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기자_계급질

갑질은 상대를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생각할 때 발생하는 왜곡된 행동을 말한다. 도구로 생각해 내가 시키는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한 을이 인간처럼 불평도하고 반항도 하고 싫은 내색도 하면 갑이 나서서 도구의 지위로 돌아가라고 강하게 응징하는 행동이 갑질이다. 역지사지 상대를 자신과 같은 고통과 욕구를 느끼는 인간이라고만 생각해도 갑질은 일어나지 않는다.

계급질은 더 심각한 문제다. 계급질이라는 용어는 학문적 용어가 아님에도 사회학에서는 계급질과 비슷한 내용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다. 브르디외라는 불란서 사회학자가 연구한 문화적 자본이 그 내용이다. 문화적 자본은 유전자처럼 밈으로 세대에서 세대로 전이된다. 할아버지의 문화적 유전자가 아버지에게 나타나는 정도를 문화적 자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할아버지의 철학과 생활습관이 손자에게 까지 유전되면 적어도 이 가족은 다른 가족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문화적 자본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좋은 문화적 자본은 뼈대 있는 좋은 가문의 전통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는 나쁜 전통도 문화적 자본을 구성한다. 힘있는 사람들 밑에 빌붙어서 살 때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철학으로 일제에 협조해 부를 획득한 할아버지가 시절이 바뀌어도 자식에게도 권력에 아부하라고 가르쳐 자식도 부귀영화를 누렸고 이런 할아버지 철학이 손자에까지 전수된다면 이것도 이 가족에게는 엄현히 문화적 자본을 형성한다. 사회와의 정상적 교류가 있는 일반가정에서는 좋은 전통이 문화적으로 선택받을 확율이 더 크지만 간혹 이 힘 있는 가문이 사회와의 교류가 끊어지면 나쁜 전통도 고스란히 유전된다.

#문화적자본

브르디외에 따르면 문화적 자본을 획득한 사람들은 문화적 자본을 자신의 계급을 다른 계급과 차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누군가가 이 가문의 계급적 상징인 문화적 자본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면 이 사람을 교묘하게 경멸하고 왕따를 시켜가며 열등한 하층민 취급한다. 이것이 바로 계급질이다. 운전기사 아저씨를 열등한 하등계층 취급한 조선일보 손녀가 한 행동은 이런 점에서 갑질이라기 보다는 계급질이 맞다. 손녀는 숙주에 불과하다. 굳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계급과 문화적 자본을 만들어 물려준 손녀의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비난의 대상일 것이다.

이점에서 아래 김곡 감독의 칼럼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크다.

갑질과 계급질의 차이는 갑질이 세대를 넘어서 문화적으로 유전되었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이명희씨 아버지가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이 사람들의 행태도 갑질이라기보다는 계급질에 해당된다. 갑질보다는 계급질이 더 큰 사회적 문제다.

#조선일보
#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