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까?
Darwin의 적자생존 원리를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원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Darwin이 자신의 진화론에서 주장하고 싶어 했던 것은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는 원리이다. "살아 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는 명제는 영속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시간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에 존재했던 동물 중 한 시대에 가장 강했던 공룡은 결국 멸종함에 의해서 시간의 검증을 넘어서지 못했다.
시간의 검증과정을 넘어서기 위한 비밀은 다윗과 골리앗을 싸움에 숨어 있다. 화려한 갑옷과 투구와 창과 검으로 무장한 골리앗과 다섯 개의 물맷돌로 무장한 다윗 간의 싸움은 결국 화려한 스펙과 자신에 대한 믿음 간의 싸움이었다. 화려한 스팩은 특정한 환경과의 정렬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할 수 있어도 환경이 변화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스팩만 가지고는 시간의 검증을 통과할 방법이 없다. 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자신의 어려움을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준다.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은 설사 한 싸움에서 패배했다 하더라도 이 패배를 기반으로 다음 싸움에서 이기게 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제공한다.
골리앗은 근거리 전투에서 유리한 최고의 스팩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스팩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지독한 근시였던 골리앗은 다윗에게 싸우려면 자신에게 오라고 명하지만 다윗은 골리앗에 다가갈 이유가 없다. 골리앗은 자신을 환경에 맞추어 적응해가기보다는 환경을 자신에게 맞추라고 명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스팩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모든 것을 맞출 때 범하는 흔한 오류이다. 반면 다윗은 골리앗의 요구대로 골리앗에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물맷돌에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실어서 거구증 환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지독한 근시안을 가진 골리앗의 눈을 공격해서 골리앗을 무너트린다. 다윗은 골리앗을 쓰러트린 후에야 비로서 결정적 한 방을 날리기 위해서 골리앗에 다가간다. 골리앗을 죽이기 위한 칼도 준비하지 못했으므로 결국 골리앗을 칼을 빼어 골리앗을 베어버린다. 골리앗에 가장 큰 스팩을 구성했던 칼이 골리앗 자신의 목숨을 빼앗는 무기로 전락한 것이다. 스팩으로 무장한 골리앗은 시간의 검증을 절대로 통과할 수 없는 공룡에 불과했던 것이다.
스팩이라는 것은 특정한 환경에서 특정한 변화에 성공하기 위한 조건적 자신감을 제공해주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은 어떤 환경에서도 시간의 검증을 넘어설 수 있다는 근원적 자신감의 기반이 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자신이 자랑스러워하고 남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신만의 DNA인 정체성에서 나온다. 정체성은 시간의 싸움을 넘어서 자신을 생존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인 것이다.
공룡과는 달리 라이너테일이라는 물고기는 수 천 년 동안 자신의 종족을 보존해온 시간의 검증과정을 넘어선 동물이다. 라이어테일은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리더인 수컷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잡혀 먹거나 죽게 되면 암컷 물고기 중의 가장 우두머리가 성전환을 한다. 수 시간 내에 이 암컷에는 고환이 생기고 부리는 수컷과 같이 검붉게 변환된다. 라이어테일이 수 천 년이라는 시간의 검증과정을 이겨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종족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주변적인 정체성인 성 정체성까지도 과감하게 포기하며 자신 종족의 정체성을 보존하여 살아남은 것이다.
성 정체성까지 포기하고 얻은 라이어테일과 같은 정체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시간의 검증을 넘어서게 할 그런 본질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특히 최고의 스팩을 가진 세대라고 알려진 요즈음의 젊은이들에게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