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은 18세기 영국의 대표적 계몽주의자이다. 계몽주의는 중세의 암흑세계로부터 사회를 구해내자는 운동의 일환이다. 세기적 변혁운동인 셈이다. 베이컨은 자신의 책 <신 기관 (New Organ)>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학습하는 방식을 개미방식, 거미방식, 꿀벌의 방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개미방식으로 학습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지식을 밖에서 가져와 개미집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 스타일로 학습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문제는 이 지식들을 유기적으로 엮어주는 특별한 이론적 체계는 없다. 영어서전이나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워서 학습을 한다면 아마도 개미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 될 것이다. 거미방식은 자신만의 이론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경우이다. 완벽한 내재적 논리를 구축하여 자신이 쳐놓은 논리의 거미집에 들어오는 먹이는 확실히 잡아서 소화시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학습방법은 거미집 밖을 벗어난 세계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자신이 만들 이론체계의 나르시즘에 빠져 평생 여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이론적으로 무장하고 있으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독선의 세계에 갇히게 하는 학습방법이 바로 거미방식이다. 거미는 자신의 세계를 벗어난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일부러 무시한다.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세상이 한 몫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을 잘알기 때문이다. 독선적 이론체계에 너무 매달려 매일 매일의 삶이 자신을 변호하고 방어하는데 빠져 있다면 거미방식의 학습오류에 빠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꿀벌의 방식은 가장 창의적 학습방법이다. 꿀벌은 꿀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수없이 많은 꽃을 섭렵해가며 밖에서 채집해온다. 이 채집해온 꿀들은 개미방식으로 그냥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레서피를 이용해 독창적인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가 있는 꿀로 탄생시킨다. 꿀벌은 가장 독창적인 자신만의 꿀을 만들어내는 사명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배우고, 세상의 향내를 맞아가며, 다양한 꿀을 채집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삶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삼원학습의 대가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삼원학습의 꿀벌의 삶을 모델로 삼고 있다.

개미방식으로 학습을 하거나 거미방식으로 학습을 하는 것은 모두 일원학습이다. 개미는 부지런해서 실천위주의 지식을 축척해 놓는다. 반면 거미는 독선적이어서 이론적 지식만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개미의 문제는 실천을 뒷받침해주는 이론의 부재이고 거미의 문제는 이론을 검증해주는 경험적 실천의 부재이다. 현업에서 이것저것의 노하우를 많이 취득한 베테랑들은 실천을 기반으로 한 일원학습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실천들 간의 엮어 줄 수 있는 자신만의 이론체계를 형성했다면 이들은 일원학습보다 고차원인 이원학습을 한 것이다. 반면 상아탑에 갇혀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자들이 있다면 이들도 역시 거미식의 일원학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사람고치는 기술만을 터득했다면 이들의 학습도 일원학습에 국한된 것이고, 법조문만을 달달 외워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나 판사들도 자신들의 프랙티스가 미치는 영향력의 세계에 대한 매력적인 정신모형을 구축하지 못했다면 이들도 결국은 일원학습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자신의 미래와는 상관없이 학원에서 시험 잘 보는 기계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다면 이것들도 결국은 일원학습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학원에 가서 토익시험에서 답을 잘 고르는 방법을 학습해서 토익점수를 높였다면 이 사람도 일원학습을 진정한 학습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일원학습의 함정을 들여다보면 생각 외로 똑똑하다고 알려진 사람들, 전문가라고 불리는 집단의 사람들이 일반사람들보다 더 많다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은 누구보다 일원학습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고 이를 통해 얻은 성공의 체험이 독약이 되어 일단 함정에 빠지면 더욱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교육문제는 교육의 리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일원학습만을 진정한 교육이라고 믿고 이 함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일원학습의 방식은 거미의 방식이다. 본인은 삶의 본질을 발견했다고 믿는 믿음의 감옥에 갇혀서 세상으로부터 서서히 잊혀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어떤 현상의 뿌리에 해당되는 것을 지칭한다. 하루하루의 내 삶 자체가 현상이라면 이 현상을 설명해주는 원인을 발견해 논리적으로 이 인과관계를 완성했을 때 사람들은 본질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설명해주는 근원적 이론을 찾아냈을 때 본질을 발견했다고 유레카를 외친다. 이 내 삶을 설명해주는 이론은 내적 흠결이 발견될 때마다 이 흠결이 고쳐져서 더 완벽한 이론으로 진화된다. 하지만 벌꿀의 삶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해가며 자신의 이론을 고쳐나가지 못할 경우 이 본질은 자신을 가두는 거미집으로 변화해서 그 안락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자신을 서서히 고사시킨다. 거미의 일원학습은 자신만의 이론으로 안락함을 구사하지만 이 안락함에 취해 거미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은 고사당하는 삶이다. 거미집은 우리를 서서히 고사시키는 암덩어리인 셈이다.

어제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7기 졸업생들과 모임 중에 거미의 삶의 안락함이 우리를 어떻게 서서히 죽여가는가가 뜨거운 화두였다. 우리 진성리더 아카데미 구성원들은 다 자신만의 사명을 기반으로 삼원학습을 해가기로 작정한 사람들이고 진성도반들이 세상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기 때문에 이런 거미 삶의 위험에 처할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많이 안도했다.

갑자기 이뤄진 모임이라 남성도반들이 못 오셔서 애석했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게되서 반가웠습니다. 어제 감탄하며 마신 커피향처럼 향내나는 삶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