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제대로 리드하기
스마트 리더십
이번 여름에 한국인사조직학회에서 <초고령사회: 조직활력 어떻게 높일까>라는 기획 서적을 출간했다. 이 저서에서는 한국 고령화되는 인적자원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었다. 여기에 고령화되고 있는 X세대와 신세대인 밀레니얼 세대 간 갈등과 리더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mart Leadership>이란 챕터를 기고했다. 책을 못 구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챕터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밀레니얼들은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 초반에 베이비 붐머나 X 세대 초반의 부모 밑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의 특징은 한 마디로 강한 자기지향성이다. 베이비 붐머 세대나 초기 X세대의 부모들에 의해서 애지중지 길러져서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여 직장에서도 선배들이 지정해준 조직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기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강한 자기지향성은 직장에서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다양한 행동과 태도로 표출된다.
자기지향성은 부모들에 의해 촉발되었다. 부모의 압력과 부모의 압력을 거절할 수 없었던 학교 선생님들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세대보다도 많은 트로피를 획득했다. 대학서류전형위원으로 참가해보면 지원한 모든 친구가 이 많은 상들을 어떻게 다 받을 수 있었는지, 공부를 해가며 이 많은 경험을 언제 다 할 수 있었는지 경외스러울 다름이다.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화려한 스팩으로 중무장되어 있다.
첫째, 이들의 자기 중심적 경향은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이들 자체가 우리 사회가 가진 사회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 구조적 문제가 자신의 복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회구조적 문제에도 관심을 보인다. 특히 사회의 형평성 등에 무관심해보이지만 정유라 사건처럼 이것이 자신에 대한 차별로 전개될 때는 참지 않는다.
둘째, 이들은 자신에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행동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자신의 정신모형에 맥락화 되어야 행동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과 같이 일하는 리더들은 아주 소소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또한 이것이 이들 자신의 복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어야 이를 위해서 적극적 행동으로 개입하는 성향이 있다. 이들은 탁월한 인터넷 탐색 능력 때문에 축적한 지식이 많은 만큼 질문도 많이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 질문을 무시한다면 또 다시 이들과 전쟁하겠다는 것이다. 이들과 제대로 일하려면 성심성의 껏 답해야 하는 수준을 넘어서 세세히 설명해주어야 한다.
셋째, 이들은 자기 중심적이나 자신과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는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성향이 있다. 어떤 점에 있어서 이들은 개인주의자도 아니고 집단주의자들도 아니다. 대학 강의장에서 이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팀플레이다. 개인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팀플레이를 선천적으로 싫어한다. 하지만 팀플레이를 통해서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면 팀플레이를 굳이 마다하지는 않는 유연성도 있다. 이해만 된다면 자신들이 싫어하는 팀플조차도 쿨하게 받아들인다. 자기 지향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면 집단주의고 개인주의를 따지지 않는 것이다.
넷째,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유연하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소통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과 가장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리더는 관료주의적으로 상명하달하는 리더들이다. 상명하달하는 리더는 공개적으로 밀레니얼들과 자신도 모르는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것과 같다. 결국 상명하달 자체가 이들에게는 갑질인셈이다.
다섯째,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체험소비에 돈을 쓰는 편이다. 가성비도 따지겠지만 이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는 자신을 표현해주는 매체이다.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매체를 골라서 문화소비를 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아마도 가성비를 따져 삼성의 갤럭시를 사기보다는 디자인이 뛰어난 애플의 아이폰을 더 선호할 것이다. 옷이나 라면을 사는 행위에도 이런 문화소비의 성향이 반영된다. 기성세대 리더가 밀레니얼의 이런 행동을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까탈스럽게 군다고 생각한다면 또 다시 밀레니얼과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변화에 대해서 어떤 세대보다 개방적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들이 자신의 목적과 사명을 찾아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를 써나가는 진성 리더인가에 대해 질문한다면 본인의 대답은 회의적이다.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의 삶에 대한 사명과 목적에 화두를 가지고 자신의 스펙을 구성하는 밀레니얼들은 생각보다 소수이다. 또한 목적과 사명을 찾았다 하더라도 이것을 실제로 성취해가는 과정은 장기적이고, 험난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인데 이들이 이 과정을 슬기롭게 이겨내서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변화를 성취할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이런 도전을 이겨내기보다는 포기하는 성향이 직장에서 이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이직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기성 세대 리더들은 사회의 가장 많은 인구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할 것이 요구된다. 먼저 소통하는 방식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이 중시하는 스펙과 경험이 목적과 사명으로 이어져야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세상의 모든 성취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적 자본을 어떻게 축적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할 것이다. 또한 리더가 되려는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이것을 달성하는 현실적 과정은 지난한 어려움과 회복탄력성을 요구한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
직장 내 세대간의 갈등을 어떻게 넘어서나?
