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사랑해주신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2011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을 업데이트하여 재출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은 시간의 검증을 통과해서 지속가능한 번성을 누리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운용하는 근원적 변화(Deep Change)의 원리에 관한 학술 도서다.

근원적 변화(Deep change)을 완수하는 여정은 변화한 세상을 이끄는 정신모형을 새롭게 바꾸는 과정과 새롭게 바꾼 정신모형의 지도에 따라 운동장이자 시스템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새롭게 만들어낸 지도에 따라 시스템 운동장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보는 기존의 정신모형(Mental Model)을 새로운 세상을 위한 정신모형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정신모형이 바뀌지 않았다면 근원적 변화를 달성했다고 볼 수 없다. 정신모형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을 Deep Learning이라고 부른다.

새롭게 업데이트한 <백년기업의 변화경영>에서 Deep Learning의 과정은 Learing -> Unlearning -> Delearning -> Relearning -> Learning이 뫼비어스의 학습 순환고리에 따라 선순환하는 과정이다.

1) 모든 학습의 시작은 기존에 있는 것을 배우고 맹목적으로 카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창의성의 대명사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모든 창의적인 것은 남의 것을 몸에 밸 정도로 익숙하게 카피할 수 있는 능력에서 시작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Learning은 남들의 정신모형을 카피하여 학습하는 학습의 시발점이다.

2) 남들의 것을 학습하고 카피하는 것이 능수능란해지면 자신이 배운 것이 자신에 맞는 옷이 아니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이런 생각에 도달해 자신이 배운 것들의 가정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단계가 Unlearning 단계다. Unlearning 은 기존 정신모형 가정의 타당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학습 여정이다.

3) 자신이 따르고 있던 정신모형의 가정이 자신을 고유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굳어지면 기존의 정신모형에서 떠나 새로운 정신모형을 위한 가정을 마련하는 단계가 Delearning의 단계다. Delearning는 낡은 정신모형에서 벗어나 기존 정신모형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내 새로운 정신모형의 얼개를 만드는 여정이다.

4) 새로운 정신모형의 가정들이 정립되고 이 가정에 따라 삶의 새로운 알고리즘이 채워지는 단계가 Relearning의 여정이다. Relearning된 정신모형의 유용성이 파악되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신모형을 다시 카피해서 학습한다. Relearning이 다시 Learning으로 연결된다.

뫼뵈어스의 순환고리에 따라 학습이 선순환되기보단 순환고리의 한쪽에 머물러 있을 때 실패나 성공의 덫에 갇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신모형을 카피만 해서 본인의 주체적 학습을 한번도 달성하지 못하면 아모리아(Aporia)에 갇힌 학습이 된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활용의 덫(Trap of Exploitation)이라고 묘사한다. 활용의 덫은 소위 말하는 성공의 덫이다.

반대로 기존의 정신모형을 탈출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가정을 만들기는 하는데 이를 통한 새로운 알고리즘이 창출되지 못해 탈출과 가정 만들기만 반복한다면 디아스포라(Diaspora)에 갇힌 학습이 된다. 경영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탐색의 덫(Trap of Exploration)에 빠져 있다고 설명한다. 활용의 덫은 소위 말하는 실패의 덫이다.

이 모형을 댓글 창에 첨부한 송창식이 가왕으로 대성하는 변화의 과정에 적용해볼 수 있다.

인터뷰에서 송창식은 처음에는 외국의 팝송과 번안곡을 카피해서 부르는 트윈폴리오 시뮬라크 가수였다. 이 단계가 Learning 단계다. 트윈폴리오로 나름 잘 나가던 1973년 어느 날 미군 방송(AFKN)에 나오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노래 경영 대회를 듣다가 자신이 지금까지 불렀던 블루스와 클래식 노래의 수준은 이들 아마추어보다 못하다는 각성에 도달한다.

지금까지 트윈폴리오와 독립 가수로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만들었던 정신모형의 타당성이 깨어지는 충격적 각성체험이었다. Unlearning의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자신에 맞지 않는 가수의 옷을 입고 광대처럼 살았다는 회한에 삼일 밤낮을 울며 지낸다. 회한의 눈물이 자신의 자랑스럽게 여겼던 가수의 정신모형을 녹인다.

이런 반성과 연단의 과정을 거쳐 전주 대사습 놀이에서 창을 듣게되고 한국의 고유한 정서가 담긴 창과 한국 소시민의 스토리를 담은 노래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세운다.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가정을 통해 새로운 정신모형의 설계도가 완성된다. 이 단계가 송창식이 경험한 Delearning 단계다.

자신만의 고유한 가수로서의 새 정신모형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고 이 알고리즘에 따라 탄생한 첫 노래가 <피리 부는 사나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송창식이 새롭게 ㄷ탄생한 탄생사건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필두로 한국적 정서와 이야기를 담은 많은 노래들이 탄생하고 축적의 시간을 거쳐 송창식 고유의 경지가 구축된다. Relearning 단계다.

송창식은 이런 학습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신모형을 씨앗으로 기존의 정신모형의 토양을 뚫고 한국 가요계의 사건으로 태어난다. 이런 학습과정을 통해 송창식은 자신보다 더 잘 부르는 가수가 없는 상태인 존재우위를 달성한다. 인기만 추구하는 경쟁우위의 가수를 넘어서 청중과 송창식과의 울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가수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기반 위에 안예은과 같은 리틀 송창식을 자처하는 시뮤라크의 바이럴 가수들이 많이 생기게 되면 송창식은 전설의 가수가 된다.

누군가는 다시 이런 송창식이 만들어 놓은 언덕에 자신만의 고유한 정신모형으로 거인의 어깨를 세우는 가수가 탄생할 것이고 이런 가수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세워지고 이들 가수들이 연대가 만들어지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의 고원이 세워질 것이다.

유대인들이 최다의 노벨상 수상에서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Aporia와 Diaspora의 선순환을 반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아포리아와 디아스포라의 선순환을 통해 성공의 덫이나 실패의 덫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학습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남의 것을 베껴서 성공을 거듭한 아포리아의 덫, 다시 말해 성공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제다.

윤정구의 근원적 학습 모형(2023)은 모든 주체가 변화의 소용돌이 사이에서 길 잃음의 시대적 화두를 해결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변화의 거버넌스 원리를 제시한다. 근원적 학습모형은 공의로운 세상의 공진화를 이끄는 주체들이 존재우위를 실현하기 위한 근원적 변화 모형이다. 새롭게 나올 <100년 기업의 변화경영>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