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1-22 20:58
[N.Learning] 변화에 관한 몇 가지 신화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984  

4. 변화관리에 관한 몇 가지 신화

    신화란 사람들이 통제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것에 대해 인격을 부여하여 지어낸 이야기이다. 신화의 특징은 과학의 발달로 초자연적인 힘의 정체가 파악되어 그 내용이 현실적이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전달하는 의미체계는 시공의 제한을 받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집단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신화를 기반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재구성할 경우 현실과의 괴리가 더욱 깊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괴리가 심화될 경우 이 괴리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현실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역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신화에 대한 지나치게 의존할 때 우리 자신은 이 신화의 감옥에 갇히게 되어 밖의 세계와 더욱 단절시키게 된다.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주도하고 집행하는 방법인 변화관리에 대한 이해에도 예전에는 그자체로 의미 있는 주장이었지만 더 이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 몇몇 신화들이 존재한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신화들을 탐구해 보기로 한다.


신화 1: 변화는 내부구성원의 화합을 해치지 않은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관리되어야 한다.


    조직의 변화나 혁신과 관련된 시도를 할 때면 항상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과 변화를 반대하는 세력 간에 갈등이 있게 마련이고 이때 이들 사이에 항상 제기되는 논쟁이 있다. 논쟁의 초점은 결국 변화와 혁신도 다 우리끼리 화합해서 서로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일 텐데 굳이 우리끼리 이렇게 분란을 일으켜가면서까지 혁신과 변화 때문에 싸워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변화 때문에 화합이 깨진다면 변화와 혁신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쟁에 빠지게 되면 많은 조직은 결국 구성원들의 조직의 화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변화를 포기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변화관리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에게 경영진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도 조직구성원의 내부화합을 해치지 않고 어떻게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이다. 조직을 좋은 조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반드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들의 기득권을 무시할 경우 조직의 화합은 물 건너가고 결국은 이들의 저항으로 조직의 변화는 고사하고 조직자체가 붕괴되기는 현상을 많이 경험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내부화합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지키는데 관심이 더 많은 힘 있는 집단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무시하고 조직을 개혁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직의 화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환경변화가 미미한 단선형적 변화의 시대인 20세기에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내부화합 논리의 함정은 자신들끼리의 화합을 마치 조직전체의 화합인양 일반화시킨다는 점이다. 즉 자신들의 내부화합이 깨질 경우 조직 전체의 화합도 깨진다는 식의 귀납적 비약을 일삼는다. 화합이라는 명분 속에 숨은 의도는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켜 자신들이 구축한 기득권을 더 오랫동안 향유하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이 현 조직 내에서 정치적 힘과 자원을 동원할 능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또 현 체계에 유지에 대한 세련된 이론적 논리를 제시할 능력이 있는 집단을 일컫는 내적절연집단 (inside sealing group)을 형성해서 자신의 논리를 강요할 경우 조직이 망하는 징조들이 눈앞에 목격되기 전까지는 이들이 주장하는 화합의 논리를 극복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변화챔피언들은 조직이 추구하는 진정한 화합인 조직의 핵심적인 전 구성원간의 전체적 화합으로부터 정치적 부분적 내부화합을 분리해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종업원, 경영진, 고객, 주주를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볼 경우 가장 미시적 수준의 화합은 특정 이해당사자 집단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화합일 것이다. 즉 종업원 끼리만의 화합, 경영진 끼리만의 화합, 주주 끼리만의 화합, 고객 끼리만의 화합과 같은 내부화합이 그것이다. 이것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화합은 서로 다른 구성원들 간의 화합인 종업원과 고객 간의 화합, 종업원과 경영진간의 화합, 경영진과 주주간의 화합 등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챔피언이 염두에 두어야 할 진정한 화합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거시적 화합이다. 거시적 화합은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적과 비전에 몰입해 화합하는 경우이다. 내부화합이나 자신들 간의 화합을 이 궁극적 화합을 이루기 위한 수단적 가치로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에 반해 힘을 동원해 기득권 집단내의 혹은 이런 집단 간의 내부화합만이 조직전체의 화합인양 설파하고 다른 집단을 자신들의 설정한 화합의 기준에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은 화합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야합이다. 이들이 세력을 형성하면 이들은 조직 내에서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어둠의 힘으로 성장하게 된다.

