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시대 학자 유한준(兪漢雋, 1732 - 1811)이 설파했듯이 심지어 인간이 아닌 어떤 사물에 대해서도 사랑하면 대상을 더 깊고 그윽한 눈으로 보게 되고 이렇게 해서 알게 된 대상은 더 이상 내가 이전에 알던 그 대상이 아니다. 나는 이렇게 사랑하게 된 대상을 내 삶의 연극무대 어디에 가장 쓸모 있는 준비물로 세운다.

한때 우리나라는 임파워먼트 열풍이 몰아친 적이 있었다. 직장에서 상사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부하들에게 넘겨주도록 독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임파워먼트나 권한위임은 대부분 잘 작동되지 않았다. 사랑이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파워먼트를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성과에 도움이 되니 임파워먼트 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파워먼트를 했다면 상대를 어떤 장면의 주연배우로 세우고 상대에게 주인공으로 자신의 역할 스토리를 썼을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빠지니 임파워먼트에 대한 스토리도 권한의 넘겨준 사람이 쓰고 이대로 되는지 못 믿고 감시한다. 역설적으로 상대가 주인공이 될 기미가 보이면 이를 끌어내기 위해 더 혈안이 된다. 사랑이 빠진 임파워먼트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회귀한다. 사랑이 빠진 임파워먼트 운동은 결국 앙꼬없는 찐빵만들기에 불과했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시작했지만 직원들이 이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감이 없다는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내린 결론도 사랑이다. 현실적으로 말해 삼성사람들은 삼성을 돈 때문에 사랑하지 이것을 넘어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임감과 자율성이 정착되지 않는 근원적 문제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결론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니 상대를 주인공으로 세우지 못하고 여기에 책임감과 자율성만 강조하다보니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지프스의 돌굴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앙꼬 없는 찐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의 사랑 시나리오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삼성의 총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직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나 이것이 성공해 국민들에게 까지 사랑이 체험되지는 못하는 것같다. 국민들에게 삼성을 사랑하는지를 물어보면 삼성의 사랑은 아직 완결되지 못한 진행형 스토리이다.

사랑이 성과에 도움이 될까? 사랑으로 구성원들을 모두 주인공으로 세우면 자율성과 책임, 임파워먼트가 저절도 정착된다. SAS, Zappos, Southairlines이 기적적 성과를 내는 이유도 혈연이 안 섞여있음에도 가족의 사랑을 회사에서 실천해보자는 철학이 작동한 것이다. 또한 Great Companies의 다음 단계로 자주 거론되는 사랑받는 기업(Endearment Company)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재무성과는 Great Companies에 배해 월등히 높다.

사랑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상대에 대해 긍휼감이 필요할 때와 상대의 성장을 위해 강하게 매를 들어 사랑해야 할 때를 잘 구별한다. 이들이 이런 분별력을 가지는 것은 상대가 열망하는 자신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이 목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하는데 사랑을 제대로 쓰기 때문이다.

깊은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자체로 사랑하는 것이다. 존재자체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존재의미를 이해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이 생계를 넘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역설적으로 직장과 삶에서 사랑이 사라진 이유는 직장은 목적을 잃고 생존을 위해서만 사업을 하기 때문일 것이고 사람들도 목적을 위한 삶을 벗어나 생계를 위한 삶만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 중에 평생를 거쳐 사랑할 배우자를 선택하라는 명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같을 때 자신의 생계만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과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 중 누구가 더 사랑스러워 보일 것인가? 선택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단 전제는 자기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도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이것에 근거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글을 잊어버려라.