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모든 사건들을 합한 평균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기승전결의 이야기로 기억된다. 초반에 거지로 태어나 어렵게 살다가 왕으로 죽은 사람과 왕으로 태어났지만 거지로 삶을 마무리한 사람, 평범하게 태어나서 평범하게 생을 마감한 세 사람 모두 평균으로는 비슷한 삶을 살았지만 잘 살았는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천지차이다.

사람들은 삶을 기억할 때 마지막 삶의 결론에 맞춰서 기승전 스토리를 편집한다. 이 편집방향에 따라 거지로 태어나서 초반기에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왕으로 삶을 끝낸 사람이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으로 기억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우리가 산 초반의 삶을 마지막 성공을 위한 전주로 편집해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성공적인 삶을 평가해 미래 세대를 위해 기억의 뮤지엄에 남기는 방식은 시작한 지점과 끝지점을 이어주는 성공의 기울기다.

이 기울기가 있는 상태를 경영학자들은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라고 부른다. 초반에 부모 잘 만나 금수저로 살다가 유전자 복권 당첨금이 동나는 중반이후 폭락하는 주가같은 삶을 산다면 쪽박성장 (fade growth)의 삶을 사는 것이다. 부모가 물려준 금수저를 지키는 삶만 살아도 대박이다.

초반에 좋은 부모 밑에 태어나 유전자 복권으로 받은 좋은 머리와 타고난 재능과 부모의 재력으로 쉽게 살았어도 유전자 복권의 물이 빠지는 삶의 중 후반에도 이들이 성공적 삶을 살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결론의 결론으로 삶의 마지막에 웰다잉으로 마무리한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제대로된 승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