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2-06 18:23
[N.Learning] 자기개발서가 만들어낸 왜곡된 세상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72  

자기개발서가 만들어낸 왜곡된 세상:
누가 나를 아프게 했을까?

나는 맹목적으로 자기개발이 만병통치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경고해왔다. 대부분 자기개발서들이 심령 심리학과 연합해서 과학적 근거 없이 모든 문제를 게으른 자신의 문제로 치부하고 사람들을 열정이 없는 죄인 취급하고 몰아세운다. 한 때 유행하던 <아프니까 청춘이다> 처럼 나를 아프게 만든 절반의 책임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있고 이 구조적 문제에 적응해서 살다보니 아픈 내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억지로 외면한다. 어떻게든 아프게 되면 아픈 자신이 잘못이고 따라서 자신만 열심히 치유하면 된다는 주장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우리가 같이 모여서 사는 환경을 구성해주는 구조적인 틀과 그 틀 속에서 세상을 주체적으로 구성해가는 인간의 문제를 동시에 볼 수 있을 때만 근원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사회과학은 모든 문제를 구조적 문제로만 보는 편견을 가지고 있고 인문학은 모든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만 보는 한계가 있다. 사회과학과 협력하지 못한 인문학, 인문학과 협력하지 못한 사회과학이 만들어낸 진단이 지금과 같은 자기계발서 만능주의의 잘못된 믿음을 키운 것이다.

구조적 문제는 자유를 체험하기 위해 내가 깨고 나가야 할 두꺼운 알이다. 내가 인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부화해야 할 병아리이다. 사회과학은 병아리를 무시하고 사회구조적 알을 깨 미성숙한 병아리를 죽이는 우를 범하고 있고 인문학은 병아리만 키우면 이 병아리는 스스로 두꺼운 구조적 알을 깨고 제대로 부화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회구조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반면 사람의 문제는 충분조건이다. 구조의 문제와 인간의 문제를 동시에 볼 수 있을 때에만 문제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전체적인 참모습을 드러내 보여준다. 미래의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열망한다면 공동의 관심을 통해서만 풀리는 구조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되고 이 구조적 알에서 깨어나야만 하는 병아리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무시하고도 병아리를 알에서 성공적으로 부화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지금과 같은 자기개발서 만능주의를 키웠다. 사람들과 같이 공존해야 하는 사회의 문제에 대한 관심만이 나를 둘러쌓고 있는 두꺼운 알의 실체를 이해하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할 것이다. 제대로 된 자유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과학적인 근거없이 인간을 게으르고 열정이 없다는 가정하에 자신을 맹목적으로 몰아세워는 것에서 벗어나 어떤 사회적 문제가 나의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사회구조적 절벽이 왜 생겼는지를 외면하고 그냥 손을 떼지 말고 구조적 절벽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라고 강요하는 자기개발서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해방을 경험한다. 절벽에서 손을 놓고 어려울 때일수록 쉬어가며 서로 위로해가며 인간의 문제와 구조의 문제를 동시에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먹고 사는 것을 핑게대가며 사회의 부패한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구조적 부조리에 대해 다 남의 문제라고 여기고 외면해왔다. 이런 무관심에 탄력을 받아 기득권을 먹여살리기 위한 구조적 병리는 알의 두께를 점점 키워왔다. 우리가 알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제험할 수 있는 삶에서 점점 멀어지게 했다. 사회구조적 부조리에 대한 집단적 분노없이 알에서 깨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영원히 참세상의 자유를 체험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인문학이 자기계발서와 연대해 인문학적으로 자신만 잘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인문학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