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골이 이야기하는 cold bird와 hot bird의 이야기이다. 뚱뚱해져 야성을 잃어버린 기러기가 cold bird이다. 오늘 내가 제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키에르케골이 말하는 기러기 한 마리 한 마리의 문제가 아닌 기러기 <가족>에 관한 문제다.

문제는 겨울이 되어 주인집 가족이 더 따뜻한 남쪽의 휴양지에 있는 자신들의 별장으로 이주하면서 생겼다. 먹이의 공급이 끊긴 것이다. 몇 일이 지나도 사람들이 돌아 오지 않자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족>으로 지내던 기러기 가족에 조그만 분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란은 점점 커졌다. 분란이 커지자 <가족>들은 서로를 헐�선� 시작했다. 조그만 먹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결국에는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하다가 죽는 가족이 생겼다. 결국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가족은 먹이를 놓고 피터지게 싸우다 다 사망했고 마지막 남은 가장 힘 쎈 기러기도 굻어 죽었다.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가족이 한 순간에 붕괴되었다. 기러기 가족을 전멸시킨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호시절에 마음껏 받아 먹던 풍족했던 먹이였다.

기러기 <가족>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다 같이 <가족>으로 잘먹고 잘사는 것으로 규정한다. 돈이 생길 때 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복지를 늘리는데 흥청망청 쓴다. 그리고 시간날 때마다 우리는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니 그렇게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정도를 넘어선 복지는 구성원을 날지 못하는 집 기러기로 만든다. 복지가 많아질수록 어떻게 효과적으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먹이 비행을 할 것인지 이야기인 혁신은 남의 집 이야기로 전락한다. 서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굳이 혁신을 거론해 분위기를 망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복지가 경영효율화라는 이름으로 하청업체를 착취해서 만들어낸 복지라면 혁신에는 더 치명적이다. 하청업체 노동자를 쥐어 짜 복지를 만든 귀족노조가 대표적이다. 이런 귀족노조에게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 귀족노조는 설사 회사가 무너져도 자신들의 배를 불려 주었던 냉장고를 포기하지 못한다. 회사의 성장율과 상관없이 종업원 연봉의 수십배를 더 챙기는 경영진은 더 탐욕스럽게 비만에 헐떡이는 기러기이다. 이런 경영진이 포진한 회사에서 가장 먼저 실종되는 것은 혁신이다. 종업원들도 열심히 혁신해서 이들을 탐욕을 정당화 시켜줄 이유가 없다. 이런 귀족 노조와 탐욕스런 경영진이 서로의 복지를 위해 야합하고 있는 회사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가장 위험한 회사이다.

혁신이 사라진 회사는 경기가 어려워져지면 <가족>처럼 지내던 구성원들이 서로 철천지 원수지간으로 변한다. 반대로 100년간 지속하는 기업의 비밀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족 구성원들의 유대가 더 끈끈해진다. 어려운 상황에서 유대가 더 돈독해지는 이유는 평소 이들은 자신들이 가족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신성한 목적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존이나 생계가 목적이 아니라 가족처럼 지내야 하는 이유가 더 높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목적달성을 위해 단결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가족의 존재이유를 실제로 구현하고 존재이유를 구현하는 구성원간 더 끈끈한 정을 느낀다. 또한 가족들은 목적에 가까워지는 체험을 통해 행복을 체험한다. 이 가족에는 행복이 저절로 따라온다.

기본적인 복지는 불만을 잠재우는 대신 과도한 복지는 혁신을 죽인다. 복지를 넘어 목적을 염두에 두고 혁신을 지속하는 목적기업만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성원을 가족같이 대우한다. 목적이 달성되어 성과가 나는 한 이들의 복지도 지속된다. 기본적 복지도 해주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복지는 반드시 해 주어야한 경영의 전제지만 부자회사가 복지를 늘린다고 혁신이 증진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처럼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주는 복지는 종업원의 냉소주의만을 키울 것이다. 목적을 상실한 상태에서 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회사는 정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