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R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인간 노동력의 대체가능성이다. 사실 결론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인지적 작업이 필요한 과업은 AI가 몸을 움직이는 노동은 로봇이 대체할 것이 예견된 일이다. 인간의 지능과 맞먹는 AGI에 도달하고 AGI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결합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인간이 하는 직업은 모두 대체되는 포스트 휴먼시대(Post Human Era)가 전개될 것이다.

AG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에 도달하기까지 인간의 경쟁우위는 디지털 문해력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디지털 문해력을 가지고 AI와 협동해 자신의 과업을 최적으로 효율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나 이런 능력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서 자신의 과업을 넘어 전체적 차원에서 조직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협업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버틸 것이다. 디지털에 일찍 눈뜬 사람들이 이득을 보는 디지털 양극화에 기반한 경쟁우위도 한시적이다.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개인의 과제를 넘어 조직의 모든 과정상의 로스를 해결할 정도가 되면 조직은 결국 마지막 결정자인 CEO 한 사람만 남고 모두 대체될 것이다. 인간은 모든 직업과 노동에서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경쟁우위를 빼앗길 것이다. 인간 노동과 인간 직업의 종말이다.

이런 포스트 휴먼 시대(PHE: Post Human Era)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무리 고도화된 AGI나 휴머노이드도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 인간의 존재이유를 규정하는 일이다. 로봇이 인간의 존재이유에 개입하는 것은 선을 넘는 일이다. 특이점에 도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에 의해 목적이 정해졌을 때 목적을 최대한 잘게 분절해서 최적화된 방식으로 수행하는 Agent를 생성하고 수행하고 평가해서 개선하는 하방통합에 관련한 과제다. 과제를 해야하는 이유를 정하고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의 존재목적과 연결시키고 실제 해야 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상방통합은 인간만이 고유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고정된 목적을 설정해놓고 인간조직의 거버넌스를 규정했던 대리인(Agency Theory)이론은 모두 휴머노이드에게 일임할 일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잘 할 수 있는 이런 대리인 과제를 인간이 개입한다는 것자체가 비용이 된다.

작업 및 노동과 관련한 경쟁우위는 결국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넘겨진다해도 인간의 존재우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달라진 디지털 혁명을 수단이자 상수로 받아들이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학습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의 존재우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해서도 안되는 인간이 결정할 문제다.

진성리더십은 이런 디지털 혁명이 전개될 때 인간은 어떻게 기계에 대한 경쟁우위를 구축하고 이 경쟁우위에 인간으로서의 존재우위를 직조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왔다. 경쟁우위는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이양해준다해도 인간이 이런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대로 된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빼앗기지 않는다면 경쟁우위를 존재우위에 맞게 직조해서 인간의 우위를 지킬 수 있다.

인간의 존재우위를 결정해주는 것이 세상을 보는 지도인 특히 미래에서 현재를 연결하는 지도인 정신모형 II이다. 포스트 휴먼 시대는 명확한 정신모형 II의 지도술사가 될 수 있는지가 존재우위를 결정해준다.

정신모형 II의 지도의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변수가 어떤 것의 존재이유를 설명해주는 목적(Purpose)이다. 우리는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목표(Goal)을 설정하고 달성해서 생존을 유지하지만 이런 목표를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과 자신의 팀과 자신의 회사가 주인이 되어 수행해야 하는 지인 목적을 따져가며 하지는 않는다. 목적이란 목표를 달성하는데 왜 자신이 주인으로 세워져서 하는지에 대한 주인됨에 대한 이유다. 목적이 없이 목표만을 추구해며 살아왔다면 사는 동안 한번도 자신이 온전한 삶의 주인으로 살아온 것은 아니다. 초 단기적 미래를 결정하는 목표는 사회가 써주든지, 회사가 써주든지, 부모가 써준 것이지 자신이 작가이자 주인이 되어 쓴 것은 아니다. 회사원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냈어도 회사가 써준 목표의 대본에 따라 돈 받고 대신 수행하는 전문 연기자였을 뿐이지 자신이 대본의 주인공이었던 적은 없다. 목표에 모든 것을 거는 삶은 더 나은 전문연기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인재로 사는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인간의 존재우위는 목적에 대한 각성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목적에 대한 각성이 자신의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런 목적의 부름을 소명(Calling)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목적의 부름을 받지만 대부분 무시하고 그냥 잠자는 영혼을 데리고 몸만 나와서 활동하는 삶을 유지한다.

