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보면 놀라는 사례로 한국사람들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다. 또한 버스가 정거장으로 달려오고 있는데 기다리지 않고 달려 나간다. 자판기 커피 컵이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린다. 영화관에서 스크롤이 올라가기 전에 나간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지퍼를 내린다. 음료수를 계산하기 전에 따서 마신다. 사례는 수도없다.
오늘 동양철학 공부하시는 분들과 이야기하다 이와 같은 급해보이는 한국인의 성격은 급한 성격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의 못말리는 주체성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국인들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있어가면서도 집단성 안에서 은근히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이라면 집단 속에 있어도 자신이 매몰되어 똑 같은 객체로 취급받는 것을 창피해하고 못참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버스가 오면 버스의 객체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성을 발현하기 위해 버스 쪽으로 뛰어간다는 것이다. 스크롤이 다 올라가서 할 수 없이 객체로 쫒겨나가는 신세를 면하기 위해 먼저 퇴장한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자동적으로 닫히기 전에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슨 역할이던 해야 체면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이 타당성이 있는 것이 이런 성향은 성격이 급하던 느긋하던 모든 한국사람들에게 목격된다는 점이다. 급한 성격의 문제라면 성격이 비교적 느긋한 사람은 이런 행태에서 예외가 되야하나 이들도 다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급한 성격이 이런 행동의 원인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잘못 추론한 거짓인과관계이다.
한국민족은 그만큼 집단 속에서도 자신의 주체성에 대한 본능적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 주체성이 집단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최고의 희열을 느끼는 민족이 한국인들이다. 홍익인간의 이념도 자기가 주체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변화를 일구어 우리의 범주에 포함된 다른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체적 목적 스토리로 세상의 변화를 일궈내겠다는 마음이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라는 선언이기 때문에 객관적 증명이 필요한 진실성과는 다른 정서이다. 한국사람들은 빨리 빨리의 시간의 노예로 살아가는 민족이라기보다는 진정으로 진정성을 중시하는 진정성의 민족인 것이다. 이와 같은 주체성과 진정성이 한국을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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