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 초까지만 해도 경기도 나름 활성화되어 있었고 경기 활성화와 낙관적 전망에 기대어 신자유주의의 경영원리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신자유주의는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을 창출해서 대주주를 기쁘게 하는 것이고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고용된 대리인(경영자, 관리자, 종업원)은 일사분란하게 뭉치고 경쟁해서 시장에서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어 대주주를 기쁘게 하는 것을 경영의 원칙이라고 믿었다.

이 당시만 해도 경기가 받혀주어서 높은 매출을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달리면 대부분 기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다. 성과를 달성하면 대리인 이론에 따라 기여도 순위를 나눠 분배하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달성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해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 당시 리더십의 대표적 화신이 작고한 GE의 젝 웰치였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이 아니라 오직 이윤만을 생각하는 자본가와 경영자들의 탐욕으로 경기의 거품이 꺼지고 지금의 L자 장기 불경기에 도달하자 시장 경쟁을 통해 높은 매출을 달성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경영자들이 이전의 성공 관행대로 그대로 밀고 나가는 리더십을 행사하자 이런 카리스마 리더십은 갑질이 되어 기업과 사회를 초토화 하기 시작했다. 리더를 무서워하는 리더십 포비아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성리더십이 한국에 설파되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만 해도 경기도 살아 있고 시장의 무한 경쟁을 통해 성과를 달성하는 카리스마 리더가 지배적이어서 리더다운 리더의 모습으로 선한 영향력을 설파하는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을 설파하기가 쉽지 않았다.

진성리더십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나보고 착하게 살라는 이야기냐?"라고 반문했다. 신주유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 사람들은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시장에서 악착같이 경쟁해서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정도를 지키며 착하게 사는 것은 루저의 대명사였다. 기업의 경영자들이나 리더급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더 악독하게 이를 악물고 성공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성리더십은 이들에게 찬물을 뿌린다고 오해했다.

이런 오해는 착하게 사는 것과 선하게 사는 것을 혼동한데서 생긴 오해다. 착하게 사는 것은 윤리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을 의미하지만 선하게 사는 것은 더 나은 가치로 남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그림에도 보여지고 있듯이 세상의 질서를 만드는 방식은 세 가지 울타리를 통해서다. 가장 널널한 울타리는 법의 울타리다. 법은 남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을 보장하는 울타리다. 이보다 터 엄격한 울타리는 상식의 울타리다. 상식의 울타리는 법에 저촉받지 않아도 자신의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 같으면 자제하게 만드는 울타리다. 카르텔이나 조직정치를 한다는 것은 법에는 걸리지 않을런지 모르나 상식의 울타리를 벗어나 특정한 다수에게 침해를 주는 행위다. 법과 상식의 울타리을 지키는 것을 학문적으로는 남에게 침해를 주지 않는 원칙이라고 해서 부정적 외재성이라고 부른다. 부정적 외재성은 우리가 윤리적으로 산다는 것 즉 착하게 사는 것의 기준이다.

우리에게는 부정적 외재성을 위배하지 않고 윤리적이고 착하게 사는 것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이고 공동체 삶의 필요조건이다. 법꾸라지는 법의 울타리를 넘나 들며 자문을 해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어떤 사람들은 카르텔이나 정치적 연줄을 이용해서 상식의 울타리를 몰래 넘나들며 자신들의 이득을 챙길 때 사회질서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법과 상식은 현재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성숙한 시민사회는 이런 법과 상식의 울타리가 지켜져서 누구도 남들에게 침해를 주지 않는 착함의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런 사회가 만들어지면 시민사회의 성숙도는 마지막 울타리에 의해서 판명된다. 마지막 울타리는 가치의 울타리다. 가치의 울타리는 미래의 질서를 만드는 울타리다. 우리는 자신이 목숨처럼 지켜야 할 가치의 울타리가 있을 때 울타리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실험에 매진할 수 있다. 이 가치 실험에 성공해서 미래의 가치를 서비스나 제품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선한 사람, 선한 기업, 선한 리더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남들을 침해하지 않는 착함이 현재질서를 만든다면 미래의 질서는 선함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선함은 현재의 질서를 책임지는 부정적 외재성이 아니라 미래의 질서를 책임지는 긍정적 외재성이다. 선하다는 것은 존재가 남에게 윤리적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존재 자체가 가치가 있어서 그 자체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착함과 선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살아 부정적 외재성을 침해하지 않는 착함이라는 일반적 분위기가 필요조건으로 충족되어야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실험하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선함의 영향력의 공간도 만들어진다. 착함은 현재 질서를 만드는 필요조건이라면 선함은 미래를 책임지는 질서의 충분조건이다.

진성리더는 적어도 자신의 행동에 의해서 구성원들에게 부정적 외재성을 끼지지 말아야 하고 이런 착함을 넘어서 자신이 리더가 됨에 의해서 미래가 창출되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구약의 욥기도 착함과 선함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가르쳐준다. 친구들은 욥이 겪는 고난이 자신들이 모르는 부정적 외재성(죄)를 범한 결과이고 하나님이 이것을 알았기 때문에 욥에게 고통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욥도 세상의 질서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부정적 외재성인 율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욥에게 하나님은 가치의 울타리를 세우고 세상을 창조하는 선함에 대해서 설명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착하게 사는 부정적 외재성으로는 최소한 남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세상을 만들지 모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미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헤서 해방되는 공의로운 세상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을 고통을 통해 가르친다.

하나님은 욥과 친구들에게 진정성 있는 크리스쳔으로 산다는 것을 가르친다. 진실한 크리스쳔이란 율법에 따라 죄를 범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가 미래의 질서인 선함의 원천이 됨을 뜻한다.

착함을 넘어 선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인간들의 고통을 근원적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진성리더다. 진성기업도 마찬가지다. 윤리를 지켜가며 정도 경영을 하는 것은 진성기업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온전한 진성기업은 이런 필요조건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착하고 윤리적으로 사는 것은 같이 사는 사회에서 질서를 만들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예의이다.

착함은 질서의 필요조건이고 선함은 충분조건이다. 착함과 선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질서와 미래 질서 혹은 질서의 전제와 본질의 관계다.

착함은 공동의 사회적 공간에서 최소한의 안정감을 만들어주지만 선함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부과하는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켜준다.

시민사회라는 것은 착함이 지켜질 뿐 아니라 선함이 만들어지는 사회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는지 모르지만 성숙한 시민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법꾸라지들과 상식의 경계를 넘나 들어가며 남들에게 해를 끼치는 각종 카르텔이 대한민국의 질서를 장악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들이 정의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착함조차도 실현하기 힘든 사회다. 국가는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법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비용 뿐 아니라 카르텔을 만들러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초래하는 거래비용도 감당하기 힘들다.

진성리더가 리더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가 감내하는 고통과 무질서는 어느 순간 국민 모두에게 암으로 발현될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진성리더를 리더로 세우고 이들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도 선한 영향력을 삶의 목적 함수로 삼는 시민국가에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