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브라 효과는 풍선효과라고도 칭해진다. 풍선을 한쪽에서 쥐어 짜면 그것을 중심으로 성장 드라이브가 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쪽이 기형적으로 불거진다. 기형적으로 불거진다는 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라도 성과를 채워넣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이 지나치면 결국 풍선은 터지게 되어 있다.

반면 조직의 목적이 살아 있는 회사가 위기 상황에 빠질 경우 구성원들은 집단적 혁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 목적이 없는 회사에서 성과를 위해서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동원할 때 반드시 탈선하게 마련이다.

한 때 잘 나가던 백화점이던 Sears가 Target이나 Wall Mart에 무너지게 된 계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은 목적을 상실한 상태에서 성과를 위해서 구성원들을 과도하게 쥐어 짤 경우 구성원들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라도 자신의 성과를 챙겨 생존을 보장 받으려는 성향 때문이다. 코브라효과이다.

1990년 초 Sears의 브래넌 회장은 조직의 미진한 성과를 장려하기 위해서 직원들이매장에서 매출과 이익을 강조하는 촉진활동으로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하였다. 예를 들어 Sears Tire & Auto Center의 조직구성원들 평가와 보상은 고객이 맡긴 자동차의 수리 대수와 이를 통한 매출액을 기반으로 바꾼 것이다. 기본급을 없애고 대신 매출수수료, 쿼타 시스템 그리고 수리유형에 따른 평가 시스템이 구축되고 이에 대한 차별적 보상 시스템을 매출을 증진하는데 이용하였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만일 조직구성원들이 충분한 매출을 올리지 못했을 경우 해고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경제적 위협과 정서적 위협으로 종업원들을 코너로 내몰았다.

종업원들로선 이런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벼랑으로 내몰린 종업원의 입장에선 살아 남기 위해 고객에게 높은 수준의 수리품질을 제공하는 것은 뒷전이 되었다.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보다 매출실적에 생존과 고가와 연봉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Sears의 평가와 보상시스템은 많은 잡음을 낳게 되었다. 특히 Sears의 고객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캘리포니아의 한 여성 고객이 Sears Tire & Auto Center에 타이어를 점검하러 갔을 때 자동차수리공이 차의 지지대도 교체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추가로 $419를 요구하였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터무니 없는 수리가격에 의심이 가서 다른 수리점에 가서 수리가를 다시 산정해달라고 요청하게 되었는데 이 때 수리공으로 부터 차의 지지대는 아직 멀쩡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 화가 나서 Sears에 와서 항의를 했는데 시어스의 수리공은 자신이 실수로 잘못 가격을 산정한 것 같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문제를 무마하려 했다. 이와 유사한 고객들의 불만과 항의가 California 고객부서에 의해 접수되기 시작했고 법원으로부터 Sears의 Tire & Auto의 불필요한 자동차 수리부과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결과 유사한 사례가 New Jersey, Florida 그리고 Alabama의 Sears Tire & Auto에서도 발견되었다. Sears는 고객이 제기한 Auto Center에서 일어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하여 적어도 100여건이 넘는 소송에 직면하였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특히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수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여성이 봉이었던 것이다. 시어스는 이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이 구조조정 후에도 이전의 생기를 되찾을 수 없는 회사로 전락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모든 시어스 자동차 수리점 입구에는 "고객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한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달려 있었다. 고객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는 이들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일탈행위를 감추기 위한 진정성 없는 연기였던 것이다.

목적을 상실한 회사의 과도한 성과 드라이브는 회사와 종업원을 비윤리적으로 내모는 주범이 된다. 목적이 없는 상태에서 HR을 과도하게 도입하는 것은 탈로의 주범이다.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엔진이 폭발적으로 과열되었기 때문이다.

실패연구 美 유통업체 ‘시어스’
6년간 11조원 적자… 124년 기업 파산위기
온라인 유통혁신 외면하며 재도약 기회 놓쳐

한때 미국 최대 유통 업체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어스(Sears)’가 설립 12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어스백화점과 K마트를 운영하는 시어스홀딩스는 최근 “그동안 경영실적을 고려하면 회사가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사업을 운영해 번 돈으로 회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업계에서는 시어스의 파산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50년 가까이 정상지킨 ‘혁신 아이콘’
시어스는 1970년대 미국 전역에 3500개 점포를 운영하던 미국 최대 유통업체였다. 하지만 1990년대 실적이 악화돼 현재 시어스 점포는 1400여개로 줄었다. 시어스는 1893년 리처드 워런 시어스와 알바 로벅이 ‘시어스앤드로벅’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 통신판매 회사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동네 상점에서 비싼 값에 시계를 사는 농부들에게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제품을 설명하고, 상점보다 싼 가격에 시계를 판매했다. 먼 곳에서 카탈로그를 보고 시계를 주문하는 농부들에게 소포로 제품을 보내줬다. 이후 시어스앤드로벅은 재봉틀, 가구, 그릇, 옷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는데, 전화번호부 같이 두꺼운 카탈로그는 성경 다음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많이 보는 책이었다.

