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평가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시작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평가(환경·사회·지배구조)가 실효성이 있는 제대로된 평가인지 의문이다. 역시나 2016 평가 순위가 발표되자마자 조중동 매경 이데일리가 신났다. 최근 착한기업으로 갓뚜기라고 칭송받고 있는 오뚜기가 지배구조평가에서 최하위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옹호하던 대기업이 아닌 오뚜기가 국민들에게 칭찬받자 부러워 질시에 차 있었는데 자신들의 질시가 근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통계치가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부러움이 이 정도로 노출되면 이미 진것이다. 한 때 잘 나가던 보수신문들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집지 못해 시대의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는 불안감을 명증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조중동은 역시 통계치를 가지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프래이밍하는 귀재들이다. 오뚜기의 하위점수에 대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기사가 하도 시끄러워서 도대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란 어떤 곳이고 이곳에서 평가한 ESG 보고서 내용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보고서 내용에는 원자료 정보가 없어서 결론을 내릴수는 없었지만 보고서만 제대로 읽었어도 이 보고서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심자도 금방 잡아낼 수 없는 현실감이 전혀 없는 평가다. 평가란 정말 측정하려고 하는 것을 측정하는 타당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한 마디로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데 지난 일년간 이루어진 활동을 평가하고 있어서 최근 회장이 구속된 금융지주 회사와 공시위반으로 과태료를 받은 증권사가 연도를 비껴난 이유로 최우수 등급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최근 30억가까이 과징금을 받은 회사도 과징금부과년도가 평가년도에 포함되지 않아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낙하산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된 금융사들도 대부분 최고등급이다. 교보생명을 제외하고는 속은 썪었지만 제도적으로 번지름하게 포장만 잘 해놓은 진정성이 없는 회사들만 지배구조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구심을 해소할 수 없다.
타당성이 결여된 평가를 가지고 보수신문들이 현실을 왜곡하는 위험이외에도 이 평가가 정말 위험한 이유는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거나 이익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은 기업의 사이즈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데 삼성전자와 오뚜기같은 기업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고 있다. 기업의 맥락을 전혀 모르는 통계학 전공의 비전문가들이 지표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또한 환경에 대한 영향력 지수는 이 기업들이 어떤 업태를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 다를텐데 업태에 대한 고려도 없이 그냥 자신들의 지표에 따라 임의로 숫자를 산출한 것처럼보인다. 마치 술꾼들이 각자의 집앞에서 열쇠를 잃어버리자 밝다는 이유로 가로등 밑에 모여 찾을 수 없는 열쇠를 찾는 경주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배구조평가는 금융사들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밖에 없는데도 일반회사들과 평면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환경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점이 같다면 이것도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잘못된 해석에 이를 수 있다.
데이터에는 전체 순위만 있어서 오뚜기가 다른 기업에 비해 어떤 점에서 취약한 점수를 받았는지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분석해볼 수 없다. 굳이 오뚜기를 비교하고 싶으면 삼양사나 농심 등과 같은 회사와 비교해야 한다. 오뚜기를 일반 대기업과 비교해 지속가능경영점수를 산출한다면 오뚜기를 희생양으로 세우고 싶은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통계의 위험이 바로 통계치가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 왜곡되어 선택적으로 인용될 경우이다. 정보공시권을 청구해서 원자료를 요청할 예정이고 원자료를 분석해서 이 기업지배구조원 통계의 위험에 대해서 경고할 생각이다. 문제는 평가의 타당성도 없고 맥락도 고려되지 않은 순위만보고 기사를 쏟아내는 신문기자들의 편향된 믿음의 끝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이러 기사를 볼 때마다 이번 MBC와 KBS에서 발화된 공영방송 정상화 노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적어도 방송에서라도 공정성과 정론에 대한 중심이 생기면 이런 말도 안되는 통계치를 이용해 독자들을 호도하고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챙기는 정치기자들은 입지는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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