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더 잘 기억되기 위해 산다
성공과 실패란 무엇인가?
우리의 몸을 모두 해체할 때 마지막 순간까지 해체되지 않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물망과 같은 기억과 기억이 이어져 만든 스토리일 것이다. 스토리를 다시 분해시킬 때 마지막에 남는 파편도 기억이다. 호모 사피엔스 인간은 기억의 산물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한 개입이 끝나는 순간 후세에게 남기는 고유한 유산도 결국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 후세에게 기억을 남기지 못한다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세상을 다녀간 흔적도 찾을 수 없어서 정말 세상 사람이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 족보와 무덤을 남기겠지만 언제든지 소실될 개연성이 높다. 결국 본인에 대한 기억이 우리가 세상을 다녀간 증거로 남기는 마지막 유산이다. 자신이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치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삶 중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치매는 기억으로 존재하는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상실하는 사건이다. 인간은 기억으로 생존을 유지하고 잘 기억되기 위해서 생존한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를 추적해보면 단기 기억은 분절적인 기억의 소재이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장기 기억은 모두 시냅스와 시냅스 사이에 스토리 형태로 편집되어 남들에게 전달된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은 기억이 죽는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편집된다는 것을 밝힌 선구적 연구자다. 자동차 충돌 실험에서 질문을 다르게 하면 충돌 속도를 다르게 기억한다는 가설을 통해 경험하지 않은 사건도 진짜 있었던 일처럼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캔들(Eric Kandel)은 기억을 만들고 편집하는 공장은 해마(Hippocampus)이고 기억을 저장하는 물류창고는 뉴런이 아니라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는 기억의 편집은 낮이 아니라 수면 중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수면 중에 장기기억에 이미 저장되어 있어서 중복되는 단기기억은 제거되고 장기기억에 의미 있는 중요한 기억만 새롭게 편집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면부족이 기억상실증의 원인임을 밝힌 최초의 연구다.
심리학자들은 뇌과학 연구이전 부터 기억이 편집되는 현상을 휴리스틱(Heuristics)라고 정의해 놓고 연구해왔다. 휴리스틱은 기억은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나 충격적 사건을 중심으로 편집되고(Availabiltiy Heuristics), 결과를 중심으로 편집된다 (Representative Heuristics)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전에 일어난 사건을 앵커로 삼아 후의 사건이 편집된다(Anchoring Heuristics). 잘못된 사건이 발생하면 해결하려고 모든 노력을 더 집중하게 되고 집중할수록 문제가 더 꼬이는 사건이 연결되는 현상을 Esculating Commitment라고 부른다.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런 기억의 편집을 행동경제학과 연결시켜 전망이론(Prospect Theory: 부정적 사건에 더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 2002년 심리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도박이나 주식에 빠져 잘못되기 시작하면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도 잃은 경험에 대한 충격적 사건이 편집되는 과정에서 일으키는 머피법칙이다.
카너먼(Daniel Kahneman)은 2011년에 쓴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기억이 마지막 경험과 극단적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로 편집되는 현상을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이라고 정리했다. 피크-앤드 법칙이란 사람들은 경험 전체를 평균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의 가장 강렬한 순간(Peak)과 마지막 순간(End) 중심으로 기억을 편집한다는 이론이다. 즉, 기억은 경험이 얼마나 길었는지(Duration)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이 Happy Ending인지 Sad Ending로 끝났는지를 중심으로 편집된다. 실제 콜론 내시경 검사 실험을 통해 실험 참가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의료 시술을 받게 한 후, A 그룹에게는 짧지만 강한 통증을 느끼는 처치를 하고 B 그룹에게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통증이 약해지는 처치를 했을 때 B 그룹이 덜 고통스러웠다고 기억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런 뇌과학과 심리학의 기억의 편집에 대한 행동경제학 연구는 본인의 저서 <급진거북이: 진성리더의 변화전략 (잉걸북스 2024년 12월 발행)>에도 반영되어 진성리더는 변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뇌과학 연구와 행동경제학 이론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체계를 정립한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은 뇌의 시냅스 지도를 정신모형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진성리더는 이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세상의 맥락과 변화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지도술사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정신모형이 바뀌는 경험을 통해서만 성인들은 학습한다고 가정한다. 뇌가소성의 가설이 맞지만 성인들의 뇌의 지도인 시냅스 지도가 바뀌는 것은 단기적 기억인 학습을 통해서는 불가능하고 오직 장기적 기억의 플롯에 연동된 사건(각성사건, 고난사건)을 통해서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성인이라면 학습을 통해서 리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사건을 통해서만 리더로 되어간다고 가정한다.
진성리더는 사건의 기승전결 사건 플롯에 따라 왕으로 태어났다 거지로 생을 마감하는 플롯과 거지로 태어났지만 왕으로 생을 마감하는 플롯 중 후자인 우상향 플롯을 살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역설적으로 두 플롯을 구성하는 실패와 성공의 평균 빈돗수는 같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Sad Ending으로 불운한 삶을 살았는지 Happy Ending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마지막 순간이 기억될 사람과 기억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선택하는 기준이다. Happy Ending으로 삶을 종결한 사람이 이전에 경험한 모든 고난과 불운은 Happy Ending을 위한 전주곡으로 편집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임기 중 많은 치적을 남겼는지 모르지만 이들의 치적은 이들이 Sad Ending으로 끝난 결론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희석되어 편집된다.
진성리더로 삶을 산다는 것은 우상향 삶의 플롯을 정신모형의 지도로 만들고 이 지도를 실제 삶을 통해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상향 삶의 플롯 중 가장 중요한 End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제로 삶에서 실현했는지의 문제다.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한 정도가 진성리더가 삶을 종결할 때 남기는 Happy Ending 기억이자 삶의 유산이다. 진성리더가 삶에서 지속적 번성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순간에 정산해야 할 목적함수의 종속변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삶의 존재목적이라는 마지막 종속변수를 위해 다른 삶의 모든 변수를 전체 최적화 시킬 수 있는 전략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난관이 와도 마지막 순간에는 이 종속변수를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급진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승에 천국이 있는지의 종교 문제를 떠나서 진성리더로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순간에 Happy Ending의 행복한 기억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후세가 진성리더의 삶의 스토리를 기억해 행복한 미소를 짖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진성리더가 염원하는 이승에서의 천국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현재를 살고 있는 후세에게 기억으로 부활해서 이들에게 행복과 희망의 불씨를 체험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진성리더는 이승에서 경험하는 천국을 만든 사람들이다.
어떤 특정한 사람의 삶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는 살아가며 무수히 많이 일어나는 단편적 성공과 단편적 실패 혹은 이들의 평균이 아니라 살면서 성공과 실패를 엮어서 우상향의 그래프를 만들었지에 의해서 평가된다. 진성리더로서의 성공적 삶을 산다는 것은 실패의 사건을 마주하고 이들 지렛대로 삼아 다음에 일어나는 사건을 우상향으로 들어 올리는 근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이런 기억에 대한 기승전결의 우상향 그래프의 스토리는 있는가?
우리의 삶이 후세에게 천국에 대한 체험으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지옥 체험으로 기억될 것인가?
오늘도 우리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더 잘 기억되기 위해 열심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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