이 시기 시어스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통신판매 업체 특성상 시어스는 많은 제품을 거대한 창고에 보관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품을 관리하고 배송하는 데 필요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당시 포드가 이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1920년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자동차 보급 확대로 사람들이 먼 거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통신판매 수요가 줄었다. 시어스는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곳곳에 소매 점포를 내기 시작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시어스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대표 소매업체로 성장했다. ‘다이하드 자동차 배터리’ ‘로드핸들러 타이어’ ‘위니더푸 어린이 옷’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50년 가까이 시어스는 미국 1위 유통업체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1990년대 닥친 유통업계의 지각 변동에 시어스는 경쟁사에 1위 유통업체 자리를 내줬다. 시어스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면서 판매가 줄었고 실적은 악화됐다.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 ‘홈디포’ 등 후발 유통업체들이 시어스를 앞질렀고, ‘아마존’ ‘이베이’ 등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해 시어스의 입지는 더 줄었다. 시어스는 지난 6년 동안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시어스의 신용등급을 ‘정크 본드’와 같은 최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유통시장을 이끌었던 시어스가 파산 위기까지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시장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체 쇼핑 매출이 2~3% 증가하는 가운데 온라인 쇼핑 매출은 15% 늘었다.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대형 점포 매출은 감소했다. ‘JC페니’ ‘메이시’ ‘콜스’ 등 다른 미국 대형 백화점들도 시어스와 마찬가지로 점포 줄이기에 나섰다. 소득수준이 높은 고급 상점과 ‘H&M’ ‘자라’ 등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패스트패션이 번성하는 반면 도시 외곽 지역에 대규모 매장을 낸 대중적인 쇼핑몰은 쇠퇴하는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잘못된 경영 판단도 시어스의 실패 요인이다. 1990년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월마트·타깃 등 대형 할인마트가 등장하고, 2000년대 아마존, 이베이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생겨날 당시 시어스 경영진은 변화를 외면했다. 1990년대 초기 많은 언론이 월마트의 등장을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소개하며 유통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시어스 경영진은 이런 분석을 무시하며 장기적으로도 월마트가 시어스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월마트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파는 시어스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파도는 시어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새로운 유통업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성장해나갔다.

◆ “거대한 관료제 조직, 변화에 눈 감아”
일반 소매업체는 다양한 경험과 브랜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유통 업체와 경쟁했다. 특정 분야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 ‘홈디포’ ‘세포라’ ‘얼타’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 하지만 시어스 경영진의 시각은 편협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주주 ‘로버트 A.G.몽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광고를 내며 시어스 경영진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지만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시어스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며 “거대한 관료 조직으로 변한 기업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대신 그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시어스 CEO 에드워드 램퍼트가 2009년 도입한 멤버십 프로그램 ‘숍유어웨이(Shop Your Way)’도 혁신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다. 램퍼트는 시어스 멤버십을 가진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제품을 제공하면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져 매장 방문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실험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 과도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시어스의 실적 악화는 이어졌다.

변화의 바람이 거셌던 1980~90년대 시어스가 핵심 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금융 서비스 등 다른 사업으로 진출한 것 역시 패착으로 평가된다. 시어스는 1970년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미국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금융 서비스 사업을 추진했다. 고령자는 소비에 나서기보다 저축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이 틈새시장을 잡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이런 금융 사업이 시어스의 핵심 사업인 유통과 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어스는 금융사업에서 금방 손을 뗐다. 1980년대 인수한 증권사 ‘딘 위터’와 ‘디스커버리신용카드’ ‘콜드웰뱅커’ 등을 포함해 직접 세운 생명보험사 ‘올스테이트’도 1990년대 모두 매각했다. 이 기간은 월마트와 홈디포 등 유통업계 강자들이 경쟁력을 키운 중요한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시어스는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재도약과 혁신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시어스는 위기 상황에 비용을 줄이고 핵심 사업 부문과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어스의 한 경영진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을 줄여야 하고 훈련된 근로자를 내보내야 하고 연구기관을 축소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매장을 만들기 쉽지 않다”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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