을 고백했다. 아이의 미래 정체성에 대한 열망과는 상관없이 어떤 희생을 감내하고라도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고소득자고 평생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이를 의대에 보내겠다는 결심을 한 부모라면 자신이 의사가 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편애를 극복하지 못한 잘못된 사랑이다.

자식에게나 부하들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베푸는 것은 보이는 재능 뿐 아니라 이들의 아픔조차 사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남들의 아픔조차 사랑하는 사랑을 우리는 긍휼(Compassion)의 사랑이라고 명명한다. 긍휼이란 아픔을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아픔을 원인의 수준에서 새롭게 정의하고 아픔을 벗어날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을 실현하는 일에 주체로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과 혁신이 빠진 아픔에 대한 사랑은 긍휼이 아니라 인지적 공감(Empathy)나 위로(Sympathy)일 뿐이다.

자신의 잘난 것에 대한 사랑의 편애가 아닌 온전한 긍휼의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수준의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긍휼(Self Compassion)을 전제로 한다. 자기긍휼이란 자신의 받은 재능과 유전자 복권에 대한 편애를 넘어 세상의 문제를 풀지 못해 기형아이자 내면의 그림자로 전락한 성인아이의 고통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아이를 주체적 삶의 주인으로 키우는 자신에 대한 온전한 사랑을 의미한다.

우리는 유전자 복권으로 받은 재능, 외모, 성별, 학벌, 건강, 돈 많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행운만을 편애해 골리앗으로 키운 외적자아와 풀지 못한 유전자 복권으로 풀지 못한 문제의 책임을 투사 받아 성인아이로 쪼그라든 내적자아가 서로 같은 내면에서 분절되어 싸우는 한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자기긍휼의 근력이 없다. 유전자 복권을 탄 자아는 골리앗이고 유전자 복권으로 풀지 못한 문제를 책임진 자아는 찌질한 다윗으로 내면에서 이길 수 없는 분열적 싸움에 자신을 소진시킨다.

자기긍휼의 사랑으로 두 자아를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실현하는 협업의 파트너로 세우지 못한다면 자신의 유전자 복권과 혈연에 대한 편애를 넘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온전한 어른이 되지는 못한다. 골리앗과 다윗이 화해하는 경우에만 내면의 상처는 치유의 과정을 겪고 진정으로 온전하게 남들도 사랑할 수 있는 긍휼의 사랑이 복원된다.

성인아이를 다윗으로 일으켜 세우는 자기긍휼은 부끄러움 (shame)과 상처받을 용기(vulnerability)를 전제로 한다. 상처받을 용기 (vulnerability)는 자신의 취약성인 성인아이의 고통을 직면하는 용기다. 다윗에게 난 상처에 구더기가 생기고 무서워서 여기에 거적을 덮어놓고 살았던 거적을 들춰내는 용기가 상처받을 용기다. 상처 받을 용기는 아픈 자신도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자신과의 화해의 기반이다. 이 용기의 크기에 따라 자신에 대한 신뢰잔고도 결정된다. 신뢰란 자신을 믿기 때문에 어떤 손해와 고통도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이다.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이 상처에 덮어놓은 거적의 가드를 내리고 고통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기긍휼은 우리에게 부끄러움 (shame)이라는 가드를 내리게 만든다. 평소 바쁘다는 또한 살아남아야 된다는 핑계로 고통이 성인아이로 자라는 것을 방기했던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솔직하게 인정되는 순간 성인아이에 덮어 놓았던 거적을 걷어내는 용기가 생긴다.

자기긍휼의 온전한 사랑으로 자신의 성인아이가 청년 다윗으로 치유되고 삶의 주인공으로 돌아 오게 되면 온전하게 세상과 남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의미의 성인 자격이 부여된다. 온전한 성인이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자기긍휼을 토대로 남들도 온전하게 긍휼로 사랑해가며 자신을 초월해 세상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자기긍휼(Self compassion)의 근력이 있는 성인들만 자식을 온전하게 절대적 타자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회사와 직원도 온전하게 사랑하는 긍휼의 사랑의 힘을 깨닫는다.

자기긍휼이 부재한 부모는 유전자 복권의 원리에 따라 각자도생을 강조하는 진화론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진화론적 가정이 만든 경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고 싶어하는 진화론의 이기적 본능은 경쟁자인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자신의 성인아이 문제를 자기긍휼로 해결해보지 못한 사람이 능력과 직책을 기반으로 리더로 등극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규정한다. 자신에 대한 지독한 편애와 나르시즘은 부하들을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일뿐 아니라 자식도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일에서도 장애를 경험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아닌 자기긍휼을 바탕으로 한 온전한 사랑이다. 자기긍휼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환대(Hospitality)이 요구된다. 자신의 과거의 잘잘못을 묻지 않고 자신의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여 치유하고 환대하는 자신에 대한 <절대적 환대>의 기반이 복원될 때 타자의 이름을 묻지 않고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이들을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는 절대적 환대의 공동체에 대한 전망도 가능할 것이다.

#Self_compassion #Compa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