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말한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5년 20.3%로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다.

이미 대한민국의 대부분 지방은 초고령 사회에 도달했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강원도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4.0%이며, 충북(20.8%), 충남(21.3%), 전북(24.1%), 경북(24.7%), 경남(20.6%)이다. 심지어 의성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5.2%에 달한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도달한 일본에서는 정년퇴임 후 새로운 청년의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인 <흰머리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다. 흰머리 청년은 나이는 이미 고령인 65세에 도달했지만 세상을 배워서 새롭게 만들려는 창생 (創生)의 의지는 젊은이들 못지 않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흰머리 청년의 반대는 젊은 꼰대다. 젊은 꼰대란 나이는 젊지만 뭔가 배워서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새상을 만들려는 주체적 창생의 의지가 결여된 사람을 의미한다.

세상에 대한 마음의 안테나가 작동해서 안테나를 통해 울림을 만들고 있다면 누구나 청년이다. 나이가 청년임에도 이런 울림이 멈춰섰다면 젊은 꼰데다. 절대적 나이는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에 의해 규정된 것이지만 체험된 나이는 똑 같이 주어진 물리적 시간에 얼마만큼 자신의 주체적 체험으로 채웠는지의 카이로스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크로노스의 시간으로 똑 같이 100세까지 살았어도 자신이 주체적으로 채워넣은 삶이 전혀 없다면 카이로스의 시간에 따른 나이는 아직도 갓 태어난 아기일 뿐이다. 크로노스의 나이와 카이로스의 나이의 차이가 성인아이를 만든다.

요즈음에는 AI와 로봇이 발달해서 기술과 전문성이 민주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코딩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이런 기술적 진보를 자신의 일을 완수하는데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기술적 진보로 물리적 나이는 더 이상 삶의 변수가 되지 않는다.

흰머리 청년으로 다시 창생하는 기회를 놓치면 누구나 중년의 위기를 경험한다. 유전자 복권의 후광이 사라지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성취한 것도 없는데 회사에서 정년 퇴임의 압력은 거세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을 알았더라면 명문대학에 들어가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자명한 사실은 유전자 복권에 의지해서 잘 먹고 잘 사는 동안 자신의 삶을 창생의 시간으로 세우지 못했던 책임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회사의 임원으로 정년퇴임한 친구를 만났을 때 이 친구로부터 들은 일성도 <흰머리 청년>의 삶에 관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해도 누구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노예생활은 일 순위로 거절하겠다"라는 것이었다.

<흰머리 청년>은 육체적으로는 쇠퇴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울만의 이야기하는 진짜 청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회복해보겠다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써준 대본대로 사는 연기자의 삶에서 스스로가 대본도 쓰고 이 대본의 주인공도 되는 삶을 다시 창생한 사람들이 흰머리 청춘이다.

누구나 <흰머리 청년>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흰머리 노인>으로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머리만 검게 염색한다고 다 청년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머리를 염색하고도 청년의 길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흰머리 청년>을 연기하는 삶이 될 것이다.

결국 50대 후반의 삶을 결정할 <흰머리 청년>에 대한 선택이 죽는 순간에 <백발청년>으로 삶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 줄 것이다.

나이를 주체적 체험을 통해 창생을 많이 한 크로노스의 시간 개념으로 보면 나이를 기반으로 한 세대 차이는 더 이상 우리에게 사회적 편견과 장애로 작용하지 못한다. 65세 정년이란 개념도 무의미한 개념이 된다. 지금처럼 기술과 전문성이 민주화되고 있는 초뷰카 시대에 나이로 정년을 규정하는 것은 노령층을 빈곤층으로 만드는 잘못된 제도다. 기업도 65세에 도달한 분들의 창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만들어서 시행해야 한다. <창생 위원회>를 통해 65세에 도달한 사람들을 회사에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회사를 떠나게 살 것인지 정년을 다시 결정하는 HR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창생 위원회를 통과한 사람들이 흰머리 청년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고 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청년임을 인정받은 제 2의 탄생을 경험한 사람들이 된다.

요즈음 초고령화에 도달한 지자체가 젊은이들을 이입시키는 것이 자신들을 살리는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있다. 시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크로노스 전략이다. 카이로스의 체험된 시간 개념을 이해한다면 기존에 있는 노령 인구를 흰머리 청년으로 계발시키고 이들을 중심으로 도시와 농촌의 고유성을 살려내서 젊은이들이 제 발로 걸어오게 만들어야 한다.

요즈음 당을 새롭게 창당해서 노인과 젊은이를 나이로 갈라치기 하는 젊은이가 있다. 말은 창당이라고 하지만 크로노스의 시간에 빠져 스스로가 젊은 꼰대임을 소리쳐 외치고 있다. 정치공학에 빠져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애처로운 젊은이다.

모두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체험된 시간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은 절대로 숫자의 함정에 농락되지 않는다. 흰머리 청년으로 죽을 때까지 천수를 온전히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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