베이비부머 (1945-1964)
X 세대 (1965 - 1980)
밀레니얼 세대 (1981 - 2000)
내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이어서 친구들이 다 임원급이거나 이미 명예퇴직을 당했다. 아직 회사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요즈음 신세대들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이다. 불편하니 서로가 회사에서 먼저 나가줬으면 하는 눈치이다. 결국 이들이 충돌하면 힘이 없는 x 세대나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를 떠나게 되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재능 손실이 만만치 않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선두주자들은 해방둥이로 어려서 한국동란을 경험했다. 이들은 국가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일에 대한 욕심이 강한 아버지 밑에서 배운 세대이다. 전통적으로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고 어머니는 한 가정에 서너명이 되는 애들 양육을 책임졌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 이들로부터 고생은 사서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고생하는 아버지에 대한 예의로 아버지가 들어오시기 전까지는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베이비 부머들도 아버지를 닮아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위계서열을 중시한다. 강점은 일과 조직에 대한 헌신이고 단점은 권위와 위계서열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전형적 X 세대로 성장한 아이들은 아버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가 버거워졌거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향상으로 어머니들도 일하려 나간 세대들이다. 결국 양육의 문제 때문에 애들도 하나이상 낳는 것이 어려웠다. 이 독자들은 학교가 끝나면 혼자 집으로 돌아와서 집에서 혼자하는 게임을 2-3시간 씩 붙들고 있었다. 이 아이들의 특징은 목에 집 열쇠를 걸고 다녔다는 점이다. 이렇게 혼자 큰 아이들은 반항심이 많고 독자적 성향이 강하고 고집불통이다. 동경하는 연예인들 따라다닌 오빠부대의 원조이다. 회사가 맘에 안 들면 때려치우고 자기 사업하겠다고 나서는 친구들도 x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용 꼬리보다는 뱀머리가 되겠다고 주장하는 세대다. 일은 어떤 의미 떄문에 하기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취미를 즐기기 위한 경제적 수단이다. 이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쯤 IMF를 맞아서 이들의 고집도 많이 꺽였다. 낀 세대인 이들의 강점은 독립심이고 단점은 좀 냉소적이다.
밀네니얼 세대는 부모가 정말로 애지중지해서 키운 애들이다. 이들 부모는 헬리콥터 부모이다. 부모는 자기 애의 특별함을 과시하기 위해 차 뒤에다 [우리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여 자기에게 소중한 아이가 있음을 과시하고 다녔다. 이 애들은 2-3살부터 스마트 폰을 가지고 논 디지털 원주민 세대이다.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학교에서도 부모들이 극성 때문에 애들이 조금만 잘해도 다 상을 나눠갖게 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이 세대 아이들의 집에 가보면 별의별 상을 다 탓다. 이들은 트로피와 스펙으로 중무장했다. 이들 세대는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능력과 자기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반면 생각보다 사회문제나 정치에 대해서 관심이 없고 X세대에 비해서 보수적이다. 버릇이 없고 인내심이나 참을성이 부족한 것도 흠이다. 이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쯤 경기가 L자 경기로 꺾여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부모가 높혀놓은 자긍심에 큰 상처를 받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다.
사실 요즈음 직장을 가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임원급이고 X 세대는 팀장급이고 밀레니얼세대가 팀원일 경우가 많다. 세 세대가 한 조직에서 같이 어울려서 일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세대간의 보이지 않는 오해와 갈등이다. 세대차이는 그냥 차이일 뿐인데 각 세대는 이 다름을 윤리적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자신의 세대의 입장에서 다른 세대를 재단해서 평가절하한다. 요즈음 리더십의 문제는 이들이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가면서 협업할 수 있게 할 수 있는지의 문제인 것 같다.