    결국 최고의 우량기업들이 보여준 경영의 비결은 바로 이와 같은 조직의 비전과 미션에 대한 화합을 최고의 목적적 가치로 규정한다. 이런 조직의 구성원들은 조직의 궁극적 화합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끼리의 화합을 수단적 가치로 규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희생한다. 특히 정황상 이들이 부분적 화합을 선택해야만 할 때는 고객과의 화합을 최우선적 가치로 설정한다. 반면 초우량기업의 문턱에서 무너진 기업들의 공통점은 특정한 힘 있는 기득권 집단이 자신들의 화합을 조직전체의 화합인 것처럼 강요하여 거시적 화합에 대한 큰 그림을 파괴한 경우이다.

    조직이 목적적 가치를 보여주는 이념적 지주가 갖춰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조직이 21세기에서 민주적 조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해야 할 최소한의 원칙은 화합이 이슈로 될 경우 회사는 가장 힘이 없는 소수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과의 화합을 위해 힘 있는 집단이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원리는 비영리 조직인 교회나 대학과 같은 조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례로 대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인 학생, 교직원, 재단, 졸업생 중 상대적으로 힘 있는 특정 구성원인 교수나 재단이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위해 다른 특정 구성원의 복리를 희생할 것을 강요한다면 이는 화합이 아니라 야합일 것이다. 대학의 궁극적 목적은 최고수준의 연구와 질 높은 교육이 활성화되어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인재가 육성이 되고 이들이 전문가로서 마음껏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것이라면 이 목적을 위한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 해가며 힘 있는 구성원 간에 화합과 안일을 마치 조직 전체의 화합인양 강요하는 것은 화합이라기 보단 야합인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이 자신의 조직에서 내부화합을 이유로 이런 궁극적 화합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고도 이를 못 본 채하는 무임승차자들이 많은 조직에서 수월성을 성취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다.


신화 2: 변화는 조직내부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서 귀납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활력을 상실한 대분의 조직들은 내부화합에 조직의 역량을 소진해 조직의 터전인 고객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해온 조직이다. 즉 오랫동안 고객과의 상호 피드백이 끊어져 있는 조직이다. 20세기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환경은 안정적이어서 조직의 특이한 경쟁적 역량이 없었어도 성실하게 자기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다. 즉 고객은 항상 재화와 서비스를 살 준비가 되어 있어서 내부구성원들 간에 화합만 달성된다면 조직이 살아남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21세기 경영환경은 20세기와 질적으로 다르다. 혼돈이론과 나비효과가 설득력이 있게 설명해주듯이 고객, 기술, 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채 성실하게 자신만 열심히 하는 방식으로는 어느 누구도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없다. 성패의 관건이 자기내부보다는 환경요인에서 파생하는 경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997년 IMF 관리체계 하에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자신이 과거에 경영을 어떻게 해왔던 지와 상관없이 다 한 번의 죽음을 경험했던 쓰라린 기억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믿었던 미국발 금융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의해서 세계의 대다수 기업들이 기업의 건전성과 상관없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21세기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변화의 원인은 우리의 잘못과 상관이 없이 밖으로부터 닥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경의 변화가 전혀 없거나 느려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경우 다른 조직에 대한 경쟁력은 내부역량간의 경쟁이고 이 내부역량을 해치는 문제들은 모두가 조직내부의 문제로 귀속되어 귀납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주로 환경에서 들어올 경우는 생존을 위해서는 환경변화의 추이를 정확하게 읽고 이에 대해서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기회를 취하는 전략적 시각이 필수적이다.

    조직의 강약점을 분석하여 조직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는 전략의 영역은 전통적으로 임원급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식되어져왔다. 그러나 변화의 핵심적인 원인이 주로 외부로부터 오는 21세기에는 사장과 임원의 안목만으로 회사가 직면한 전략적 변화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여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전략적 측면에서 사장급 사원이 되어야 정확한 변화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자신의 일하는 직급은 대리라도 사장님의 입장에서 고객과 경쟁사의 변화의 추이를 파악하여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처리한다면 일은 대리급이지만 마인드는 사장급으로 일하는 사장급 사원이 되는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사장급사원, 사장급 과장, 사장급 부장 등으로 거듭날 때 회사는 모든 구성원이 한 몸이 되어 환경변화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전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변화를 예측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신화 3: 속과 겉,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한 회사의 회장님이 임원세미나에서 변화를 강조해가면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어라”라는 주문을 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처럼 조직들이 변화를 강조할 때 점진적 변화 보다는 조직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꾸는 급진적 변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꾸라는 급진적 변화에 대한 주문은 변화의 본질을 오해한 주문이다.  조직의 변화가 아무리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는 추세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절대로 변화를 시키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임원들에게 급진적 변화의 주문을 낸 회장님도 마누라와 자식처럼 바꾸어서는 안 되는 요소가 있음을 직감했듯이 조직에도 자식과 마누라의 해당하는 요소가 있다. 조직의 정체성이나 조직의 철학, 조직의 이념, 목적, 가치 등 조직의 정신적 지주를 구성하는 요소가 그것이다.  

