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 속에는 지도와 나침반이 들어있다. 이 지도는 내가 과거로부터 살아오면서 만들어 온 지름길이 저장되어 있다. 네비게이션은 이 지도를 이용해 내가 지금 당장 가야할 어떤 목적지가 정하면 이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지금길을 가르쳐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네비 속에 장착되어 있는 나침반의 기능 때문이다. 하지만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나침반을 인식해가며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 하루 하루 목적지를 찾아서 바쁘게 생활해가며 네비의 사용이 끝나면 나침반을 잊고 지낸다. 어제에 도달한 목적지와 오늘 도착한 목적지가 미래에 도달해야 할 진짜 목적지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길을 신나게 달려 오다보면 자신이 가야할 진짜 목적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는다. 돌아가기는 너무 늦었다. 네비에 길찾은 기능에만 의존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다보니 결과적으로 길을 잃은 것이다. 인생에서 탈로한 것이다.
탈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거나 변화를 창출하는 사람들은 네비게이션 속에 들어 있는 나침반을 밖으로 꺼내놓고 사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네비가 지름길이라고 가르쳐주어도 자신의 나침반이 가르치는 자신만의 북쪽인 진북 true north에서 벗어난 길이라면 차라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나침반이 가르쳐준 진북을 목적지로 삼고 이 길을 도달하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제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나침반은 이렇게 목적지를 정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행로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목적지인 진북인지를 가르쳐준다. 네비 속에는 나침반도 장착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네비를 어떤 목적지가 제대로 선택한 목적지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는데 이용하지 않는다. 지름길만을 찾아다녔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도달한 목적지가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목적지인지는 네비에서 떼어낸 나침반만이 결정한다.
최단길로만 따라온 인생행로가 뒤돌아갈 수 없는 마지막에 잘못되었다고 깨달는 것은 평소 네비게이션만을 사용했지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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