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3-14 15:19
[N.Learning] 경쟁우위가 존재우위를 따라오다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702  
존재우위가 경쟁우위를 따라오게 만들다
초급 임원들은 어떻게 탈로할까?
어떤 임원들이 임원으로 승진한 후 다시 C Level로 승진하고 다시 CEO 자리까지 오를까? 역으로 어떤 임원들이 C Level에 도달하지 못하고 임원 초급 임원 자리에서 해고 당하는 탈로(derailment)의 비운을 경험할까?
우리 연구실 연구원의 박사 논문 연구 주제다.
변화와 위기가 상수인 초뷰카 시대 리더십 여정은 사막 여행과 같다. 사막에서는 하루 밤만 지나고 나면 모래 바람이 불어와서 지형을 바꾼다. 본인이 지금까지 공들여 준비했던 지도(경험, 지식, 역량)가 하루만 지나면 쓸모 없게 변한다. 이렇게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여 자신이 준비한 지도가 쓸모 없게 만드는 길 잃음이 초연결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리더들이 현 존재로서 직면한 본질이다.
길 잃음이 본질이 된 상황에서도 리더는 구성원들과 같이 정해진 목적지까지 도달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임원이나 CEO는 일반 관리자에 비해 조직을 대표해 길을 잃지 않고 약속한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 책무가 더 막중하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 모든 리더들이 직면한 길 잃음 상황과는 달리 20세기 모든 리더십은 상황이론이었다. 상황이론은 상황에 맞추어 리더는 리더십 스타일이라는 씨앗을 마련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상황에 끼워 넣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리더십이다. 상황이론의 강점은 리더십의 씨앗으로 스타일을 넘어서 상황이라는 토양을 리더십 변수로 도입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론의 맹점은 상황은 당분간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이다. 힘들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나 상황이 바뀐다면 리더는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다시 바꿔 상황에 맞춰가며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 상황이론이다. 상황을 리더십 변수로 도입한 기여도 있지만 상황이론은 결국 리더를 외재적 상황이라는 운명의 감옥에 가두었다.
상황이 상당 기간 고정되어 지속된다는 가정을 가진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는 사막 여행자의 비유가 설파하듯이 변화와 위기가 상수가 된 세상이다. 초뷰카 디지털 시대는 상황이론의 전제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이다.
21세기 리더가 알아야 할 것은 21세기 초뷰카시대 리더십에서는 길 잃음이 본질이라는 점이다. 21세기 리더란 끊임 없이 길을 잃을 운명이고 길을 잃은 자신을 신속하게 일으켜 세워 다시 길을 가는 사람이다. 21세기 리더의 역량은 길 잃은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신혹하게 다시 길을 찾아 나서는 민첩성(Agility)다.
애자일 리더십이나 리더의 회복탄력성을 많이 언급하지만 이들도 21세기 초뷰카 시대 리더십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 주장은 아니다. 길잃음이 본질인 시대 리더가 제대로 된 회복탄력성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자신이 길을 잃었음을 인정하는 용기와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의 나침반을 꺼내서 길 잃은 지점의 위도와 경도를 찾아서 구성원들과 협업으로 다시 지도를 그려낼 능력이 있음이 핵심이다. 리더에게 나침반은 존재목적을 의미한다.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있는 리더는 길을 수시로 잃는 상황이 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길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만 하면 언제든지 나침반을 꺼내 길잃은 지점을 찾아내고 다시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 리더가 가진 나침반이 초뷰카 시대를 살아가는 근원적 자신감의 토대였다. 애자일이나 회복탄력성은 근원적 자신감의 프락치 변수일 뿐이다.
존재목적을 아는 리더가 초뷰카시대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지를 최초로 규명한 연구가 Green Peak and Cornell Study (2005-2009)연구다. 연구는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31개 기업에서 임원 72명을 선정해서 오랜 기간동안 심층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성과를 내거나 못낸 리더십 원인과 어떤 임원이 결국 CEO 자리까지 탈로하지 않고 도달하는지를 밝힌 연구다. 이들 중 30% 정도는 CEO 후보자였다.
실질적 성과를 내고 CEO 후보까지 오른 C Level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리더십 특성은 자기인식 Self Awareness 였다. 경험과 역량은 거의 비슷해서 이들의 성공을 예측하는데 차별적 변수가 되지 않았다. 이 연구의 결론은 성공적 임원이 되기 위해 경험과 역량은 기본이어서 더 이상 변수로 작동하지 않았다. 뛰어난 임원은 이런 기본 위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언제 리더로 시작했고 지금은 어디에 와 있으며 회사를 떠날 때까지 자신은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원들만 성과에서 차별성을 보였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존재우위이고 이 존재우위가 재무적 성과에서도 차별성이라는 경쟁우위를 이끌어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2010년 이후 미국에서 C Level의 리더십 교육은 대부분이 존재우위를 구성하는 자기이해능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내가 아는 한국의 임원 분들 중 CEO까지 올라가서 장수를 누리고 있는 분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역량이나 경험은 비슷하니 변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공개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의 목적지를 구성하는 존재목적에 대한 목적함수가 분명하고 이 목적함수를 최적화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단련하신 분들이다. 임원에서 탈로하신 분들 대부분은 아직도 임원으로서의 경험과 지식이 자신의 모든 성공을 결정해준다고 믿고 여기에 올인하신 분들이다.
우리 연구실의 연구원이 연구한 결론도 비슷하다. 초임 임원으로 발령난 임원들이 탈로하지 않고 CEO까지 오르는 비밀은 존재우위를 목적함수로 삼고 이를 실현함을 통해 경쟁우위를 따라오게 만들었던 경우다. 경쟁우위를 목적함수로 삼고 경험과 역량을 늘리기에 급급했던 임원들은 일정 시점이 되면 대부분 탈로했다.
탈로한 임원들 대부분은 상황에 끌려 다녀가며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는데 성패를 걸었던 분들이다. 탈로하지 않은 임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누구나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실존적 상황으로 인정하고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선제적으로 알아낸 자기인식이 뛰어난 임원들이었다. 이들은 길을 잃었을 때마다 길 잃었음을 인정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길을 잃었다고 판단될 때마다 자신의 존재목적의 나침반을 꺼내서 지도를 만들어간 길을 찾았다.
이들이 길을 잃었지만 길을 잃지 않은 이유는 이런 뛰어난 리더로서의 자기인식이 존재우위의 기반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우위가 유지되는 한 재무적 성과는 자동적으로 이들을 따라왔다. 탈로하지 않은 리더에게 앞에서 끌어주는 드라이버는 존재목적이었고, 뒤에서 밀어주는 밀개인 강화제는 재무적 성과였다. 성과를 드라이버로 삼고 따라간 임원들은 대부분 탈로했다.
변화와 위기가 상수인 초뷰카 시대에는 아무리 역량과 경험이 뛰어나도 자신이 길 잃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임원을 회사의 CEO로 세우는 만용을 부릴 수 있는 회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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