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의 CEO로 임용된 사람들과 최종 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 간의 차이를 비교한 연구의 결론도 바로 이 온전한 정체성과 반쪽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CEO로 등극한 사람들은 <아무리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바쁘더라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실제로 경험한 자신과 미래에 도달해야 할 상상적 자신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란 것이다. 아무리 먹고 사는 일에 바빠도 미래에 자신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간을 낸 경험이 이들을 글로벌 기업의 CEO자리에 까지 올려놨다는 것이다. 바쁘면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잊게 되는데 이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미래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 지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죽는 순간 우리의 머리 속에 기억된 스토리로 요약된다. 우리가 세상에 남겨놓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기억된 메모리일 뿐이다. 세상을 하직할 때 남기는 것은 자신이 살았던 삶에 대한 시나리오 대본이다. 결론의 스토리를 스스로 쓰는 것을 게을리하다보면 결론은 과거나 현재의 단순한 연장으로 끝난다. 현재와 과거의 연장으로 끝내는 사람은 그래도 운이 좋은 사람이고 대부분의 말년은 현재나 과거보다 비참한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가 모든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 열망이다.

스토리의 대본 중 가장 불행한 대본은 왕족으로 태어났다가 거지의 삶으로 생을 마감하는 대본을 남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 평범하게 삶을 마감하는 대본일 것이다. 미천하게 태어났다가 갖은 고난을 거쳐 말년의 삶을 훌륭하게 완성한 대본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미천한 시작이 아니라 어떤 삶으로 삶을 마감했는지이다. 전두환씨의 삶이나 박근혜의 삶이 불행한 이유는 살아가면서 아무리 권세를 누렸어도 말년의 대본이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온전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결말에 대한 시나리오를 자신이 써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온전한 정체성의 대본을 스스로 쓰지 못한다면 자신의 행복한 삶에 대한 운명은 운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문제는 운 속에는 확율적으로 행복의 씨앗보다 더 많은 불행의 씨앗이 내포되어 있다. 말년의 행복한 결론은 그 이전의 모든 고난을 행복을 위한 전주곡으로 바꾸놓는다. 인간의 기억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인 것이다. 미래의 모습이 포함된 온전한 정체성을 마련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결론에 대한 또 한 번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가장 행복한 말년의 대본은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더 나은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는 플랫폼을 남긴 것이다. 내가 세상에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깨끗해졌음을 깨달게 하는 대본이 최선의 대본일 것이다. 이 대본의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기게 한 대본이 최고의 대본일 것이다.

삶의 행복은 자신의 삶에 대한 결론을 자신이 쓰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행운인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