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태어나면서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부여받는 이름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존재의미가 없는 빈깡통일 뿐이다. 이 빈깡통에는 단지 부모의 열망이 담겨있을 뿐이다. 초기에 부모는 자신의 열망을 담아서 끊임없이 자식의 이름을 불러주지만 자식이 이 열망을 거부하거나 이 열망에 대한 성과가 미진할 때는 부모도 열망을 잊어 버린다.
빈깡통인 이름과는 독립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에 자신의 삶을 담는 운명적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삶의 화가가 되어 삶의 희노애락과 삶의 애환을 얼굴이라는 캔버스에 그림으로 고스란히 그려낸다.
이 삶이 고스란히 표현된 얼굴이 어떤 특정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집중되고 단순화되면 사람들은 이 스토리를 기억하기 위해 빈깡통으로 존재하던 이름을 빌려쓴다. 빈깡통으로 존재하던 이름이 비로소 이름값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름이 본질을 획득한 순간이다.
이름이 가치를 획득하는 순간 이름은 휴먼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이름이 휴먼브랜드의 지위를 획득해도 얼굴을 선행해서 존재할 수는 없다. 휴먼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판별해보기 위해서는 다시 얼굴에 그려진 삶의 가치와 열망을 판독해보아야 한다. 심리 측정도구가 발달하기전에 이병철 회장이 관상쟁이를 면접관으로 고용한 이유가 바로 얼굴에 그려진 휴먼가치를 파악하기 위한것으로 파악된다.
미용성형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더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삶이 고스란이 드러나는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다. 삶을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면을 쓰는 이유는 아름다움과 젊음일 것이다. 아름다움과 젊음은 보편적 선이다. 이들은 자신이 영위하는 주체적 삶으로는 자신이 열망하는 아름다움과 젊음의 수준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고 인위적 아름다움과 인위적 젊음을 돈으로 사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연산의 아름다움과 자연산 젊음은 맨얼굴에만 고스란이 자신을 드러낸다. 적어도 40의 불혹 언덕을 올라 50 지천명어 고개를 넘어서는 나이에서는 자신의 얼굴에 나타난 삶의 그림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자신의 얼굴에 책임지는 삶을 위해서는 얼굴성형이 아니라 체험의 방향을 정해주는 마음의 성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는 나이도 지천명 나이이다.
얼굴은 세월을 따라 자신의 삶의 괘적을 표현한 그림이고 이 그림의 가치에 따라 이름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름이 절대로 얼굴에 앞설 수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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