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잘 안다는 생각은 한 마디로 착각이다.
나에 대한 정체성은 내가 과거 어디에서 왔고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미래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의 문제이지만 사람들은 알려진 과거와 현재를 중심으로 정체성의 개념을 구성하기 때문에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정체성의 완결은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의 미래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미래의 목적지에 대한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지 못한한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폭됙다.
이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파고든 것이 알파고나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다. 이들은 빅데이터나 나에 대한 생체 데이터를 통해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나의 과거 현재를 나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인간들에게 기억은 잊혀지지만 인공지능은 기억을 모아서 데이터를 만들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나의 미래를 채워 넣게될 갖가지를 제안한다. 원인도 모르고 미래 정체성의 불안감에 떨고 있던 나는 이들의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인다. 이런 의존도가 심화되면 이들은 어느 순간 수호천사에서 나의 미래를 구성해 따를 것을 명령하는 나의 주인으로 등극한다. 호모사피엔스로서의 인류가 종말을 고하는 particularity의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미래의 모든 비즈니스는 다 정체성을 발견해주는 비즈니스가 된다. 문제는 이 비즈니스의 영역이 인간 개개인의 의지력에 의해 주체적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인공지능에게 넘어가는 순간 인간비극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국 포춘 500대 기업의 CEO에 대한 그린 피크 연구는 이런 정체성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기 크다. 연구의 초점은 이들이 경쟁자에 비해 무엇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굴지 기업의 CEO로 등극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인터뷰 결과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의 고백을 토대로 내린 결론은 경쟁자에 비해 자신을 더 잘 알고 있음이었다. 남들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을 사장으로 선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미래의 모든 비즈니스는 이미 정체성의 비즈니스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명증적으로 보여준다.
진성리더의 시조 소크라테스는 오래전에 인간에게 너 자신을 알라라는 명제를 설정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진성리더가 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누구의 노예로 사는 삶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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