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가설이 충돌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을 강화하여 일 년이라더 임기를 더 연장하는 것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주장과 지금까지의 삶을 후배리더들을 위해 내려놓고 앞으로 삶아야 할 나머지 50년의 베이스캠프를 마런하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조사결과 실제로 현재 임원분들의 대부분은 첫 번째 가설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지지하는 가설은 두 번째 가설이다. 대부분의 회사의 치열한 삶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보다 냉혹한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승리해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결과적으로 더 돈을 버는 것이다. 임원분들은 이 게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현실적으로 연기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정치력도 뛰어나야 한다. 첫번째 가설을 지지한다는 것은 이런 삶을 일 년이라도 더 지속해서 노후를 편안히 지낼 수 있는 보험을 들겠다는 전략이다.

노후가 이삼십년으로 끝난다면 이런 전략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수명이 백세까지 연장되는 것이 규정사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전략이 과연 현명한 전략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삶의 행복이란 편한한 노후가 아니라 자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완숙해지는 새 생명의 지속적 탄생 과정과 쾌를 같이 할 때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임원들들이 퇴임할 나이인 50대는 청년전기의 삶을 종결하고 후기청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50대에 청년후기의 삶에 대한 베이스 캠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시간으로서 50대 이후는 그냥 쇠퇴하는 젊음의 연장으로 늙음일 뿐이다. 준비기간을 놓친다는 것은 청년전기의 삶을 청년후기에도 연속하겠다는 선택이다.

50대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는데 충분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은 후기청년기의 청년으로서의 삶이 전기청년기의 삶과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전기청년의 삶은 육체적으로 왕성한 삶이겠지만 후기청년의 삶은 정신적으로 다시 태어나고 더 젊어지고 더 현명해지는 삶이다. 피크에 도달한 후 무한히 쇠락하는 육체와 달리 정신은 주인의 자기선택에 따라 무한히 젊어지기도 무한히 쇠퇴하기도 한다.

오십대는 이처럼 질적으로 다른 젊음을 준비해서 여기로 이행하는 베이스 캠프를 마련해야할 크로스 오버의 시간이다. 앞만보고 달리는 전기청년의 육체적 삶을 뒤로하고 뒤도 전후도 살피고 좌우도 살펴가며 세상과 지혜를 나누는 나눔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드는 육체에 성숙한 영혼의 삶을 다시 피우는 것으로 새로운 젊음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전기청년의 삶이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가는 것으로 성공의 기준을 정했다면 후기청년의 삶의 기준은 존재이유를 밝혀주는 목적의 유무가 성공을 결정한다. 전기청년의 삶이 남들이 써준 대본대로 살고 연기의 댓가로 생계를 유지했다면 후기청년의 삶은 자신이 쓴 대본대로 사는 삶이다. 전기청년의 삶이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자기경험의 삶이라면 후기청년의 삶은 마음의 눈으로 본 지혜의 삶이다.

이런 삶으로의 전환의 시점인 50대에 전환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놓친다면 우리는 그냥 살았던대로 사는 쇠락하는 육체의 삶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삶의 패러다임은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면 그대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는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씨앗을 뿌리고 이 씨앗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50대는 우리에게 삶의 성공적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크로스오버의 시간이다.

조금의 여유자원이라도 남아 있는 50에 변화를 성공하지 못한다면 변화의 개연성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