    Merck & Company의 Roy Vagelos 회장은 Merck의 미래에 일어날 많은 변화에 대해서 예견하면서 이 과정에서 회사의 정신적 지주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Collins & Porras, 1997, p. 77):


세월이 흘러서 우리가 2091년을 살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때쯤 되면 우리가 지금 따르고 있는 전략이나 사업방식의 상당부분이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수정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떤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바꾸지 말고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Merck 인들의 정신입니다. 한 세기가 지나더라도 우리는 같은 기업가 정신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지구를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신성하고 위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은 시간을 초월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정신을 계승하고 지키는 동안 우리 Merck인들은 자연적으로 세상에 위대한 족적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반드시 회사의 정신적 지주를 꼭 지켜야만 하는 이유는 이 정신적 지주 속에는 해당 조직이 다른 조직을 제치고 꼭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신성한 이유는 북두칠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 경영환경이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해지더라도 조직이 길을 잃지 않고 일관된 행보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와 같은 일관성은 조직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조직이 보여 줄 수 있는 신뢰의 기반이 된다. 또한 이 정신적 지주를 구성하는 존재이유에는 세상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다. Merck가 천명한 존재이유에는 사람들을 세상의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는 약속이 담겨있다. 이런 약속은 이것이 지켜지기 전까지는 약속한 당사자가 마음대로 바꾸거나 협상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Johnson & Johnson은 자신들의 신조에서 자신들이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고객, 종업원, 커뮤니티, 주주의 복리를 보호하는 순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약속을 천명한 바 있다. 이 약속은 일단 공표되면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하더라도 Johnson & Johnson이 맘대로 바꿀 수 있는 약속이 아니다.

    정신적 지주를 구성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가치이다. 가치는 회사가 의사결정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가이드라인들이다. 회사가 천명한 약속이나 자신들이 설정한 비전을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원칙이 바로 가치이다. 이 원칙이 무시될 경우 조직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구현하기 위한 항로를 이탈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변화와 혼동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가치는 흔히 조직이 추구하는 역량과는 구별이 된다. 역량은 이것의 기반이 무엇이던 이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이 경쟁사에 비해서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요소를 말한다. 반면 가치는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세상이 엉뚱하게 변화하여 당장 목에 당장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되는 원칙이다. 이것을 잃는 순간 조직의 정체성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창의성이 조직에는 가치로 작용할 수도 역량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차이는 선택의 기로에선 의사결정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에 달려있다. 가상의 회사가 창의성을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업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창의성 운운하는 것이 더 이상 이 회사의 경쟁력에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조직의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경영진은 창의성을 계속 간직할 것인지 폐기처분할 것이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경영진이 창의성을 수호하는 것이 우리 회사에 많은 재정적 어려움을 준다하더라도 창의성은 우리 회사의 정체성의 핵이므로 이를 반드시 지켜야 된다고 주장한다면 이때 창의성은 가치에 해당한다. 반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창의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때 창의성은 가치가 아니라 역량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21세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변화의 성공적 관리는 어떤 상황에도 변화시켜서는 안 되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정신적 지주와 같은 것과 이것을 뺀 나머지 즉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구별해 낼 수 있는 안목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HP에는 개개 종업원에 대한 관심과 존경이라는 주문이 정신적 지주로 작용하고 있었고, Wal-Mart에는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라 라는 요구가, Boeing에는 항공업계에서 시대를 초월해 파이오니어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3M에는 개인의 주도적 창의성을 존중하라 라는 요구가 정신적 지주로 작용해 왔다. 초우량기업들에서는 조직의 정신적 지주는 시대가 변해도 변할 수 없는 북두칠성의 역할을 해왔다고 규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반면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방식은 시대와 회사의 경영상황에 따라서 변화시켜왔다. 한 마디로 21세기의 변화챔피언들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조직의 정신적 지주에 해당하는 것을 분별해내 지키고 이것을 뺀 나머지 모두를 경영환경에서 최적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신속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신화 4: 변화는 이미 다른 회사에서 검증된 방식을 따라야 한다.


