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3-14 15:02
[N.Learning] 진성리더의 게임전략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272  
진성리더의 게임전략
급진적 거북이
많은 학자들이 삶을 두 사람 사이의 양자 게임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넘어 다자 간 반복되는 게임 (N Persons Repeated Game)으로 생각하고 여기서 참가자 모두가 이득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게임 전략을 바꿀 필요가 없는 최적의 솔루션인 Nash Equilbrium을 찾기 위해 연구해왔다.
고전경제학은 시장은 수요와 공급을 통한 경쟁이 반복되는 게임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참가자 모두가 독립적 참가자이고 또한 앞의 게임의 결과가 뒤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이론을 세웠다. 고전경제학 가정은 매번 리셋되는 도박 게임을 연상시킨다. 이런 가정 아래서 최고의 내쉬 전략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고의 전략은 이길 수 밖에 없는 신이 게임 전략을 시뮬레이션했다. 신이 게임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정하고 이 가정을 통해 찾아낸 게임 전략을 인간이 따라야 할 전략의 규범으로 제시해왔다.
사회학은 고전경제학과는 다른 입장이다. 참여자는 독립적 게임자가 아니다. 게임이 시작 전에도 서로에 대한 상호 의존 상태로 맞물려 있다. 삶을 반복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학은 앞의 게임의 결과가 뒤의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반복게임을 가정했다. 이런 가정 하에 인간들이 게임에서 얻어지는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익을 넘어 어떤 정서를 느끼고 이 정서가 인간의 공동체를 만드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게임의 룰도 새롭게 규정되는 공진화를 가정한다.
고전경제학과 사회학의 사촌인 행동경제학은 중간자적 입장이다. 게임은 반복되지만 앞의 게임의 결과가 다음 게임의 초기값으로 반영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참여자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게임 전략을 연구했다. 엑셀로드 (Robert Axelrod)가 반복게임에서 최고의 전략으로 Tic for Tac을 제시했고 많은 학자들이 이 전략에 대한 수정전략을 제안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담 그랜트의 <Give & Take>에 제시된 Matcher도 Tic for Tac의 한 변형이다.
이런 반복 게임에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제는 게임에 끝이 있는지다. 끝이 있는 End 게임과 끝이 없이 무한 반복되는 Endless 게임에 따라 전략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행동경제학 실험에서도 참가자들은 분명이 게임이 끝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전략을 바꾸기 때문에 언제 게임이 끝나는 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삶이 반복되는 게임이라는 생각은 철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주제다. 가장 선두에 선 두 사람이 <차이와 반복>의 들뢰즈와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원회귀를 주장한 니체다.
들뢰즈는 행동경제학이나 사회학과 비슷한 입장이다.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과된 공간적, 개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차이를 생각했다. 들뢰즈는 반복을 통해 새로운 차이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부과된 형벌이 시시포스의 돌굴리기라고 규정했다. 이것을 극복한 새로운 차이인 변화가 지속되는 창생(蒼生) 철학을 기초했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오늘 지금 한 게임과 똑 같은 게임이 내일도 반복되고 결국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무한 순환루프 게임이다. 일견 고전경제학의 반복게임과 비슷하지만 니체의 생각은 이들보다 더 심오한 게임이다. 니체가 생각한 영원회귀란 오늘 게임이 죽을 때까지 반복되기 때문에 마치 오늘 하는 게임을 End game이라고 생각하라는 요지다. 오늘 게임이 삶의 마지막 게임일 경우 오늘 삶을 어떻게 최적이자 최상의 게임으로 운용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고전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인 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신을 모방한 규범을 제시했지만 신이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는 신의 도움 없이 인간의 힘의 의지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과 다르게 인간은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을 최선을 다해서 살지는 않고 오늘은 즐겁고 편하게 지내고 모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차연(Differance or procrastination)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이런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철학은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티브 잡스도 스탠포드 연설에서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삼일 동안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살 것인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물었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Yes의 대답을 못 내리면 죽음에 더 가까워지고 있은 것이어서 삶의 전략을 근원적으로 바꾸어야 할 시점이라고 자신에게 조언했다고 밝혔다.
종교에서 생각하는 삶의 게임은 이승에서의 삶은 앞의 게임이 다음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반복게임이지만 End Game에 대한 생각에서는 갈린다. 불교는 이승에서 살았던 게임 결과가 죽음 이후에도 반영되고 환생해서도 반영된다고 가정한다. 결국 이런 게임이 End 없이 무한 반복된다면 결국 최적의 삶은 이승에서도 부처처럼 사는 전략말고는 다른 전략이 없다. 니체의 영원회귀 철학은 불교의 윤회사상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는 End Game이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 이승에서 선하게 살면 이 선한 삶을 정산해 죽은 이후에는 천국에 가든지 지옥에 가든지의 결정될 것이고 한 번 결정되면 시간과 상관없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영생의 가정을 가지고 있다. 영특한 성직자들이 End Game의 함정을 이용해 몽매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면죄부를 판매하는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삼박자 구원과 같은 교리를 외치는 교회는 아직도 변형된 면죄부 판매 행위를 끊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진성리더십에서도 오랫동안 급진적 거북이라는 게임전략을 연구해왔다. 급진적 거북이 전략은 자신의 삶의 존재목적에 대해서는 믿음을 잃지 않는 급진성을 보이는 반면 실제 삶의 반복 게임에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자기가 가진 자원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정해놓고 여기에서 최적의 게임결과를 도출하고 이 게임의 결과를 지렛대로 삼아 다음 게임을 더 최적화 되도록 만든다. 게임이 끝나는 시점에서는 구성원들과 함께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도록 제안한다.
진성리더십도 앞의 게임의 결과가 뒤의 게임에 초기값으로 반영되는 반복게임을 가정하고 마지막 게임에서는 소위 Nash Equilibrium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시도한다. 진성리더십에서 마지막 게임은 더 이상 게임에 행동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모두가 경험하는 마지막 게임은 더 이상 삶에 개입할 수 없는 죽음을 앞 둔 게임이다. 개인에 따라서는 회사에 대한 개입이 끝나는 정년퇴직 시점이 마지막 게임일 수도 있고, 회사의 경우는 100년 기업에 도달한 시점을 임의의 마지막 게임 시점으로 가정하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스스로 개입해 만든 게임의 결과는 유산으로 정리되어 기억의 뮤지엄에 헌정되고 후세는 이 뮤지엄에서 자신의 날줄을 발견하고 자신의 씨줄을 엮어서 게임을 이어간다고 가정한다.
진성리더십에서는 마지막 게임이 끝난 후 자신이 약속한 존재목적을 얼마나 실현했는지를 정산한 게임의 최종결과를 산정해 각자가 남길 유산으로 부여받는다고 가정한다. 최적화된 게임전략은 매 게임마다 목적을 실현시키려는 의도를 개입시켜 서로의 이익을 충족하는 협동을 넘어서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에 협업하는 전략이다. 목적을 위한 협업에서는 결과적으로 참여한 모든 사람이 공동저자다.
진성리더십이 제안하고 있는 최고의 게임전략은 공유된 목적에 대한 의도를 매사에 개입시켜 생성한 협업(Collaboration) 전략이다. 협업은 서로의 이득을 위해 돕고 사는 협동(Cooperation)과는 다르다. 진성리더는 협업을 통해 협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제심합력 전략의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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