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위라고 막연하겠지만 이 수치는 대충 하루에 40명, 한 달에 1200명 꼴이다. 이 숫자는 300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아파트 전 주민이 자살하는 꼴이다. 이 숫자가 누적되어 8개월이 이르면 1만명의 인구인 울릉도 전 주민이 자살한 숫자와 맞먹는다. 이처럼 한 지역에 집중해서 일어난다고 상상한다면 한 달에 한 번씩, 한 아파트 주민 전체가 사라지고, 8개월마다 울릉도 주민 전체가 사라지는 휴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휴거가 일상화 되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2012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살 1만3천940건 중 2천618건(18.8%)이 경제생활 문제, 3천861건(27.7%)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2천887건(20.7%) 건이 육체적 질병문제로 한국인의 자살은 정신적 문제로 종결된다.

삶은 곡예와 같다. 이 외줄 곡예사들에게는 안전망 그물이 있어서 곡예에 실패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그물에도 두 개의 어쩔 수 없는 구멍이 있다. 하나는 사는 것이 갑자기 의미없어지는 구멍인 아노미의 구멍이고 다른 하나는 생물학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나 힘들어져 생긴 구멍이다. 통계적으로는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구멍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도 높아 보이지만 이들의 심리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들도 결국은 경제적 문제가 삶의 삶의 의미를 상실한 아노미 구멍으로 이어져 자살한다. 대부분은 생계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의 문제가 삶의 의미없음으로 이어져 자살하는 사람들이다. 못사는 나라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나라에서 생계 때문에 자살하는 비율이 더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이는 생계와 자살 간의 상관은 거짓상관이고 생계가 삶의 의미문제로 촉발되고 이 삶의 의미상실이 자살로 연결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자살은 아노미 자살이라고 칭해진다. 아노미 자살은 자신의 삶이 <시지프스의 돌 굴리기>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자살이다. 한 번 작업으로 끝날 것을 예상하고 열심히 언덕으로 돌을 올리는 작업을 완료했는데 이 작업을 성공하자 다시 돌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다시 올려야 한다. 몇 번을 힘들게 굴려서 올리는 작업을 반복했는데 어느 날 죽을 때까지 이 무의미한 작업을 반복하고 살아야 하는 운명임을 깨달게 된다. 결국 목숨을 끊을 것인지 돌굴리기를 계속해야 하는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무한경쟁의 분위기에 휩싸여 이 돌굴리기조차 포기하는 사람을 실패자라고 낙인찍어왔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자살을 방조할 수 있는 친구는 점점 많아져도 자살을 막아줄 최소한의 의미있는 삶을 사는 삶의 안전망 친구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다. 안타갑지만 이것이 자살율 1위의 영예를 갖고 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가 차원에서 일반국민들이 제대로 된 삶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복원해내지 못한다면 매 달 한 아파트 주민들이 통채로 사라지는 휴거는 계속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살공화국의 불명예는 씻을 수 없는 멍에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