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얼마전에 금수저에 해당되는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금수저는 한국에서 만든 말이다. 한국의 금수저에 해당되는 영어는 은수저Silver Spoon이다. 대신 흙수저는 영어로 Scrapper라고 한다. 스크레퍼는 냄비에 남은 음식의 찌꺼기까지 박박 긁어서 먹는 습관에서 연유했다. 금수저로 불리는 Silver Spoon은 은의 강도가 물러서 음식을 박박 긇어먹는 것에 적절하지 않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모든 스펙에서 같은 점수를 받은 흙수저와 금수저가 있다면 채용담당자는 누구를 뽑아야 할까? 하나은행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려가며 금수저를 뽑겠지만 나보고 채용을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남은 음식찌꺼기까지 박박 긁어 먹는 습관을 가진 흙수저를 뽑을 것이다.
왜일까?
첫째는 리더십 능력이다. 흙수저가 열악한 조건에서 금수저들과 같은 능력을 만들어냈다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관계적 자본을 동원하는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상대가 의도하는 사소한 것이라도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의 말을 정확히 경청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소통 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수 없다. 제한된 자원으로 능력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자원들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또한 시간과 상황에 맞게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도 뛰어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조건들이 같다면 흙수저들은 기업에 들어오기 이전에 기업에서 요구하는 리더십 능력을 최대한 훈련하고 들어온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는 과거의 성공에 의해서 예측되는 세상을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점수에 불과한 스펙이 미래의 성취를 예측해주는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때 미래의 성과를 가장 잘 예측해주는 변수는 마음의 근육이다. 마음의 근육은 흔히 Grit이라고 칭해진다. 그릿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자기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이다. 자기효능감은 조건이 바뀌어도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잘 처리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고 회복탄력성은 좌절하는 상황에서 다시 오뚜기처럼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다. 흙수저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올라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마음의 근력이 없다면 경쟁대열에 낄 수조차도 없다. 경쟁대열에 뛰어들어 금수저와 똑같은 성취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객관적 조건에서 부족한 점들을 마음의 근력을 통해 극복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따지고 보면 흙수저였다. 그는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고, 여러 직장을 전전했고, 인도에서 일 년간 살았으며, 게다가 난독증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면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아니 대부분 한국의 기업에 지원했어도 다 떨어졌을 개연성이 높다.
똑 같은 조건이라면 흙수저는 미래의 능력인 리더십 능력과 그릿이라는 마음의 근력를 더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두 요소는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세상에 성과와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회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라고 알려진 요즈음 세대에게 특히 부족한 능력이 리더십과 마음의 근육이다. 똑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 흙수저를 뽑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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