밀레니얼에 대한 엄마의 기대
어느 수준에서 멈춰야 할까?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부모의 엄청난 기대를 받고 성장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높은 기대는 독이 되기도 하고 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득보다는 독이 되는 기대성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특히 부모 중 엄마의 기대는 무시무시하다. 아이를 스트롤러에 태우고 자신이 돌볼 수 있는 순간까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캥거루 족 엄마들이 많아지고 있고 실제로 성인이 되어서도 캥거루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실 이전의 부모들도 이런 생각을 안 가진 것은 아니나 여력이 되지 않아서 자의반 타의반 일찌감치 포기했을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성장한 대부분의 모범생 아이들은 초반에 반짝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부터는 삶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아이의 운명이 부모의 정보력으로 결정되는 기간은 대학교 입학까지이다. 대학에 들어와서까지 헬리콥터를 뛰워가며 방향을 간섭하는 어머님들을 종종 보는데 엄청나게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지켜본 바를 일반화하기는 뭐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최고의 모범생으로 성장한 아이가 최고로 잘 되는 경우는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고 40대 중반 정도 되면 나머지 50년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로 회사를 퇴직해야 하는 경우일 것이다.
캥커루족에서 제대로 졸업하는 순간은 아이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아서 엄마의 스트롤러에서 벗어나 스스로 발걸음을 떼었을 때 일 것이다. 캥거루 족에서 빨리 졸업할수록 부모나 아이의 삶은 더 편해지고 더 독립적이 되고 더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삶의 목적에 대해서 평소에 심각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면 캥커루 상태에서 아이를 제대로 졸업시키는 일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엄친아 아이들을 카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캥거루족 돌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이들은 자신만의 과일나무를 성장시킬 수 있는 뿌리를 내리는 숙성기간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캥거루족으로 자라나 자신만의 뿌리를 충분히 내리지 못하고 성장했다면 태풍이 칠 때마다 노심초사해야 하는 삶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 대한 조언
아이들을 모범생으로 키우지 마라.
사회학에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과도하게 길들여서 조형된 인간을 과도 사회화된 인간(oversocialized man)이라고 한다. 사회가 통제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람직한 사회인의 모형을 사회적 규범이나 역할로 명확하게 설정해놓고 여기에 순응하도록 하는 사회질서 유지의 메카니즘이다. 과도사회화된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죽이고 사회가 써준 대본대로 연기해가며 사는 사람을 만든다. 대본을 쓰는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에 과도 사회화된 인간이 되면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가 급변해서 자신의 대본이 작동이 안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있지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수하로 부렸던 과도사회화 된 인간을 인정사정없이 구조조정해버린다. 실제 과도사회화 된 인간은 회사에서도 가장 먼저 명예퇴직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시키는대로 묵묵히 따라한 댓가로는 가혹할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이들의 희생을 사회탓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도 사회화된 인간의 기제가 가족 내에서 자녀들에게도 적용되는데 이것이 바로 모범생 프레임이다. 자녀들이 모범생으로 자랄수록 가정 내에서 자녀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통제할 수 있고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정서적 경제적 비용이 안든다고 믿기 때문에 부모들이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또한 사회가 공고한 기득권 세력에 의해서 장악되어 있을수록 자녀들을 길러서 이들의 수하로 성공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부모들도 스스로 대본을 써서 넘겨주는 것은 아니다. 모범생들의 대마왕 엄친아들이 써놓은 대본을 무작위적으로 표절한 것이다.
모범생의 문제는 부모가 써준대본대로 살았지 스스로가 한 번도 자신의 대본을 써본적이 없는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면 이들은 제일 먼저 길을 잃는 사람이 된다. 성인이란 어떤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고 이 해석에 기반을 두어 자신만의 대본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문제해결력을 가진 사람이다. 모범생은 평생 부모가 써준 대본 대로 살았지 자신의 대본을 스스로 써 본적이 없는 어린이다. 몸은 성장하고 어른이 되지만 문제해결력을 획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도 결국 성인아이다. 전형적인 마마보이 대디보이이다.
대학에서 가르쳐가며 모범생으로 길들어진 학생들의 행로를 추적해보면 기득권이 좋아하는 대본을 알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회사에 들어가 실질적으로 일하기 시작하는 대리쯤 되면 모범생이 아닌 다른 평범한 학생들보다 문제해결력이 떨어져 성과에서 뒤지기 시작하고 결국 제일 뒤쳐지는 집단으로 전락한다. 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변화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쟁터이다. 이 급변하는 전쟁터에서 부모가 가르쳐준 대본이 작동될 리가 없다.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조기에 명예퇴직시키는 일에 공모한 꼴이 된다.
