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베이치그룹 쉬허이(徐和谊)회장은 폭탄 발언을 했다.
“혁신만이 살길이다. 예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베이치에게 그 길은 ‘전면적인 신에너지화’다. 내연기관차의 시대는 끝났다. 베이치는 이제 내연차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 하더라도 큰 규모는 아닐 것이다”
쉬 회장은 이렇게 '탈 내연기관(脱然 내연차 퇴출)'을 선언했다. 당장 8월부터다. 베치치그룹은 현대차의 중국측 파트너일 뿐 아니라 신에너지차 계통에서 중국을 이끄는 기업이고 글로벌에서도 신에너지차에서 3위 정도하는 유수기업이다.
베이치 그룹의 이같은 선언은 인텔이 지지부진한 컴퓨터 업계의 혁신에 반발에 자체적으로 부품에 불과한 비메모리 및 메모리 혁신을 시작해서 반도체 산업과 컴퓨터 산업을 구조조정한 사례와 비슷하다. 부품에 불과한 꼬리가 ICT 업계 전체의 몸통을 흔들어 혁신의 기반을 만든 것이다. 베이치 그룹은 현대차의 지지부진한 혁신에 대항해 언제든지 자동차업계의 인텔이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런 선언이 실제로 작동된다면 인텔이 가져온 혁신의 파장으로 ICT 산업이 재편되었던 것처럼 기존의 자동차업계는 순식간에 재편될 것이다.
현대는 자신들의 협력업체인 베이치 그룹의 총수의 이같은 선언에 뒤통수를 쎄게 얻어 맞은 셈이다. 이번 선언은 지지부진한 현대차의 혁신에 반발해 현대차에게 혁신의 리더십을 보이라는 경고장이나 마찬가지이다.
정의선의 리더십은 그간 실적부진, 지배구조, 노조문제로 많은 도전을 받아왔지만 아직까지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다는 증거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쉬 회장의 선언으로 더 심각하게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정의선 리더십이 취할 수 있는 방향은 현대차의 미래 사명과 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기반한 포용의 리더십 (inclusive leadership)이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현대차 미래에 대한 사명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포용의 리더십이란 조직이 나가야 할 미래의 사명을 분명히 하고 이 사명에 기여하는 파트너들을 운명을 공유하는 전략적 우군으로 초대하는 리더십이다. 이 포용의 리더십이 실제로 작동되는지에 따라서 3세 승계가 가족 승계가 아니라 조직과 한국의 미래를 위한 사명의 승계였다는 것을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메시지가 파트너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면 지금 장애로 등장하고 있는 문제들을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 지배구조 문제는 지주회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모비스를 분할 상장하여 시장에 가치 평가를 맡겨서 이 평가를 기반으로 글로비스와의 통합문제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 이득을 염두에 두고 있는 주주에게 이 시장가치에 기반한 청사진으로 설득하고 가치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국민연금 등에는 이런 물류와 부품의 통합이 미래 비전의 달성에 왜 필요한지를 사명을 중심으로 설득해서 우군으로 편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지배회사로 경영권의 승계가 이뤄지면 다음 단계로 지주회사 체재의 구조를 시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판매의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25%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고 유가하락으로 현대 기아가 약한 유틸리티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중국에서의 판매부진도 문제다. 이럴 때일 수록 대외적으로 현대기아차가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가 가는 길이 미래의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한다. 현대차의 새로운 차에 대한 개념이 친환경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정의선씨가 모터 쇼 등에 직접 나서서 현대의 미래에 대해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해소해주어야 할 것이다.
노조의 문제도 결국 미래의 수소차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대세로 등장해 내연기관이 사라진다면 결국 노조도 기반이 없다진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진정한 미래의 생존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될 것이다.
정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인프라와 연구기반에 대한 플랫폼 파트너로 나설 것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의 미래만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사명에 대해 분명히 하고 이 사명에서 도출된 업을 주요 stakeholders들에게 일관되게 설파하여 이들을 사회적 혁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포용적 리더십과 사명에 근거한 목적경영을 통해 현대차가 단순히 족벌의 이익을 위해 지배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통해 불안감을 불식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결정적으로 잘못한 점들이(지배구조개편 등에 있어서) 있다면 이 미래를 위해서 솔찍하게 인정하고 털고가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가 리더십을 재정비해서 한발 앞서서 빠르게 미래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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