    20세기를 풍미하던 성공적 변화의 모범은 벤치마킹을 통한 변화이었다. 즉 동종 혹은 다른 업계에서 이미 성공한 변화의 선례가 있다면 이것을 따라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변화의 방법이라고 여겼다. 이 방법이 효율적이었던 이유는 선도기업에서 성공적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썼던 비용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이 방법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도기업이 만들어 확산시킨 최고의 관행이 상당기간 업계에서 그대로 통용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실용적 이유이외에도 성공해서 업계의 표준이 된 관행을 따라하는 것은 그 실행의 정당성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받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선두에서서 다양한 관행을 만든다면 그 시도가 성공하기까지는 다양한 관계당사자들로부터 왜 자원을 거기에 써야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소명을 요구 당하게 마련이다. 성공한 관행을 그대로 베껴 쓸 경우 변화의 담당자들은 이와 같은 정당성의 질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21세기에 들어서는 이와 같이 벤치마킹을 통해서 성공한 관행을 베끼는 식의 변화는 80-90%이상이 실패했다는 점이다. 식스시그마를 하던, ERP를 하던, 리엔지니어링을 하던 그 혁신과 변화의 내용이 무엇이던 이것이 이미 다른 기업에서 성공했다는 사실자체가 성공을 그대로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두 기업의 풍토가 다르고 기업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조직이 똑 같은 ERP를 혁신의 방법으로 택해도 한 조직은 성공하고 다른 조직은 실패할 수 있는 이유는 성공의 관건이 다른 회사에서도 성공한 ERP라는 방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혁신의 씨앗이 해당기업의 조직풍토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까지 지속적으로 관심과 돌봄이 있었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즉 조직이 변화와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는 변화를 불러일으킬 씨앗의 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씨앗이 무슨 씨앗이던 자신의 땅에 이 씨앗을 뿌려 놓고 방치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것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물도 주고 비료도 주어가며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돌보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성공한 변화의 관행을 베끼는 것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조직에 새로운 대표가 부임하던지 부문에 새로운 임원이 책임자로 임용될 경우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용기간 내에 새로운 무엇을 했다는 과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전임자가 성공적으로 도입한 잘 정착되어 있는 관생도 폐기처분해 버리고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때 이들이 묻는 질문이 새롭게 도입할 방법이 소위 잘 나가는 조직에서 성공한 검증된 변화의 방법인지이다. 이 방법이 자신의 조직의 목적을 위해서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이들의 정치적 목적에 묻혀 사장된다. 문제는 처음부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도입한 변화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겉돌다가 이 임원이나 대표가 퇴임하고 다른 책임자가 부임하는 순간 다시 사장된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통해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운 구성원들은 새로운 임원이나 대표가 새로운 혁신을 도입할 때 이 대열에 참여하는 것에 냉소적이 되고 몸을 낮춰 변화의 거센 바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결국 이런 과정이 지속될수록 변화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라 조직에 누적된 피로만을 가져다주게 된다. 변화의 피로가 누적될수록 구성원들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변화의 의지를 상실하고 기회가 오더라도 이를 잡지 못한다. 이런 조직이 공통점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구성원 모두가 점진적 죽음을 맞아 업계에서 퇴출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21세기의 변혁적 변화가 20세기를 이끌었던 변화와 패러다임이 다르다 하더라도 변화챔피언들은 이 이원론적 논쟁을 극복할 수 있어야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 21세기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론가의 작업을 넘어서서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예술가적 안목이 필요하다. 변화챔피언의 대본에는 기존의 이원론적 논리적 대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합의 틀이 담겨 있어야 한다. 내부화합 대 외부화합, 귀납적 대 연역적, 바꿔야 될 것 대 지켜야 될 것, 씨앗 대 토양의 이원론적 관점에서 벗어나서 이것들을 통합할 수 있는 보다 높은 망루를 세우고 이를 통해 보다 멀고 보다 광활한 변화의 세계로 구성원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