아이가 자신의 욕망을 반영하여 상황을 해석하고 이 해석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대본으로 솔루션을 마련하고 이 솔루션이 작동되는지를 스스로 검증하고 실패를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대본을 수정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가장 현명한 부모일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의 대본을 써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21세기의 제대로 된 부모일 것 같다.
세상은 절대로 30년 전에 배운 부모의 답안이 그대로 적용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아이를 모범생으로 키우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를 평생 아이로 기형화 시키는 엄청난 일을 공모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밀레니엄 세대와 대화가 안 된다?
이해하다(understand)의 뜻
아직도 회사에 있는 친구과 사석에서 이야기해보면 밀레니엄 세대와의 소통의 문제를 많이 호소해온다. 한편 대부분이 최근 졸업생인 밀레니엄 세대는 연구실에 방문할 때마다 기성세대대와 대화 Dialogue가 힘들다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형국이 기성세대는 기성세대들끼리 모이면 밀레니엄 세대를 비난해가면서 뒷담화를 해대고 밀레니엄 세대는 자신들끼리 모이면 기성세대에 대해서 뒷담화를 해댄다. 끼리끼리 모여 하는 뒷담화가 넘친다는 것은 조직에 소통의 전혀 안 된다는 증거이다. 소통의 문제는 조직의 거래비용을 높혀 경쟁력을 떨어트린다. 소통이 안 되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한국 기업들이 공통으로 가진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소통의 잘못은 힘이 있는 사람 쪽에 있을 개연성이 높다.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논리가 딸리거나 불리해지면 대화의 핵심과 거리가 먼 맥락 속에 숨어 있는 권한과 지위를 은연중 이용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쪽으로 이끌어 갈 개연성 때문이다. 결국 대화하자고 해놓고 승패가 갈라지는 논쟁 DEBATE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논쟁에서는 대화의 구조에 계급장의 힘이 그대로 반영된다. 대화하자고 해놓고 논쟁으로 이끈다면 엄청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논쟁에 한 두번 끌려 당해본 밀레니엄 세대는 대화자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상사가 대화하자고 하면 아 또 시작이구나 하고 가슴이 철렁할 것이다.
지위나 힘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서 왜곡된다.
상사가 논리가 떨어지면 은연 중 보이지 않는 힘으로 누른다. 혹은 힘의 불균형을 이용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독점하기 시작한다. 상사가 말하는 논지가 그가 전제로 삼고 있는 가정과 어굿나도 이 가정에 대해서 의심을 제기하지 못하게 한다. 상사를 인격적으로 못 믿는 것이라는 둥 가정에 대한 질문을 인간적인 신뢰의 문제로 귀인시킨다. 상사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일관된 스토리가 없어서 이야기들이 대부분 진정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더 문제가 심각하다. 진정성이 떨어지는 상사하고는 진솔한 이야기 자체가 안 된다. 결국 밀레니엄 세대에게 도움이 된다고 먼저 대화 좀 하자고 해가면서 결국 따지고 보면 명령하고 허락하고 금지하고 약속을 강요하고 스스로 변명하는 기회로 사용해 자신의 입장만 변호해 상사에게만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끝난다. 대화의 목적이 서로에게 모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이 호혜성이 무너지는 것이다. 밀레니엄 세대가 판단하기에는 부하를 제압하는 목적이 대화 속에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밀레니엄 세대와 어떻게 보다 깊은 대화는 할 수 있나? 어떤 회사에서는 계급장을 떼버리기 위해서 직위와 상관없이 다 아무게 님으로 부르라고 규정을 만들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화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면 상사는 회사의 이런 규정에 대항해 더 교묘하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debate에 명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삶에 대한 눈과 가정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를 뿐이지 이것이 윤리적 판단의 대상은 아니다. 즉 밀레니엄 세대가 세상을 보는 가정에 대해 판단중지한다. 즉, 밀레니얼 세대가 나에 대해 반대의견을 개진해도 이 친구들이 나를 싫어서 그럴 것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 상대가 가진 가정에 대해서 판단중지하면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진짜 궁금해지면 물어보고 싶을 것이다. 묻게 되면 상대가 가진 가정이 나의 가정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다른 가정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다면 서로가 가진 가정들의 장단점을 토의 해가며 서로 다른 가정에 대해서 다리를 놓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합의를 내린다. 아마도 밀레니엄 세대가 보는 세상에 대한 가정이 아마 미래를 예측하는데 상당한 유용성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할 것이다.
