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를 모르고 임종을 맞이할수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목적을 이해하고 이 목적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죽는 순간에 후세의 세상에 남겨놓는 것은 내가 설계한 대로 만들어 온 내 삶의 목적일 것이다. 이 목적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스토리의 형태로 기억되어질 것이다.

나 자신은 목적을 완성해놨는데 이 목적에 대한 사용설명서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세상에 어떤 획기적 물건이 새롭게 만들어졌는데 발명자가 사용설명서를 남기지 않고 세상을 하직한 경우와 같을 것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각성하고 이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을 깨달았고 이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성공적으로 살았다 하더라도 이 목적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남기지 못한다면 만들어진 목적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후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들어서 디자이너의 의도를 전달해놓지 못했다면 아마도 한글은 지금과 같은 한글로 진화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근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이런 해례본을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형태는 미니 자서전이라고 부르던 자신의 삶의 설명서라고 부르던 상관이 없다. 자신의 과거가 기록으로 남겨져서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서 미래가 태어나고 그러는 과정을 통해서 과거를 살려낼 수 있다면 해례본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진성리더들에게 이런 해례본 작업은 유사리더들이 하듯이 자신의 삶을 대중에게 과장하고 포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진화시키기 위한 성찰작업일 뿐이다. 자신이 남긴 목적을 후세가 플랫폼으로 더 잘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사용자 가이드 북이다.

김춘수시인의 <꽃>에 잘 묘사되었듯이 자서전이란 자신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행위이다. 남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려면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야 한다.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의 이름의 의미를 제대로 불러 줄 것 같지는 않다. 자신 이름의 의미를 제대로 불러 일으키는 작업이 자서전 작업의 의도이다. 자신의 이름은 있어도 이름의 내용이 텅비어 있어서 불러도 공허한 메아리로 끝난다면 나의 존재는 허망한 것이 될 것이다.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