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논쟁이 뜨겁다. 대학에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이런 논쟁은 불편한 논쟁이다.
지금은
초뷰카시대이다. 변화가 상수이고 위기가 변수로 설정되어 있다. 창의성이 화두다. 이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답이 정해져 있는 획일적 수능시험에 사활을 걸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교육이 길을 잃어도 한참 길을 잃었다는 것을 뜻한다.
미래는 과거의 성공과 존재하는 관행을 답으로 생각하고 이 답을 업데이트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미래는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창의적 개념으로 제안하는 것에서 미래는 시작된다. 이 제안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하면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재무적, 인적 자원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 협업으로 동원된다. 미래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던 개념적 현실이 실제 현실로 태어난 것이다. 미래는 쓰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천양지차로 벌어지는 백지수표 책다. 미래가 풍성해지는 이유는 답이 없는 세상에 다양한 답을 창의적으로 구성함을 통해 창안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획일적 수능은 이런 미래의 구성주의 방식과는 전혀 신크로 하지 않는 방식이다. 킬러 문항도 결국은 답을 비비 꼬아서 만들었지만 답이 있는 문항이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학생들이 이처럼 정해진 답을 찾는 방식의 가장 초보적 일원학습에 인생의 상당부분을 소모한다. 토익학원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 답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서 토익 만점을 맞아도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형이 수능에도 그대로 재현된다.
이런 수능 방식 때문에 대학은 그냥 줄세우기 방식의 서열경쟁의 희생물이 됐다. 결국 이런 방식의 선발방식이 대학의 몰락을 자초했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이런 잘못된 방식은 고득점 학생이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이 아닌 의대에 몰빵하는 촌극을 초래했다. 대한민국 교육은 한 마디로 길을 잃어도 크게 길을 잃었다. 답이 없는 미래를 마치 답이 있는 것처럼 믿게 하고 수능만이 최고의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 것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무너트렸다. 미래는 높은 수준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답들이 산출되고 이 산출된 답들이 연결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진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대학이 미래를 창출하는 창의적 인재의 요람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수능은 미국의 SAT 처럼 기초학력 수준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더 쉽게 바뀌어야 한다. 대신 각 대학은 자신이 규정한 미래인재의 정의에 따라서 대학의 철학과 전문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국가는 이런 대학의 자율적 약속에 따라 인재가 선발되고 육성되는지를 평가하고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이 선발권을 포기하고 수능시험 고득점자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대학은 경쟁우위도 존재우위도 모두 상실했다.
이런 미래 지향적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대학 고유의 철학과 존재목적이 있어야 함에도 이런 존재목적을 세우고 여기에 맞춰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대학이 없는 것도 문제다. 대학과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남의 것을 따라잡는데 급급해 자신의 존재목적을 상실했다. 지금이라도 대학이 철학과 존재목적과 이것을 실현하려는 커리큘럼의 전문성이 정렬된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서열의 최정상에 있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생존할 개연성이 없다.
미래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상용화되어 AI기술과 로봇이 융합하는 단계에 이르면 의사이던 회계사이던 변호사이던 전문가는 모두 이들에 의해서 대치되는 시대가 된다. 지금 의대 몰빵으로 의대에 성공적으로 지원한 학생들이 의사가 되는 시점에는 의사가 수행하는 전문성은 모두 민주화가 끝난 시대일 것이다. 굳이 국가가 면허증을 주는 의사와 인증한 병원에 의존해서 치료하지 않아도 이들보다 더 싼 가격에 더 질높은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수능은 사설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정상적 수업으로 누구나 만점을 맞을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기초학력수준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적어도 10%의 학생들이 만점을 맞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고 답이 정해져 있는 수능이 대학시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축소시켜야 맞다고 본다. 대신 대학은 자신의 철학과 강점과 전문성에 따라 인재상을 정하고 이 인재상에 맞는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선발해서 미래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지금과 같은 수능에 의존해 선발이 결정되는 선발 시스템을 벗어나야 대학도 살고 대한민국도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