대화가 안 되는 문제의 해결의 주도권은 힘이 있는 쪽이 결자해지해야 풀린다. 이상적 소통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다른 가정을 이해하고 이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정에 대해 합의의 장을 만드는 행위이다. 이해한다(understand)의 핵심은 힘 있는 사람이 밑에(under) 서서(stand) 보려는 행동이다.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에서 누르기보다는 진정으로 밑에 서서 보려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일 때 서로 대화가 가능해질 것 같다.
밀레니엄 세대의 트로피
불행한 자긍심의 상징
서울대학교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학교입시에 참여해보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현상을 그대로 보면 학생들이 이렇게 많은 상을 그 많은 공부를 소화시켜가면서 탈 수 있었을까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면을 들어가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상이라는 것은 성취가 먼저 있고 그 성취를 격려해 앞으로는 더 잘하라는 강화의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데 상을 남발하다보니 강화로서의 상의 의미가 사라지고 상 자체의 액면가만 떨어트린 형국이다. 학생들도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학교를 다닌 것이 아니라 결과물로 더 많은 상을 트로피처럼 모으기 위해서 학교를 다닌 것이 된다. 이전에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받을 수 있는 상도 그냥 제대로 참가만 하면 골구로 나눠주고 있다. 상이 아니라 참가 증명서로 전락한 것이다.
이렇게 상으로 자존심이 부풀려져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오자 심한 좌절감을 경험한다. 대학에는 상이 고등학교처럼 그렇게 많지도 않을 뿐 아니라, 모든 성과는 상대평가로 이뤄진다. 부풀려진 자긍심이 추락하기 시작한다.
추락하는 자긍심의 출구는 다시 회사입사를 위한 스팩쌓기로 이어진다. 요즈음 대학생들의 화려한 스팩을 보면 10년전 대학생들과는 비교자체가 안 된다. 이들이 화려한 스팩으로 무장해 무시무시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회사에 입사하면 회사는 더 처절하게 이들의 자긍심을 무너트린다. 회사는 얼렁설렁 공부하는 학교가 아니라 생존경쟁을 위한 전쟁터이다. 스팩에 대한 최고의 자긍심으로 무장한 밀레니엄 사원들은 자신이 가지고 들어온 스팩이 회사의 성과에 기여하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회사 생활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를 가늠하는 생존게임이기 때문에 스팩의 현시성이 떨어진다. 이들이 가져온 스팩은 순식간에 생존과 변화를 위해 촌각을 다투는 업무와의 관련성이 떨어져 토사구팽된다. 간신히 스팩으로 살렸던 자존심이 다시 추락한다.
한국처럼 회사의 분위기가 관료적이고 수직적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아랫사람들의 고통에 신경 써주지 않는 문화라면 이들이 버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의 고통에 신경 써 줄 수 있는 선배들은 없다. 자신도 치열한 현실에 살아 남아야 한다. 결국 밀레니엄 신입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직이다. 이들은 들어오는 순간 이미 이직을 고민한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입사했는데 회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주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직장에 입사했어도 밀레니엄 신입사원들의 70%는 들어가자마자 회사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래 이직을 꿈꾼다. 어렵게 이직에 성공하는 밀레니얼도 있지만 결국 이직한 회사도 들어가 보면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남의 떡이 커보였던 것이다. 남의 떡이 커보였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한 밀레니얼들은 이직에 이직을 거듭한다. 이직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하늘을 찌르던 자긍심도 점점 추락한다. 길잃은 밀레니얼들이 마지막으로 문두드리는 곳이 공무원이나 공사시험이다.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들 사회는 또 다른 이유를 들어 밀레니얼들을 돌보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우리 인구의 30% 정도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대안은 없다. 결국 이들을 살려내 리더로 길러내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는 것이다. 이들을 살려낼 수 있는 키는 이들이 가지고 있다기보다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기성세대가 이들을 위해 자신의 리더십의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밀레니엄 세대의 미래는 없고 밀레니엄의 파이프라인의 노동생산성이 고갈된다면 결국 회사도 무너지게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밀레니얼들을 살려내고 키워내는 문제는 국가적 과제이고 이 과제의 키는 기성세대 리더십의 변화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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