죽음을 미리 맛본다든지 어떤 사건과 계기에 의해 목적에 대한 부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목적에 대해서 깨달고 이 깨달음을 통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목적의 밀알을 만들어낸 것이 코즈(Cause)다. 코즈가 있는 사람은 대의명분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코즈가 대의명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 삶의 존재이유를 각성하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밀알을 종묘했다면 모두 코즈를 가진 것이다.

코즈라는 목적의 밀알을 심어서 목적의 열매가 달린 과일나무가 있는 과수원을 만드는 작업이 사명(Mission)이다. 어떤 일도 쉬운 일은 없지만 목적이 담긴 밀알을 목적의 과수원으로 바꾸는 작업은 저항이 더욱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목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가 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의 울타리를 정해서 울타리 안에서 거북이처럼 사부작 사부작 조그만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 결과를 지렛대 삼아서 울타리를 확장해가는 쇄빙선을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급진거북이는 많은 고난 사건을 경험하지만 고난사건을 목적에 대한 간절한 믿음으로 극복한다.

목적에 대한 믿음의 밀알이 발아되어 과수나무가 되고 과수나무가 모여 과수원을 만들어내면 많은 사람들이 과수나무의 향기를 맡고 길을 만들어 찾아온다. 세상이 변화해서 우리가 제공한 과수에 질리면 목적에 다시 찾아가서 새로운 목적의 밀알을 찾아내고 이 밀알을 길러내 시대의 맥락에 맞는 과수를 제공한다. 이런 일을 삶의 개입이 끝나는 순간까지 지속하고 삶이 끝나는 순간 자신이 목적으로 약속했던 것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정산해 후세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싶을 때 자유롭게 떠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후세는 우리가 남긴 유산에서 다시 목적을 찾아내 종묘하고 자신들에 맞는 과일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존재우위의 바통을 전달할 것이다.

비전이란 목적에 대한 살아 있는 믿음(Faith)의 안경으로 몸의 눈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되는 체험을 의미한다. 믿음의 안경이 없는 사람들이 비전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과장된 목표에 멋진 옷을 입힌 신기루 유사 비전이다. 제대로 된 비전이 있다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보는 경험이다. 살아 있는 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을 회복한 사람들만이 못 보던 자신도 보게 되고 잊고 지냈던 과거도 찾아 연결하게 되고 일반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통찰의 눈도 경험한다.

이런 목적, 소명, 코즈, 사명의 순환작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막아주는 울타리를 만든 것이 가치의 울타리다. 가치는 이런 여정 중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로 이것을 지키는 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목적을 향한 여정에 동행을 찾아내는 기준을 제공해주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길을 이탈하지 않게 탈로를 막아준다. 가치의 울타리를 가진 사람과 조직만이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운동장을 구축한다.

인간이나 조직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정신모형 II의 지도가 있고 이 지도에 근거한 삶의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있다면 AI나 로봇에 제공하는 지형은 더 높은 차원에서 자신의 존재우위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다. 역으로 정신모형 II의 지도가 마련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지금 전개되는 디지털 혁명은 불안과 위기와 공포의 쓰나미가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쓰나미 휩쓸려 물신을 우상숭배하는 동안 대부분의 종교는 자신의 고유한 성전을 잃어버렸다. 종교가 스스로 자정해서 성전을 복원하기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개인으로라도 종교가 잃어버린 성전을 자신 몸, 마음, 정신, 일 , 이웃 안에 복원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가며 인간 답게 사는 삶을 구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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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정신모형 I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지도이고 정신모형 II는 자신의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순간에 서 있다고 가정한 후 여기에서 현재까지 지도작업을 한 것을 의미함. 정신모형 I이 있는 사람들은 경쟁우위가 있는 사람이고 실제 있는 정신모형 II의 지도를 가진 사람을 존재우위가 있다고 규정함. 진성리더란 정신모형 I이라는 경쟁우위를 날줄로 정신모형 II를 씨줄로 직조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태피스트리를 비전으로 가진 사람을 지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