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아지는 씨를 뿌렸으면 싹이 나고 이 싹이 자라서 열매를 맺어야 하는데 싹조차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한탄하는 말이다. 이미 싹을 키워서 열매를 맺어본 경험이 있는 성인이 싹초차 튀우지 못한 미성숙함을 비난하는 말이다. 싹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언이다.

싹수가 보이지 않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반성해보면 씨앗자체가 없음이나 있어도 부실한 씨앗을 가지고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쭉정이 씨앗을 가지고 시작했다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이 씨앗을 발아시킬 방법이 없다. 삶의 씨앗이 듬실하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이 개념있음을 의미한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개념있는 삶을 추구한다면 듬실한 씨앗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튼튼한 싹을 만들어낼 개연성이 높다. 삶의 개념은 삶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담고 있을 때 가장 듬실한 씨앗이 된다. 삶의 존재이유를 품고 사는 사람이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들을 개연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들다.

개념이 있는 삶의 씨앗을 가지고 시작했어도 다 싹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싹을 썩혀서 이 개념을 뿌리로 전환시킬 수 있는 뿌리내림 과정에 성공해야 한다. 씨앗이 뿌리로 발아 되기 위해서는 자기부정과 자기희생이 요구된다. 아무리 좋은 씨앗을 가지고 있어도 이것을 썩혀 뿌리로 만드는 자기희생 과정이 없다면 씨앗은 성공적으로 발아 되지 못한다.

뿌리를 내렸다하더라도 토양이 제대로된 영양분을 공급해주지 못한다면 싹은 나지 않는다. 뿌리가 영양을 공급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 마음에 울림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 울림에 고무되어 다른 사람들이 내 삶의 스토리가 싹을 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양분을 제공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적어도 싹아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씨앗이 듬실해 삶에 대한 개념도 있어야하고, 자기만 아는 단계를 벗어나 자기 희생을 할 줄 알아야 하는 발아과정을 거쳐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다른 사람들 마음에 공감을 만들어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하는 뿌리내림이라는 지난한 과정이 요구된다.

싹을 튀웠다고해서 자동적으로 튼튼한 줄기가 만들어지고 꽃이피고 열매가 맺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씨앗의 뿌리내림은 열매라는 최종적 결과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른이라고 해도 이 뿌리내림을 통해 제대로된 싹을 키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신의 뿌리내림도 제대로 못한 어른이 나이를 핑게로 젊은이들을 싹수가 없다고 폄하하다면 뭐 뭍은 개가 뭐 뭍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자신이 싹수를 경험한 뿌리있는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싹아지가 없다는 말을 남발하지 않을 것같다.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기자신에게 문제가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모를 개연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