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4-03 17:08
[N.Learning]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자본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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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자본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논어의 안연편(顔淵篇)을 통해 공자가 한 말로 알려졌다. "신뢰가 없다면 어떤 주체든 제대로 설 수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주체는 거래하는 상대방이 될 수도 있고, 조직, 사회, 국가도 될 수 있다. 신뢰를 상실하면 인간, 조직, 사회, 국가 안에서의 모든 거래가 무너진다.
논어의 안연편에 보면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국가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것에 대해 묻는다. 이에 공자는 식량, 군대, 백성들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답변한다. 자공이 한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하나를 더 버려야 한다면 식량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신뢰는 버릴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백성이 국가를 믿지 않는다면 국가는 이미 죽은 나라라고 본다.
신뢰가 있다면 상대가 가진 것을 마치 내것처럼 빌려다 쓸 수 있다. 신뢰를 신뢰자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뢰에는 조건적 신뢰와 무조건 신뢰가 있다. 조건적 신뢰는 전통적으로 자신이 상대와의 거래에서 감당할 수 있는 손해의 크기로 정의되어 왔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나에게 천만원을 무담보로 빌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못받는 위험을 전제로 친구에게 천만원을 빌려줄 수 있다면 나와 친구의 조건적 신뢰잔고는 천만원이다.
조건적 신뢰가 있다면 상대와의 거래에서 이미 천만원을 손해볼 것을 감수했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위험이 있어도 기회가 되는 행동을 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결국 상대와의 거래에서 위험을 부담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손해보기로 작정한 금액에 해당하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다는 것은 모든 것을 현금으로 계산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린다는 의미다. 신뢰자본의 반대말은 현금거래다. 천만원의 조건적 신뢰가 있다면 천만원 범위에서는 서로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다.
신뢰의 대상이 상대가 될 수도 있지만 대상은 상사가 될 수도 있고 회사가 될 수도 있고, 사회가 될 수도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외연이 커지더라도 신뢰가 있다면 구성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나선다. 사회나 국가에 축적된 신뢰잔고가 없다면 구성원들은 사회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나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조건적 신뢰의 문제는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 요구하면 더는 신뢰의 기제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다른 문제는 신뢰는 쌍방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뢰를 연기하는 사람들에게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사기꾼은 신뢰를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사기꾼이 사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신뢰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사기꾼은 사기를 치기 직전까지는 자신이 순도 100%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연기한다. 연기가 받아들여지면 상대의 믿음을 지룃대로 삼아 사기를 치고 도주한다. 사기꾼의 문제는 사기행각이 알려지면 사회에서 퇴출된다. 다시 사기치기 위해서는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세탁해야 한다. 연속해서 사기에 성공하는 사람은 그만큼 뛰어난 연기자다.
조건적 신뢰와 대비되는 무조건적 신뢰는 무엇이고 어떻게 생성될까? 조건적 신뢰가 상대의 자본을 자신의 자본처럼 가져다 쓰는 범위각 정해진 신뢰라면 무조건적 신뢰는 이런 범위가 없이 죽을 때까지 무한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신뢰자본이다.
무조건적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나갈까?
무조건적 신뢰는 존재이유에 대한 약속과 이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에 대한 믿음이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받아들여졌을 때 생성된다. 존재이유는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정체성이다. 존재이유는 죽음과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다. 존재이유가 무너졌다는 것은 죽음에 처한 것과 같다. 정체성의 본질인 존재이유에 대한 약속을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려는 노력들이 인정되면 구성원들은 존재이유의 약속을 지키는 장본인에게 무한한 믿음을 보여준다. 혹자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다른 약속과 구분하여 서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존재목적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이 무조건적 신뢰의 기반이다.
존재목적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는 진정성(Authenticity)을 통해 만들어진다.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진정성이란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의 진정성을 의미한다. 존재목적에 대해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와 구성원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어려운 상황이 와도 한결같은 상태가 진정성이다.
자신의 존재목적을 찾지 못한 리더는 무슨 약속을 해도 무조건적 신뢰에 도달할 수 없다.
사람을 넘어 회사, 사회, 조직, 국가도 존재목적을 가진다. 회사, 조직,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존재목적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이끈다면 신뢰는 물건너간 일이다. 신뢰잔고가 사라지면 사람들은 일을 하기 전에 자신에게 유익이되는 방식을 찾아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현결제를 요구한다. 가지고 있는 현금만 가지고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존재목적을 모르는 리더가 이끄는 회사, 사회, 국가는 미래가 없다. 공자가 예언한 무신불립(無信不立)이 현실이 된다. 회사, 사회, 국가가 똑바로 서서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근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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