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오동식의 증언: 사과문이 완성되자 이윤택 연출가는 극단 관계자들을 불러 “기자회견 리허설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예상 질문을 던져보라고 시켰고, ‘ㅈㅇㄱ’은 차례차례 질문을 했다. 극단 대표는 “선생님 표정이 불쌍하지 않아 보여요.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표정을 다시 지어보이며 “이건 어떠냐”고 물었다.

희대의 연출가가 진정성 연기를 위해 자신의 제자들에게 연기지도를 받는 대목은 압권이다.

진정성이란 True to Oneself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의 진실성을 판가름할 때 귓속말로 자신만에게 해주는 이야기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같다는 것이 검증된 것이다. 두 이야기가 다르다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속으로는 탐욕이 가득 찬 삶을 꿈꾸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선한척 연기한다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사과에 있어서도 잘못한 자신을 진심으로 책망하고 이 진심을 사과의 대상에게 똑 같이 전해줄 때 진정성 있는 사과가 된다. 잘못한 자신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과를 연기하는 것이다. 이윤택씨는 잘못을 저지른 자신은 떳떳하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이 없다.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처럼 마음 속으로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겉으로만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사과를 연기하다 다시 측근에 의해 다시 고발된 것이다. 연극계의 대부답게 삶 자체가 연기인생이었던 셈이다.

살아가면서 피해야 할 가장 저질의 부류는 자신의 탐욕스러운 의도를 끝까지 숨겨가며 진정성 조차도 연기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하는 탐욕스러운 이야기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연기해서 대통령까지 오른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연기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진정성 연기의 달인이 되어야 출세할 수 있는 연기 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진정성을 생명처럼 중시하던 나라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이런 연기자들이 사회의 지도층을 장악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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