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것에 진심일 수 있을까?
직접동기 대 간접동기
기업에서도 경영자들이 경영과 리더십의 부재 때문에 불만이 생기면 불만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그래로임에도 기업이 운좋게 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리더십과 경영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결국 회사돈을 엉뚱한 곳에 쓰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로 경영자는 배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생산성 증가분을 격려하는데 최소한으로 정당하게 써가며 종업원들을 신나게 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에 대한 직접동기와 간접동기에 관한 문제다.
어느 가게 옆에서 아이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놀고 있다. 주인은 시끄러운 아이들로 장사에 방해를 받자 묘안을 생각해낸다.
너희들이 내일도 여기와서 즐겁게 놀면 너희들 모두에게 만원씩을 지급하마.
아이들은 이게 왠 횡재냐며 다음 날도 와서 신나게 떠들어가며 놀았다.
주인은 돌아가는 아이들을 다시 불려 내일도 다시 와서 즐겁게 놀면 5천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만원은 아니지만 이게 왠 횡재냐며 다음 날도 아이들은 가게 앞에 와서 떠들석하게 즐겁게 놀다갔다.
아이들이 떠나기 전에 내일 또 다시 오면 5천원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다음 날도 역시나 아이들이 나타나서 신나게 놀았다.
그날 신나게 놀다가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가게 주인은 다음과 같은 황당한 선언을 한다. 내일부터는 너희들이 여기와서 떠들고 놀아도 돈은 더 이상 못 준다.
실망한 아이들은 다음 날부터 가게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위의 우화는 돈이라는 외재적 보상이 즐겁게 노는 어린이들의 내재적 동기를 어떻게 무너트릴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우화이다. 아무 보상없이 내재적 즐거움을 위해서 놀았던 아이들이 돈을 안준다니 더 이상 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즐거워하는 놀이를 멈춘 것이다.
외재적 보상은 아이들이 진심으로 노는 것의 간접동기다. 직접동기는 최대한 다른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노는 것이다. 처음 아이들은 돈을 위해서 놀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노는 것자체가 목적이자 직접동기였다. 어른의 일도 마찬가지다. 목적에 근접한 상태로 일하면 일하는 것도 모두 놀이로 전환된다. 일이 일이 되는 순간은 목적과 상관없이 생계만을 위해서 일하거나, 습관적으로 일하거나, 남을 위해 설정된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니체도 인간으로 성숙해가는 단계를 남의 노예로 사는 낙타단계, 남을 노예로 부려먹는 사자단계, 자신의 목적을 찾아 자신의 목적이 명하는 대로 사는 어린이 단계로 나누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해 자기진실성(True to oneself)이 있을 때 진심이 된다.
자기 진실성이란 자신에게 해주는 존재목적에 대한 스토리가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스토리와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자기 진실성이 떨어지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속으로는 자신의 존재목적이 아닌 자신의 단기적 목표나 욕심을 챙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면의 자기욕심이나 단기적 욕심을 노출하면 상대가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마치 진실한 목적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자신을 디커플링시킨다. 어떤 사람의 존재목적에 대한 자기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의 삶은 진심과는 거리가 있다. 거리를 줄이기 위해 연기를 하던 돈으로 상대의 환심을 사야한다.
자기 진실성이 있는 목적을 깨달고 이 목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몸을 일으켜 세워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함을 통해 자신을 좀 더 온전한 인간으로 만드는 체험이 최고의 종업원 체험이다. 이런 종업원 체험을 제공하는 회사에서만 일이 직접동기로 작동한다. 이렇게 온전한 전문가로 성장하는 사람들은 설사 회사가 문을 닫은 일이 있어도 외부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보전해가며 자신의 경력의 회복탄력성을 유지한다.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경력의 소유자된 행운은 회사가 자신을 온전한 인간으로 키우는 일에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종업원에게 임금을 주고 인적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존재목적이 있는 회사는 종업원들을 인적자원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으로도 생각한다. 인적자원으로 생각하는 국면이 문제가 생기면 불만이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인적자원으로 기여한 분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통해 불만을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자원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측면을 고려해서 직접동기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일이 직접동기로 작용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자신의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고 각종 간접동기의 불만 사항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회사 종업원들 대다수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들이 회사에서 더 이상의 직접동기에 대한 체험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회사의 경영자는 회사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실패한 경영자다.
경영자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에 실패하는 이유는 직접동기의 부재로 생긴 문제를 모두 인센티브나 돈 즉 간접동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믿음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술꾼이 집앞에서 열쇠(직접동기)를 잃어버리고 집 옆의 가로등(간접동기) 밑에서 열쇠를 찾고 있는 국면이다. 이들에게 왜 여기에서 열쇠를 찾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여기가 가로등 불 밑이어서 밝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시대가 변화했음에도 아직도 이런 술꾼의 논리에 빠져 회사 돈으로 배임행위를 해가며 가로등 밑에서 자신의 열쇠를 찾고 있는 경영자가 있는 회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회사다. 자신들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